[정진경 칼럼] 엘리트의 집단이기주의
[정진경 칼럼] 엘리트의 집단이기주의
  • 정진경 사회심리학자
  • 승인 2020.04.02 16:38
  • 수정 2020-04-02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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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모를까? 성추행하고 인사보복까지 했는데 무죄다. 안태근 검사에 대한 유죄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 사실관계를 법원이 모두 인정하면서도 “재량” 범위 내라고 한다. 별장 성접대 사건의 김학의 전 차관도 풀려나서 시민들을 아연하게 만든다. 역시 검사 출신이다.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수사와 재판을 지켜볼 때, 유독 검사 출신들은 구속을 계속 면해 시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그 후로도 검찰개혁은 요원하기만 하다.

박근혜 정부 때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에게도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요청으로 일선 재판에 관여한 것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임을 법원이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죄는 아니라고 임성근 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위헌인데 무죄? 판사들의 지난 시절 비리를 수사하지 못하게 판사들이 가로막고 있다. 일반적으로 10% 정도라는 수색영장 기각률이 판사들에게는 90%라니, 후안무치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엘리트 집단들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듯하다. 누구보다 높은 윤리의식을 가져야할 그들이 집단이기주의의 극단을 보인다. 안타깝게도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의사가 마취상태의 여성환자에게 성폭력을 해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계속 그에게 몸을 맡기라는 것인가? 유죄판결을 받아도 면허가 유지되고, 중범죄로 면허가 취소되어도 거의 다 재취득한다고 한다. 의사협회의 자정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교수가 대학원생의 노력을 가로채고 연구비를 횡령해도 파면되는 경우는 드물다. 수업을 형편없이 하고 학생지도가 소홀해도 거의 다 정년퇴임하고 명예교수가 된다. 이러한 관례는 오히려 진정한 명예를 추락시킨다.

전문가 집단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공부하여 지식을 습득하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다. 일반 사람들이 하기 힘든 전문적 판단을 내리고 기술을 실행하므로, 우리는 그들에게 자식 교육을 맡기고 아프면 몸을 의탁하며 신상의 중요한 판단을 위임하고 탄핵 같이 나라의 장래를 결정할 중요한 판단도 위임한다.

그 힘이 큰지라, 전문가 집단에게는 높은 윤리의식이 필수적이다. 그 힘은 특권이 아니고, 엄중한 도덕성과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행사해야 하는 힘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전문가 집단은 스스로의 윤리규정을 마련하고 구성원들을 규제해왔다. 전문가 윤리는 정직성, 투명성, 책임, 객관성, 의뢰인 존중과 비밀유지 등 다양한 도덕성을 포함한다. 그 옛날 의사 윤리를 규정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읽어보면 가슴이 찡하게 감동적이다. 높은 윤리수준을 지킴으로써 그들이 행사하는 힘에 정당성이 부여되고 사회적 존중도 받게 되는 것이다.

근래에 우리의 신뢰를 저버린 각계 전문가 집단의 이기주의는 그런 점에서 무척 실망스럽다. 높은 윤리의식은 그만두고 평범한 시민들만큼만 행동에 책임을 지고 처벌도 받았으면 좋겠다. 나는 한 시민으로서 그들의 부당한 특권행사를 저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한다. 비위법관 탄핵 등 여러 가지 방책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엘리트들을 다 비난하려는 것은 아님을 밝히고 싶다.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며 집단의 문화를 바로잡고자 노력한 서지현 검사, 이탄희 판사가 있고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정의를 세우고자 애쓰는 판검사들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대구로 앞다투어 달려가 인술을 펼치는 의사들에게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종국에는 그들을 개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집단으로 다시 신뢰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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