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가 실패로 돌아간 지 며칠이 지났다. 허탈감과 좌절감, 실망의 탄식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섰던 강원도민들과 평창군민들, 관계자들은 지난 몇 년간의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이 된 것에 큰 공허함을 느낄 터이다. 그러나, 더욱이 많은 이를 분노케 하는 소식들이 속속들이 매일같이 신문과 뉴스를 통해 들려오니 그 황당함이란 가히 짐작할 만하다.

3표 차라는 박빙의 승부였기에 손에 쥘 수 있었던 큰 열매를 눈 앞에서 놓쳐버린 안타까움 뒤엔 한 스포츠계 거물의 행태가 결정적 이유였다는 사실에 나 역시 적잖이 놀라고 있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 김운용 위원이 부위원장 자리에 출마, 당선되기 위해 평창 지지를 적극 표하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인 언행을 했다는 것과 그의 아들이 관련된 독일의 한 스포츠 신문에 우호기사를 실어주는 명분으로 1년치 구독료를 지불했고, 결국 우호적이기는커녕 오히려 불리한 기사가, 그것도 투표 하루 전에 나왔다는 사실들은 국민들에게 수많은 의혹과 불신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것들이다. 그러나 나는 이 시점에서 지금의 논란들이 누구의 잘잘못을 가린다거가 논란을 부채질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는 얘길하고 싶은 거다.

사실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을 유치한다고 했을 때 “에이, 뻔히 안될 것 같은데 왜들 저리 힘을 쓰는 거지? 돈만 낭비하겠군. 여수에서도 박람회 실패한 것 다 봤으면서….” 뭐 이따위 패배의식을 갖고 있었다. 더군다나 상대도시가 잘즈부르크와 밴쿠버란 소리에 “에구, 내가 IOC위원이라도 다른 두 도시를 택하겠다. 도대체 외국사람들이 평창을 어떻게 알 수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모르는 사람 많을걸?” 속마음이 이랬다.

이랬던 나였기에 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던 모든 분들께 깊이 사죄 드린다. 좀 더 관심을 갖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도움이 되는 일은 없었을까 하는 관심을 먼저 가졌어야 했는데….

사실 이랬던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올림픽이다, 월드컵이다, 박람회다, 이것저것 국가적 대사를 유치할 때 설마 우리나라가 되겠어 하며 자포자기하던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란 얘기다. ‘할 수 있다’ 하며 서로 힘을 뭉쳐도 될까 말까한 판국에 니들은 열심히 해라. 난 지금 내 일이 바빠 신경 못 쓴다며 무관심하고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하는 다수가 있는 한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란 얘기다.

동계 올림픽 유치엔 실패했다. 그러나 우린 평창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조금만 더 노력하고 온 국민이 열성을 다한다면 4년 후인 2014년엔 가능할 거란 기대를 할 수 있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 자신은 얼마나 큰 열망으로 기도했었는지 반성하고 힘 쓴 사람들에게 뜨거운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보내는 게 우선일 것이다.

물론 이번 일로 드러난 한국 스포츠 외교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바로잡고 사욕을 위해 대업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제거해내고 새로운 마음, 새로운 사람들이 힘을 뭉친다면 이란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사실, 과연 그렇게 올바르게 고쳐질 수 있을까. 이 썩은 정치판, 스포츠판 위에서? 라는 회의가 든다. 아, 또 패배의식이 드네. 언제면 좀 긍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을까.

이런 젠장. 나 같은 놈 때문에 우리나라가 발전이 더딘가보다. 반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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