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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미국 이민자들은 국가 차원의 독립기념일 행사를 통해 미국 시민의 자부심을 느끼며 하나로 단결하고 있다.

미국 독립기념일 ‘미국인’ 공감대 높여

지난 4일은 미국의 227번째 독립기념일로 미국의 최대 공휴일이었다. 미국을 상징하는 빨강, 파랑, 흰색의 물결이 아이들의 머리 수건에서, 어른들의 옷차림에서, 온갖 풍선들에서, 그리고 행사장의 장식물들에도 수를 놓고 있었다.

중국 만두와 멕시칸 타코, 핫도그를 파는 음식 부스가 마련되고 저녁 10시에 전국적으로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공원에 나와서 좋은 자리를 잡으려는 진풍경도 이날에만 볼 수 있는 재미다. 시에서는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소개하고 시의 학교나 단체들의 기금을 마련할 수 있는 부스를 지원한다.

올해는 부시 정권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파키스탄과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라 독립기념일 행사가 더욱더 뜨거웠다. 미국 언론은 기나긴 경기 침체 때문에 우울했던 시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준 승리로, 클린턴 정권 때처럼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준 승리로 기록했다. 그래서인지 중동 출신의 이민자들에 대한 시선도 많이 좋아지게 됐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그리고 미국에는 분명 인종 차별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민자들은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독립기념일 행사를 취재하며 국가 차원의 행사가 갖는, 이민자들을 단결시키는 어떤 힘을 느낄 수 있었다.

“I love America!” 라고 쓴 T셔츠를 자랑스럽게 흔들던 중동계 로돌프 퓨엔테스(66)씨는 “우리나라는 독재국이어서 누릴 수 없었던 것을 미국에 와서 다 누리고 산다”며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투표의 권리 등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미국이 좋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니퍼 렐(27)은 “이러한 축하행사를 통해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라며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중국계 스티브 예(38)씨는 오렌지카운티의 라 팔마 시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가끔 인종 차별을 받는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런데 독립기념일 날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 달리면 나도 이 나라의 주인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요. 그리고 모두가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가 해마다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 이유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 여러 다른 인종이 하나가 되어 이 나라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단결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정치적인 이유에서든, 문화적인 이유에서든, 경제적인 이유에서든 차별 받던 사람들에게 서러움을 회복하고 미국의 시민은 자랑스러우며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상기시킬 계기가 필요했다. 독립기념일이 미국인들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바로 그 역할을 해낸 것은 아닐까.

김감정숙 미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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