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리셋 팀 성명
“텔레그램 내 가해자들 다수
수사 피하려 디스코드로 이동…
보도 이후 59개 서버 사라져”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 사건인 일명 ‘N번방 사건’ 핵심 피의자 ‘박사’가 구속된 가운데 N번방 사건 피의자들이 또 다른 온라인 메신저인 ‘디스코드’(DISCORD)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를 피해 디지털 성범죄 플랫폼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보도로 인해 디스코드 내 N번방 ‘관전자’ 30만명 중 11만명이 증거를 없애고 도주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단체 ‘Project ReSET’(리셋·Reporting Sexual Exploitation in Telegram)은 20일 성명을 내고 “3월 18일 오후 기준 디스코드 내 디지털 성범죄 서버는 112개에 달했고 이 서버를 이용한 가해자들은 단순 추산 시 30만명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리셋은 지난해부터 디스코드 내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텔레그램 내부의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이 텔레그램에 집중된 수사망을 피해 이전부터 디지털 성범죄 플랫폼으로 이용되고 있던 디스코드에 합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모니터링을 해왔다. 아직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가해자들이 디스코드에서 또 다른 플랫폼으로 도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플랫폼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모니터링 업무를 했다는것이 리셋의 설명했다.

그러나 리셋은 “언론사의 성급한 보도로 인해 디스코드 내부의 성범죄 가해자 다수가 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오후 한 언론사가 디스코드에서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리셋은 보도 직후 디스코드 내 성범죄 가해자들은 해당 기사를 빠르게 공유하며 증거를 인멸하고 서버 내역 등을 삭제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리셋에 따르면 기사가 퍼지고 난 뒤인 18일 오후 10시 16분경 디스코드 내 34개 서버의 링크가 사라졌고, 8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자취를 감췄다. 19일 오후 12시에는 59개 서버의 링크가 만료되며 리셋 감시망을 피해 도주한 ‘관전자’ 수는 11만명을 넘어섰다고 추정했다. 단체는 해당 언론사에 유감을 표하며 19일 100여개의 서버 데이터베이스와 그동안 수집한 기록을 사이버수사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리셋은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전문 수사 인력·여성 경찰관 확충 △통신 사업자, AI를 이용한 이미지 필터링 의무화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사이버 범죄에 대한 국제 협약) 등 국제 공조 시스템 도입 △플랫폼 이용자들의 디지털 윤리 의식을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리셋은 “‘박사’의 검거가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다음 박사’를 자처하는 범죄자들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는 어느 플랫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여성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이며 범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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