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한국이 세계의 모델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한국이 세계의 모델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0.04.02 18:48
  • 수정 2020-04-02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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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주의에 빠져 있던 선진국들이 한국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 보도가 연일 신문·방송을 점령하고 평소 같으면 미국, 독일, 프랑스, 그리고 일본 등의 정치와 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던 스웨덴 언론들마저 한국에 대해 집중조명하고 있다. 최근 일간신문에서는 민주적 투명성 및 개방성과 자발적 참여의 한국모델과 강제적 폐쇄와 격리의 이태리 모델 중 어떤 대안이 더 바람직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적 모델에 손을 들어줬다.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극찬한 이유는 무엇일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와 워킹스루 등을 거론하며 혁신의 경이로운 방식이라고 치켜세웠다. 처음에는 부정적 시각으로 대하다가 이제는 미국이 따라하기 시작하더니 이태리와 영국도 이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방식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시설은 진단키트와 시약이 모자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나라마다 진단키트와 시약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이유다.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빠른 시일내에 진단역량을 갖추게 된 것도 화제 거리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제약회사들이 작년 12월 초부터 검체체취와 진단을 위한 키트를 개발해 대량생산 한 제품으로 초기전염자를 빠르게 진단해 치료했기 때문에 사망률도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지금도 전세계 치사율인 4.5%보다 훨씬 낮은 1.4%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던 점에 주목한다. 아직 치사율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독일, 스위스, 노르웨이는 아직 초기단계라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어 한국의 낮은 치사율은 초미의 관심사다. 이와 함께 치사율이 낮은 이유를 높은 의료진의 기술과 헌신, 그리고 높은 병상수에서 찾는다.

이 뿐만 아니라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국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게 해 2·3차 감염원을 효과적으로 차단 할 수 있었던 점을 높이 평가한다. 전국에 깔려 있는 고속무선인터넷망이 촘촘히 깔려 있어야 가능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인터넷속도가 느린 미국과 영국, 프랑스에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버금가는 무선기술력을 갖고 있는 스웨덴 조차도 대도시를 벗어나면 아직도 3G 무선인터넷 망이 뜨거나 불통지역이 허다하다. 전국 어디서난 앱 공유를 가능하게 한 한국의 초고속 무선인터넷 망은 세계 최고라 할 만하다.

이와 함께 국민들의 질서정연한 줄서기와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 서로를 배려하며 마스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민의 높은 시민의식에 감탄한다. 대구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의료진과 감염을 감수하고 대구로 들어간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우리는 저렇게 하지 못하느냐고 자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찬사는 사재기가 없는 한국소비자들의 이성적 행태다. 전세계가 코로나 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휴지와 스파게티 재료가 동나기 시작했다. 손소독제가 놓인 곳은 비어 있고 언제 또 들어올지도 모른다. 물류이동에 문제가 없으니 대량구입을 자제해 달라고 정부에서 적극 요청해도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을 기세다. 마치 자연상태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무질서하게 투쟁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그린 토마스 홉스의 레바이던이 새삼 떠 오른다. 하지만 한국의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잘 정돈된 진열장 모습을 비교해 보여주며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던 시민의식은 다 어디 갔느냐고 개탄한다.

이제 한국의 시민정신이 세계 선두에 우뚝 섰다고 치켜세우고 전세계 코로나19 퇴치모델로 제안할 정도다. 어제 스웨덴 의사 친구와 통화하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만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새삼 한국의 위상이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한국의 모델이라고 치켜 세운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아직 빠져 있는 것이 발견된다. 검사키트의 발빠른 제작, 사재기 없는 높은 시민의식, 드라이브스루와 워킹스루 진단,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국민의 고통 감내, 속도가 빠른 전국 인터넷망을 통한 정보 공유 등이 세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모델은 민간 및 시장주도형이다. 물론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요청에 따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빠른 사용승인 등도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르게 경제를 강타하기 시작하자 스웨덴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바로 정치였다. 모든 정당대표가 참가하는 여야모임에서 위기가 끝날 때까지 정치휴전을 선언했다. 경제살리기를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의하고 대처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올해 전체 670개의 단체임금교섭 중 495개가 재협상을 마쳐야 하지만 코로나 19의 여파로 전국노총(LO)과 경영자총연맹(SN)은 11월 1일까지 현 임금체계를 연장하고 코로나19 위기가 끝나면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코로나 19의 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한국의 경험은 이제 세계의 모델로 부상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와 노사부분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치의 선진화, 노사관계의 제도화와 전문화가 더 해지면 한국은 정말 세계적 모델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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