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총선 준비하며 민주당 ‘험지’ 용인병 주민 마음 사로잡아
매달 ‘민원의 날’ 열고 의견 청취해 교통·교육 공약
21대에선 여가위 외 상임위에서 여성주의 관점 입법화

17일 오전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국회의원 되기 위한 결정의 계기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하고있다. ⓒ홍수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 초선 비례대표라서 지역구 경쟁력이 없을 거라는 한계를 넘고 싶다. 2년 전부터 출근길에 주민들에게 인사를 드리니 ‘선거철이냐’는 질문을 했다. 1년 전부터는 매달 ‘민원 청취의 날’을 개최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교통 및 교육 공약을 만들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제가 이기겠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비례대표 정춘숙 의원이 2년간 발로 뛰며 누벼온 경기 용인병에 출마한다. 20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으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지원법,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등을 제정했다.

정 의원은 “국회의원이더라도 제정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제정법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진다. 20대 국회에서 두 제정법을 만들어 통과시킨 일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라면서 “다만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법제사위에서 젠더폭력이라는 용어가 여성폭력으로 바뀐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으로 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노동운동을 했다. 구로의 자동응답 전화기를 만드는 공장에 가명으로 취업해 전과를 남기기도 했다.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이유로 가죽 장갑을 낀 남성에게 맞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는 안산에 있는 공장에서 일을 했다. 노동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계속 일터에서 쫓겨났다. 그 무렵 한국여성의전화에 들어가 여성운동에 발을 들였다. 20년 근무 끝에 여성으로서 정치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정 의원은 “남인순 의원, 김상희 의원 등 롤 모델이 있어 정치를 결심할 때 큰 망설임이 없었다. 20년간 함께 했던 선배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싶었다”며 “2015년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당에서 혁신위원회를 출범해 당헌당규를 바꾸고 하위 20%를 평가해서 공천을 제외하는 안을 만들었다. 그때 정당이란 무엇인지, 정치란 무엇인지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듬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를 결심했다. 혼자서 서류를 준비해서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했다”고 덧붙였다.

막상 의원이 되어 국회로 들어와 보니 사회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장벽이 존재했다. 국회도 한국사회를 닮았다. 그는 “처음에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국회에도 수많은 벽이 있었다. 50대 남성, 엘리트 중심으로 권한과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국회도 마찬가지”라며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원장 등 주요 보직에서는 여성을 찾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사회적 위치 때문인지 의외로 성차별에 무감한 사람들이 많다. 저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매일 성차별 겪는다고 말한다”며 “20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 비율은 17%다. 300명 의원들 사이에 있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각 정당으로 흩어지면 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홍수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홍수형 기자

남성 중심 국회에서 여성 초선 비례 의원이 지역구 공천을 받아 출마한 뒤 재선하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공천을 받는 일부터 난관인 데다 재선에 성공하는 일도 어렵다. 정 의원은 일찌감치 지역구 출마 준비를 했다. 국회의원 임기의 절반을 용인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데 썼다.

정 의원은 “지역구로 가야하나 망설이던 차에 어떤 의원님이 ‘여성 비례대표 의원은 책임적으로 지역구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에게는 그 말이 마음에 퍽 와닿았다”며 “현역 의원이라서 정치자금도 모을 수 있고, 의정보고서도 돌릴 수 있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계속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성의 정치 세력화를 위해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경기 용인병은 4선 한선교 의원이 16년간 당선된 지역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험지였다. 정 의원은 정당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험지로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의원들을 보면서 어떻게 주민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의정활동을 해야 하는지 익혔다. 여성운동을 하며 쌓은 역량도 도움이 됐다.

정 의원은 “2년간 지역을 누볐다. 출근길에 주민들에게 의정활동보고서를 돌리니까 한 분이 ‘벌써 선거할 때가 왔느냐’고 물었다. 지난해부터는 매달 민원 청취의 날을 개최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정치 의제화 하는 일을 했다”며 “한두 번 오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민들이 2년 기간 동안 소통하는 자리를 통해 마음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을 많이 만나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있다. 매일 수첩에 메모를 하는데, 100명 중 99명이 교통 문제를 이야기했다”며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토론회를 열고 주민들이 각 부처 담당자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경선에서 이홍영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을 누르고 경선에서 승리했다. 경기 용인병으로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후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4선을 한 한선교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하고 현재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대표를 맡고 있다.

21대 국회로 다시 돌아온다면 정 의원은 여가위, 보건복지위 외에 다른 상임위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입법 활동을 할 예정이다. 두 곳을 제외한 상임위에서 여성 의원은 1~3명에 불과하다.

그는 “스스로에게 100만점의 95점을 주고 싶다”며 “21대 국회에서도 주민들과 소통하고 입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총선에서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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