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법]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이 아니라고요?
[모두의 법]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이 아니라고요?
  •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
  • 승인 2020.03.24 11:21
  • 수정 2020-03-24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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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수일 만에 ‘N번방’ 피의자들에 대한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청원인 수백만을 훌쩍 넘겼다. 수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직 드러나지 않은 범행도 적지 않을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어찌 이런 참상이 있을 수 있는지, 그 피해의 엄청난 규모에 차라리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평정심을 잃지 말고 우리가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것들에 무엇이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할 터. 개선을 요하는 숱한 사안들 중에서 오늘은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에 우리가 지금까지 몰랐던 맹점은 없는지를 생각해 보자.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그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을 말한다.

현재 성폭력범죄에 관해서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는 법률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이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25조와 특정강력범죄법 제8조의2가 정해두고 있는 요건이 대체로는 유사한데, 그 적용대상이 되는 범죄의 항목에서 차이가 난다. 성폭력처벌법은 ‘성폭력범죄’에 해당하는 범행만을 그 신상정보 공개 대상으로 정해두고 있다.

국민들이 ‘성폭력’이라고 흔히 생각하고 있는 모든 범행에 대하여,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라면 빠짐없이 피의자 신상공개가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가해자가 19세 미만이면
신상공개 대상에서 배제

무엇보다도 가해자가 만 19세 미만이기만 하면 아무리 중대하고 심각한 성폭력범죄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성인이 저지른 범행보다도 오히려 더욱 더 끔찍한 피해를 초래했고 해도, 이유를 불문하고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에서 처음부터 배제된다. 법이 정하고 있는 바가 그러하다. 구체적 타당성이나 필요성이 고려될 여지조차 없다.

다음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에 관해서 살펴보자. 성폭력처벌법 제2조 제1항은 이 법에 따른 ‘성폭력범죄’에 해당하는 온갖 종류의 추악한 범죄들을 다양하게 열거한다. 그런데 위 조항은 ‘청소년성보호법에서 정하는 각 범죄들 일반’을 그 목록 속에 명시적으로 포함시켜 두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청소년성보호법 소정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는 위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범죄에 해당할 수는 없다. 성폭력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가 불가능함은 물론이다.

좀 더 살펴보자. 성폭력처벌법 제2조 제2항은 ‘제1항에서 열거된 범죄’로서 다른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되는 죄도 성폭력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위에서 보듯 ‘제1항에서 열거된 범죄’에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 또는 ‘청소년성보호법에서 정하는 각 범죄들’이라는 내용은 직접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성폭력처벌법 제2조 제1항에 열거되어 있는 형법상의 음화반포등(형법 제243조) 또는 음화제조등(형법 제244조) 죄를, ‘다른 법률’인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서 가중처벌하는 내용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인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는지의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다. 위와 같이 가중처벌된 것으로서 규정 간의 관계를 해석할 수 있다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는 성폭력처벌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성폭력범죄의 범주에 포섭되어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다소간의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형법 제243조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인데, 컴퓨터 프로그램 파일은 위 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음란한 영상화면을 수록한 컴퓨터 프로그램 파일을 컴퓨터 통신망을 통하여 전송하는 방법으로 판매한 행위에 대하여는 형법 제243조의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대법원이 판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98도3140 판결). 헌법재판소도 대법원의 판시취지를 존중하여 위와 같은 판단을 그대로 따른 바 있다.

위와 같은 법률해석상의 문제가 있지만, 다행히도 우리 입법자는 형법에서 정하는 ‘음화제조 등’의 범행이 컴퓨터 프로그램 파일 등을 제조하는 형태로 저질러지는 경우에 대응해 정보통신망법에 관련 조항을 별도로 마련해 두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도 문제가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왜일까? 다시 성폭력처벌법으로 돌아가 보자. ‘성폭력처벌법 제2조 제1항에 정해져 있는 범죄’로서 다른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되는 죄는 성폭력범죄다. 여기서 반전! 성폭력처벌법 제2조 제1항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하는 범죄는 직접 열거하고 있지 않다. 형식논리상으로는 성폭력처벌법 제2조 제2항을 근거로 하더라도 청소년성보호법 소정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를 성폭력처벌법상의 성폭력범죄의 범주에는 포함시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문제가 더 있다. 청소년성보호법은 특이하게도 ‘성범죄’라는 개념과 ‘성폭력범죄’라는 개념을 분리하고 있다. 그런데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는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에서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부터 제15조까지의 죄를 제외한 죄를 말한다”라고 정의된다. 설상가상!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에서 배제되는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소정의 범죄가 다름 아닌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다. 이렇게 정해둔 이유를 도무지 알기 어렵지만 어쨌든 이 조문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는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인 것은 맞지만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는 아니란다. 이해는 잘 되지 않지만 아무튼 법이 그렇게 되어 있다.

아동 성매수 두 번 저질러도
신상정보 공개 대상에서 제외

종합해 보면,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 그 자체는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른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이 될 수 없거니와, 성폭력처벌법에 터 잡은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도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설령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를 형법상의 죄목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으로 볼 수 있더라도 청소년성보호법이 이를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에서는 제외해 둔 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죄와 함께 다른 성폭력범죄 또는 특정강력범죄를 저질렀다면 이 경우는 당연히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이 된다.)

눈에 띄는 문제점 한 가지 더. 아동․청소년의 성을 매수한 죄로 한 차례 실형선고를 받은 사람이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또 다시 아동․청소년의 성을 매수하는 범행을 저질렀다. 이 경우는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이 될까? 될 수 없다.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르면 청소년성보호법 제13조를 위반하여 아동․청소년의 성을 매수함으로써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아동․청소년 성매수죄를 다시 범했을 때에야 비로소 공개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다.

‘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가장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분노만으로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다. 성폭력 관련 법제가 전체적․종합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에 규정들이 어수선하게 산재해 있어, 법률 전문가들조차도 그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의 제도상에 미비했던 점은 무엇인지를 더욱 더 차분히 짚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찬성 변호사
박찬성 변호사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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