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차 끌고 출입문 열 때면
문 잡아주는 도어맨 되고
식당에선 애 딸린 죄인되기도

[세 자매가 있는 집에서 자라 세 딸의 엄마가 되어 틈틈이 일하고, 틈틈이 봉사하는 이야기를 매주 함께 합니다. 세 아이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딸들이 살아갈 행복한 미래를 그려봅니다.]

아이들은 걸으면서 배운다. ©송은아
아이들은 걸으면서 배운다. ©송은아

 

우리 가족은 걷기를 좋아해서 하루 종일 걷는 나들이를 꽤 즐기는 편이다. 산책을 즐기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 외출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셋째가 유모차를 타고 다닐 시기였다. 막내가 탄 유모차를 밀고 나머지 아이들은 유모차를 양옆을 잡고 걸어야 하니 속도가 나지 않을뿐더러 좁은 골목길에서는 아이들 옆으로 지나가는 차량이나 오토바이들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했다. 이런 물리적인 불편함보다 심리적인 불괘함이 외출을 조금 지치게 한다.

아이들이 유모차를 타던 시절 외출했을 때 자주 출입문을 열어주는 도어맨이 되었다. 유모차가 지나가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 이미 사람들이 반 틈 열린 문으로 먼저 비집고 지나가기 시작한다. 문 앞에 있는 유모차를 앞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순간에도 몸을 밀어 넣는 사람들이 있어 문을 잡고 한참을 서 있기도 했다. 닫혀있는 사람들의 마음의 문 앞에서 문고리를 잡고 있는 서 있는 것 같은 처량함을 느끼기도 했다. 유모차를 밀지 않는 요즘도 아이들을 위해 문을 열었다가 종종 도어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외출은 가끔식 피곤하지만 같이 있어서 즐겁다. ©송은아
외출은 가끔식 피곤하지만 같이 있어서 즐겁다. ©송은아

외식하러 나간 자리에선 애 딸린 죄인이 되기도 한다. 연말 가족과 함께 간 레스토랑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조용히 해달라면서 그릇을 탕! 소리 나게 두고 갔다. 와인 마시며 회식하는 것 같던 다른 테이블의 떠들썩한 소란함에 비하면 아이들의 소리는 크지 않았는데, 우리가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왔구나 싶었다. 엄연한 차별의 기운을 느꼈지만, 나는 애 데리고 밖에 나온 죄인이라서 컴플레인하지 못했다. 우리 가족은 숨죽여 먹고 나왔다. 차라리 노키즈존이라고 매장 앞에 들어설 때 거절하였다면 기분을 망치지 않았을 텐데…. 근처에 우리집 아이들에게 식사 매너 좋다고 칭찬해주던 곳이 떠올라 더 씁쓸했다.

외출에서 엄마라서 겪게 되는 일들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여성이라서 겪게 되는 일들이다. 남자 사람인 남편과 아이들이 외출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르는, 사건 사고의 희미한 경계에 놓이게 되는 일들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세 아이와 인사동에 갔을 때의 일이다. 횡단 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노숙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아이들 옆에 붙는다. 내가 막아서는데도 계속해서 시비를 걸면서 따라온다. 걸음을 빨리해도 계속 따라온다. 어떤 상황인지 분간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저기 와이셔츠 입은 아저씨들 옆까지 뛰는 거야” 말하곤 남자들 무리의 옆으로 갔더니 더 이상 우리를 따라오지 않았다.

함께 살아가기에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송은아
함께 살아가기에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송은아

 

엄마는 와이셔츠입은 아저씨들이 경찰 아저씨인 거 어떻게 알았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조금은 난감했다. 지하철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아이들 옆에 슬며시 와서 손이나 얼굴을 교묘히 만지고 가는 경우들도 있었다. 내가 발끈하면 뒤꽁무늬 빼고 사라진다. 아직도 아이들에게 불쾌한 경험으로 남아있어 그 자리에서 사과를 받아내지 못한 일이 후회스럽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선 상황 회피가 가장 올바른 대처법이 맞는 것일까? 스스로 되묻는다. 나만 느끼는 일인가 싶어 주변에 딸 셋 있는 엄마들과 이야기해보니, 밖에 나갈 때는 항상 아이들에게 눈에 띄는 행동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고하니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닌듯 싶다.

집 밖에서 우리 딸들은 자기 또래보다 더 어린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어릴 때 너희가 누군가에게 받은 도움을 갚는 것이라고, 미래에 받을 도움을 미리 땡겨서 갚는 거라고 말해주곤 하는데 아이들은 그 의미는 모르겠다고 한다. 도움을 필요한 사람을 모른 척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돕는 게 당연한 거라면서…. 아이들의 마음처럼 작은 관심과 배려가 당연한 곳이라면 외출이 더 많이 즐거울 것 같다.

송은아 혜윰뜰 작은 도서관 관장·프리랜서 브랜드컨설턴트
송은아 혜윰뜰 작은 도서관 관장·프리랜서 브랜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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