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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중 한 장면.

섹스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지만 정작 그 섹스의 질이 높은가에는 의문이 생긴다. 얼마 전 우리 홈페이지에서도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당신의 인생에서 섹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하는 질문이었는데 2000여명이 대답했고, 그 중 8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섹스지만 질에 있어서나 올바른 정보에 있어서는 아주 열악한 수준인 것만은 분명하다. 성에 대한 이중적인 의식은 ‘좋은 성’, ‘나쁜 성’으로 구분하고 ‘존중해야 하는 성’과 ‘가지고 놀아도 되는 성’으로 나눈다.

우리나라 남자들에게는 성에 대한 의식이나 행동이 자유롭다고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남자에게 열려진 성의 세계는 고급한 것이 아니라 아주 저급한 것이라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다 건강하고 밝고 재미있는 성의 세계가 그들에게 열려진다면 그것을 거부할 남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원래부터 고급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건강하고 밝은 것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성은 개인의 문제이며, 두 사람의 관계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어떤 문화나 의식이나 행위든지 둘이 함께 즐거워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하며, 그로 인해 두 사람의 성적인 복지가 함께 성취돼야만 마땅하다.

그래서 나는 하모니스트라 말하며 이를 지향한다. 성과 사랑을 말하는 사람이 여자나 남자의 일방의 복지에만 편향되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하모니스트가 되려면 그전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시한부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하모니스트를 지향하는….

요즘 걱정되는 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성행동에 대해 너무 여성적인 부분만 강조가 되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여성들의 행복을 위한 것인가 하는 데는 의문이 생긴다.

‘전희시간을 오래 가져서 충분히 여성을 만족시켜라.’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기 전에는 사정하면 안 된다’는 주문들이다. 그 말들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맞는 말도 아니다. 또 여성들에게도 주문한다. ‘멀티 오르가슴을 느끼는 법’, ‘남성을 만족시키는 테크닉’등. 이렇게 치우친 정보들이 너무 많아서 사실 성행동하기가 겁이 날 지경이다.

우리나라에서 섹스의 문제는 남녀에게 모두 있다. 우선 남자는 여자를 배려해야 한다 상대의 느린 성반응에 맞춰 자신의 성반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상대의 기분에 상관없이 서둘러 삽입하고, 사정해 버리는 일방적인 섹스는 남자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멋진 섹스는 아내와 더 가능하고 함께 성취해야 할 공동의 목표이다.

여자도 남자를 더 배려하고 자신의 성적인 욕구나 반응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남자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오르가슴을 가장하지 말고, 또 오르가슴을 느낄 때는 신음소리도 내고 그 행복한 느낌을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섹스는 그저 사랑을 확인하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행사 이전에 극진한 사랑의 표현이다. 흔히 남자는 섹스에 있어 ‘일품요리’를 원하고, 여자는 ‘풀코스’를 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상담이나 강의의 경험을 통해 보면 남자도 여자도 풀코스 정찬을 원한다. 남자의 오르가슴도 너무나 인색하게 연구가 되어서 그렇지(여자의 것이 더 버라이어티 하기는 하지만) 지금 알려진 것보다 더 다채롭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자는 단순히 삽입하고 사정할 때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하지만 사실은 사랑하는 상대가 흥분하고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며 심리적인 오르가슴을 여러 번 느끼기도 하고, 또 음경 귀두 만이 아닌 몸 전체로 예민한 성감을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러므로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멀티오르가슴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된 섹스를 하자. 우리의 섹스를 업그레이드하자. 섹스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그 횟수나 시간 등의 양이나 테크닉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거기에는 무엇보다 상대를 사랑하고,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 모습을 존중하며, 상대가 나로 인해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배려의 마음, 자비의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배정원/ 인터넷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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