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온상 ‘N번방’…플랫폼 기업은 책임 없나
디지털 성범죄 온상 ‘N번방’…플랫폼 기업은 책임 없나
  • 조혜승 기자
  • 승인 2020.04.01 18:39
  • 수정 2020-04-01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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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ㅕㄴ 
25일 오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에서 공유한 일명 ’N번방‘ 운영자 조주빈(25)이 검찰에 송치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확산되는 가운데 불법 영상물을 유통하고 방관 및 조작한 플랫폼과 운영사 IT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찰이 여성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성폭력에 대해 집중단속하면서 텔레그램에서 N번방은 대부분 사라지고 있으나 텔레그램에 있던 약 26만명 공범자들과 방조자들이 웹하드나 다른 앱으로 옮겨 또 다른 N번방을 만들거나 피해자들의 영상을 판매하는 등 행위를 전방위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공개 계정이라 N번방 재발을 막기 위해 단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및 아동성범죄 근절을 위해 플랫폼 사업자들이 수수료를 먹으며 수익만 가져가는 대신 불법 촬영물 모니터링을 법적 의무로 추가하는 등  IT업계 내부에서도 책임지는 자세와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카카오톡, 알바몬 등 거의 모든 온라인 메신저에 N번방 같은성착취 범죄방이 있으며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아동·청소년 성착취가 발생하는 데 플랫폼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온라인과 스마트폰 어플로 발생한 성폭력 사건들이 7~8년간 켜켜이 쌓인 국민적 공분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통해 모인 것으로 국민적 분노에는 대다수 일반 여성들이 범죄 대상이 되는 공포와 두려움 등 젠더 폭력이 기저돼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조 대표에 따르면, 사이버 매체를 통한 아동 성매매,성착취 사건은 최근 발생한 일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스마트폰 환경으로 넘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이버 성범죄 주요 사건은 △2014년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 △2015년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통해 성착취 당한 여중생이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 2016년 13세 여중생이 6명 성매수자로부터 성폭력 당한 사건 △2017년 성착취당한 여중생이 에이즈 감염된 사건 △2018년 음란 사진 P2P 유통·판매 △2019년 텔레그램 N번방 등이다. 특히 제3자가 내용을 볼 수 있었던 PC와 달리 스마트폰으로 넘어온 사이버 성범죄가 익명성을 바탕으로 사이버 성범죄가 축적되고 IT기술과 결합돼 진화·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기업이 아동청소년이 성인에 접근할 수 없도록 성인 인증 절차 도입과 성범죄 발생 시 기업의 기술적 조치와 사회적 책을 져야 하며, 정부가 어플리케이션 업체들의 유해매체물로 등록 의무화 추진과 성착취 범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애플리케이션 규제법 제정이 발의됐으나 국회서 통과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렇듯 입법적, 행정적인 전담 체계 마련,  기업의 기술적 방어막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텔레그램 N번방과 같은 사이버 성범죄는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텔레그램과 마찬가지로 현행 플랫폼들이 기본적인 신고하기 기능이 없거나 혹은 신고하기 기능이 있더라도 즉각 증거화면을 소거해버리는 시스템에서 피해자가 피해를 입었음에도 피해 사실을 증빙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형국이다. 대부분 SNS 플랫폼이 포스팅을 게시할 때 디폴트값을 전체 공개로 설정해 본인의 개인정보를 플랫폼에 공개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점 등도 온라인 스토킹이나 디지털 그루밍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주 무대가 텔레그램만은 아니다. 국내 대표 메신저앱 카카오톡과 라인에서도 각종 불법 음란물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서비스 중인 오픈채팅에서 조건만남이나 성매매를 위해 비밀 용어로 이뤄지거나 지난해 ’빨간방'에서 불법 음란물 수 백개가 유통되기도 했다. 라인은 업자들이 가상 아이디를 만들어 불법 거래 후 삭제한 뒤 다른 아이디를 만드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다. 카카오는 조건만남, 성매매 등 기본적인 금칙어를 적용해 300여명 인력이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금칙어를 피한 비밀 용어로 익명성에 기대 접속함에 따라, 아동과 청소년에게 노출된 은밀한 유혹이 넘쳐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법에 유사한 규제(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전송을 방지·중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처벌이 있지만 대체로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15년 검찰이 카카오 이석우 전 대표를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해 사전에 전송을 막거나 삭제할 수 있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했으나 이 전 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의사결정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제시한 IT기업 내 성착취 피해보호 프로세스 구축 4가지.ⓒ십대여성인권센터

 

더욱이 이러한 불법 음란물과 피해 촬영물 유통에 관여한 웹하드 업체는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해 짭잘한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예를 들어 헤비업로더, 필터링 업체, 웹하드 업체, 웹하드 사업자들, 일부 디지털 장의업체까지 거느린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전 회장은 음란물 5만2000건과 저작권 영상 230여 건을 유포해 약 71억원 부당이득을 올렸다. 양 전 회장이 포르노 등 자료를 올리는 헤비업로더를 관리하고 필터링 업체까지 소유해 음란물을 직접 통제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따라 센터는 대안으로 IT서비스 내에서 성착취 피해보호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프로세스는 총 4가지다. 유해사용자 신고 접수 및 차단 조치, 증거화면의 보관 및 요청시 수사기관 전달, 성착취 피해신고자에게 피해지원 기관 정보 전달, 신고 이후 처리 절차 안내 등이 주요 내용이다.

가령 업체가 사용자가 앱 내에서 사진, 영상 등에 대해 유포 협박을 당한다면 유해사용자를 서비스 내에서 신고하거나 신고자가 보낸 화면을 문서 및 사진 등으로 저장하고 앱 서버에 해당 파일을 암호화해서 보관 후 수사기관이 요청 시 해당 자료를 사용자 동의하에 전달할 수 있어야한다는 점이다. 이어 성착취 피해신고자에게 법률, 심리, 의료 등 유관 기관 정보를 전달하고 유해 사용자의 신고 처리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피해 신고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피해자가 스스로 촬영한 영상이라도 제3자가 동의 없이 유포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는 지난 3월 31일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R&D, 민간정책 전문가가 참여하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기술 고도화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체계적이고 실효성있는 연구개발(R&D) 현황을 점검하고 딥페이크 등 신종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 근절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향후 민간 기술을 활용하거나 도입해 실제 현장에서 피해자 보호나 범죄수사, 처벌 등을 위해 필요한 R&D 요구사항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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