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되었다. 3월에 빼놓을 수 없는 작업의 하나로 학급 문고 만

들기가 있다. 오늘은 학급에서 작은 도서실을 운영하는 방법을 소개하

고자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급문고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학급

문고가 마치 헌책 처리장인 양, 형편없는 책들이 많았다. 폭력적인 만

화, 조잡한 그림책, 맞춤법 개정 이전의 책들, 너덜너덜하게 낡은 책…

3분의 2 정도는 버려야 할 것들이었다.

학급 문고는 아이들이 일 년을 가까이 두고 읽을 책들이다. 양서를 읽

는 습관을 길러주려면, 학교와 가정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부모님

들이 내 아이의 책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모두의 책

에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

지난 겨울, 전 학년이 주 1회 도서실에서 수업하는, 어느 대학 부속

초등학교의 도서실 수업을 참관했다. 공간이 제법 넉넉하고, 채광도 좋

았다. 공공 도서관의 분류법에 따라 책들이 진열된 서고도 갖추었다.

수업을 이끄는 사서 선생님도 계셨다. 일년에 두 번 장서를 점검하여

폐기처분하고, 새 책들을 구입한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춤

법개정에 따라 폐기되어야할 책들이 여전히 도서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낡은 책들을 새 것으로 바꾸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다. 그래도 그만한 도서실과 독서수업이 있는 것은 아이들에게 축

복이다.

나라가 어려우니, 학교마다 이런 도서실을 갖추려면 앞으로도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부모들이 조금씩만 배려하면

당장이라도 학급에 작은 도서실을 마련할 수 있다. 다음은 그 방법이

다.

1.기존 도서 점검하기

최소한 학급 아이들의 수 2배 만큼의 책이 필요하다. 같은 종류의 책

을 2권씩 비치하는 것이 좋으나, 여의치 않으면 양이라도 넉넉하면 좋

겠다. 반은 아이들에게 빌려주고, 나머지는 자습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읽도록 남겨 둔다. 우선 작년에 물려받은 책들을 점검하여 내용이 좋

지 않거나, 낡은 책들을 과감하게 버린다.

2.책 목록 작성하기

새로 마련해야할 책들의 목록을 만든다. 우선 아이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좋다. 학급의 아이들에게 ‘친구에게 권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책’의 제목과 추천하는 이유를 적어내라고 한다. 평소 양서에 시큰둥

하던 아이들도 이 때만큼은 생각이 말짱해지는지, 대부분 좋은 책들을

적어낸다. 이 작업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읽는 책들을 스스로 평가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 교사와 학부모에게는 아이들이 읽는 책들을 이해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학교나 도서관에서 청소년 권장도서 목

록을 얻거나, 도서연구회에서 나온 책 목록집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고루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선정된 책들은 도

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직접 내용을 살펴본다.

3.책 모으기

작성된 목록에 따라 책을 수집한다. 아이들에게 도서 목록을 나누어주

고 집에서 가져올수 있는 책에 표시하게 한다. 반드시 기증을 원칙으

로 한다. 1인 당 1권 이상씩 가져온다. 급식비도 힘겨운 가정이 있으

니, 강제성을 띠지 않는 것이 좋겠다.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뜻있는 학부모’가 나설 차례다!

4.책 진열하기

한국 십진 분류표(K.D.C)에 따라 도서들을 정리한다. 책꽂이에 ‘문

학’, ‘역사’등 주제명을 큼직하게 써 붙이고, 책마다 주제별로 색테

이프를 붙여 놓으면 아이들이 정리하기 쉽다. 또 어느 분야의 도서가

부족한지 한 눈에 알 수 있어 다음에 도서를 수집할 때 도움된다. 대

부분의 공공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이 한국 십진 분류표를 사용하니 아

이들에게도 어려서부터 이 분류법에 익숙하게 해주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한다.

5.독서카드 나눠주기

학급 문고가 마련되면 아이들에게 독서카드를 나누어 준다. 저학년은

1주일이나 열흘, 고전을 읽어야 하는 중·고생에게는 열흘이나 2주일

을 기준으로 책을 빌려준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도서부원들이

운영할 수 있다. 저학년일 경우 독서카드를 다 채우면 스티커나 연필

한자루 등 상을 준다.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함이니, 이때 만큼은 보

상을 해도 좋으리라.

한 학기가 지나 아이들 모두가 학급문고를 다 읽으면, 옆 반과 도서

를 바꾸는 것도 좋겠다. 학교 전체가 동참하면 첫 해만 힘들지 이듬해

부터는 수월하다. 선배들이 물려준 학급문고를 점검하고, 거기에 해마

다 아이들 숫자만큼 책을 늘려 나간다면, 몇 년 안에 모든 학급이 제

대로 된 작은 도서실을 갖게 될 것이다.

책에 관한 한 학부모들의 기부를 허용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적십자

회비처럼 일년에 책 한 권 값을 학교에 내도 좋다. 촌지처럼 내 자식

만 잘 봐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니 좋은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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