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휴직과 재충전도 경력관리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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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경 과장은 육아휴직 중에도 업무와 관련된 책을 쓰며 커리어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진·이기태>

테크니컬 라이터 유영경

회사 경력 8년차인 ‘테크니컬 라이터(컴퓨터 전문 용어를 쉽게 풀어 집필하는 사람)’ (주)세중 나모 인터랙티브 개발본부 유영경 과장은 육아휴직 직후 회사 일에 적응하기, 중간 관리자로서 상사와 사원 모시기, 자신의 커리어를 높이기 위한 자기계발 하기 등으로 바쁘다.

회사 경력 8년차인 테크니컬 라이터(컴퓨터 전문 용어를 쉽게 풀어 집필하는 사람) (주)세중 나모 인터랙티브 개발본부 유영경(30) 과장은 요즘 회사 일에 적응하기 바쁘다. 경력 8년차인 그가 새삼 적응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9개월 합해서 1년을 쉬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처음에 회사에 휴가를 요청할 때 많이 망설였습니다. 정말 1년을 줄까. 법으로 보장된 건데 설마 하며 갈등과 고민을 했습니다. 막상 회사가 흔쾌히 받아줬을 때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보다 절로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무리 능력 위주로 평가받는 벤처회사지만 한 팀을 관리하는 팀장이 1년 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 과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회사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회사 합병이 있었고 그에 따라 팀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휴직 직후에는 제 바로 밑에 있던 사람이 팀장 대행체제로 갔었는데 3개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팀 개편이 됐지요. 회사 합병이라는 큰 일이 있긴 했지만 짧게 휴가를 갔더라면 이 정도로 개편됐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여성이긴 해도 막상 경험을 해보니 경영자라면 사원을 뽑을 때 출산과 육아가 겹친 여성에 대해 신중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1년 쉬고 나와 적응하는 저 역시 어려운 점이 많구요.”

특히 몇 개월이면 환경이 변하는 IT계열에서 유 과장의 고민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고민에서 끝나지 않고 업무를 잊지 않기 위해 휴직 기간 동안 업무와 관련된 〈HTML HELP FILE 제작과 실무〉(크라운 출판사)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유 과장이 대학 때 선택한 전공은 현재 그의 직업인 ‘테크니컬 라이터’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당시엔 오로지 취직 잘되는 전산과를 선택했던 게 전부라고. 학교를 일찍 들어가 남들보다 2년 정도 빨리 사회에 나왔다.

나이 많은 남자 사원 대할 때 어려움 겪기도

“첫 직장이 현대자동차 전산 관련 일이었습니다. 그땐 정말 회사가 이런 건가 싶어 고민이 많았지요.” 이유인 즉 커피 심부름은 기본이고 같은 동기인데도 남자 동료와 승진에 있어서 은근히 차별당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커피 심부름도 남자 동료 본인은 별로 개의치 않는데 오히려 회사에서 ‘여자가 있는데 왜 남자가 하느냐’는 식의 분위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남녀차별이 있던 회사에서 벤처회사로 옮기니까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회사든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내 자리를 유지하기가 어렵지요.”

유 과장이 직장을 옮기면서 시작한 일이 바로 ‘테크니컬 라이터’다. “당시엔 아직 테크니컬 라이터란 말이 흔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여자 선배들이 몇 명 있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됐지요.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테크니컬 라이터는 아무리 봐도 여성에게 적합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컴퓨터 전문 용어를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꼼꼼하고 정확하게 풀어줘야 하니까요.”

물론 유 과장은 단지 꼼꼼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끈기와 섬세함에 있어 남자 선배들보다는 여자 선배들이 훨씬 잘했고 일처리에 있어서도 여자 선배들은 깐깐하다고 표현할 만큼 앞뒤가 정확하고 항상 문서로 명확히 정리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그런 선배들 밑에서 배운 터라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후배로만 있다가 막상 팀장이 되니 조직관리가 쉽지 않더군요. 특히 남자 후배들을 대하기 껄끄러운 면이 많습니다.”

일반 회사의 과장급 나이 치고는 어린 유 과장 밑으로 들어온 남자후배는 나이가 조금 많았다. 먼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일을 시킬 때 많은 부담이 있었다고 한다.

“딱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그 미묘함이 힘들었습니다. 똑같은 일을 여자 후배들에게 시킬 때는 문제가 없는데 그 남자 후배에게는 ‘혹시 저 사람이 내가 나이도 어리고 여자라고 고까워하지는 않을까, 이런 일을 시킨다고 능률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며 여러 가지를 따져야 했거든요. 물론 내 어려움을 드러내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며 일을 시켜 큰 마찰은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마 나이 때문이기도 하고 더구나 남자라 더 그랬다고 봅니다.”

지금은 그 후배가 다른 회사로 옮겼지만 덕분에 조직관리에 큰 경험을 했다고 한다.

미래 위해 월급의 40% 저축하는 게 목표

유 과장의 현재 연봉은 3000만∼4000만원 사이. 기자가 연봉을 물어봤을 때 그는 무척이나 꺼리면서 두루뭉실하게 범위를 넓혀 얘기했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적지만 중소기업과 비교하면 그리 적은 편은 아니죠. 월급관리에 있어서는 결혼 초부터 남편과 각자 관리하기로 합의했죠. 내 월급을 어디에 쓰는지 남편에게 일일이 알려주는 게 싫었거든요. 남편의 월급을 관리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하하)”

현재 유 과장은 월급의 많은 부분을 아이를 봐주시는 친정어머니께 드리고 비과세·세금우대 등 저축은 월급의 30%, 한달 용돈은 30만원 정도, 연금보험은 따로 있고, 아주 적은 부분은 주식투자를 한다.

“주식투자로 돈을 많이 벌어보겠다는 것보다는 관심 갖고 해보는 겁니다. 아직 손해보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큰 이익도 없어요. 앞으로 계획은 월급의 40%를 저축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크면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싶은데 그때를 위해서라도 모으려구요.”

그는 경제와 관련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황금가지)라고 한다.

“처음에 책 읽고 동요돼서 왜 회사 다니나 회의감이 들었을 정도니까요. 당장 소규모 사업이라도 할까 생각했는데 정신차리고 현실을 보니 사업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직도 관심 있는 부분은 인터넷몰입니다.”

유 과장은 남편이 가끔 여성 이사, 상무되기가 무척 어려운 현실이라는 얘기에 내가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고 큰 소리 친다. 하지만 40~50대 이후의 자신을 그려보며 무엇을 준비할지 아직도 고민한다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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