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관절인형, 내손으로 직접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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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인터넷 한 동호회 게시판에 누군가 질문을 올렸다. “구체관절인형이 뭔가요?”1999년 당시 동호회 관리자이던 비몽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구체관절 인형? 별 인형도 다 있네. 비몽씨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는 대신, 인터넷 바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비몽씨의 마우스는 발견했다. 여태껏 알던 인형이 아니었다. 인형이 아니라 예술이었다. 거기다 어? 인형이 무릎이 굽혀지고 손목도 꺾여? 피그말리온이 자신의 조각품과 사랑에 빠졌단 이야기가 장난 같지 않았다. 비몽씨는 결심했다. 인형을 만들어보자. 그게 3년 전이었다. 그 사이 애니메이션 동화부 일도 그만 두었다. 본격적으로 인형 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서. 그는 현재 Bimong이라는 이름을 쓰며 웹사이트 www.bimong.com과 인형 교실을 운영하는 작가다.

인형 하나 사는 데 100만원

구체관절인형이란 말 그대로 사람처럼 관절이 있는 인형을 말한다. 우리가 아는 바비 같은 인형이 자랑하는 절대 굽혀지지 않는 뻗정다리 뻗정팔을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무릎이나 발목, 팔꿈치와 손목 같이 움직임이 필요한 곳에 동그란 공 같은 것을 끼웠다. 그 속을 고무줄 같은 줄이 통과한다. 따라서 인형이 앉거나 손목을 굽힐 수도 있다. 그래서 구체관절인형이다. 물론 대량 복제품도 있다. 가격은 대략 50만원에서 100만 원가량. 하지만 만약 누군가 손으로 일일이 만든 인형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표정이 살아있고 작품성이 있는 인형은 부르는 게 값이다. 외국에선 천만 원을 호가하는 인형도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선 불모지다. 지난 1월,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정양희씨가 이 구체관절인형만으로 전시회 <판도라의 상자>를 연 정도? 그러나 인형을 배우는 이들은 점차 늘고 있다. 비몽의 인형교실엔 지금까지 약 100명 정도가 다녀갔다. 취미로 시작한 직장인이나 학생, 부부부터 작가가 될 생각인 이들까지 다양하다. 열에 아홉은 여성. 하지만 반 정도는 중간에 그만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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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딱 하나뿐인 나만의 인형

인형도 만들지만 인형 의상도 직접 다 만든다는 박연우(23)씨는 원래 코디네이터였다. 의상을 공부한 전력을 살린 케이스.

“학원에서 1년 정도 의상을 배우고 이전에 방송 코디네이터를 했다. 그런데 별로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러다 인터넷서 우연히 알고 여기 인형 교실에 나왔는데, 나랑 딱 맞고 너무 재밌다. 인형 만드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꼭 예쁘고 잘 생긴 인형만 만드는 건 아니다. 꼭 여자 인형만 만드는 것도 아니고. 나 같은 경우 먼저 만든 인형이 남자 인형이었다. 인형 만들려면 볼 책도 많다. 사진자료책도 많이 참조하고 해부학책도 본다.”

원래 혼자서 만화 그리길 좋아한다는 김유미(22)씨는 지난 봄 대학을 졸업했다. 김씨의 전공은 컴퓨터 그래픽. 그러나 전공이 맞지 않는 것 같아 고민하던 차, 이곳을 알고 인형 만들기에 푹 빠졌다. “인형을 사려고 했는데, 너무 비쌌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자 생각했는데 현재는 작가가 될 생각이다”는 그는 현재 인형교실에 나오지 않는 날엔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경야독파.

작가를 꿈꾸는 이들 외에도 취미 삼아 시작한 이들도 많았다. 이들은 한결 같이“인형의 가장 큰 매력은 나만의 인형을 만드는 데 있다”고 말한다. 점토를 반죽해 붙이고 주무르고 다듬고 깎고 문지르고, 보통 일이 아니지만, 인형 하나를 완성한 후의 기쁨은 출산의 기쁨에 비할까? 더구나 인형은 그림, 조각, 회화, 의상까지 종합 예술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인형 작가로의 꿈은 첩첩산중이다. 인형도 작품이라, 전시회를 열고 예술 작품 마냥 가격이 매겨진다. 외국처럼 인형 전문 큐레이터의 부재도 문제. 하지만 인형 수집 바람이 금방 꺾일 것 같진 않다. 이미 뮤직비디오에는 특이한 인형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비몽씨는 영화 <여고괴담-여우계단>에도 인형을 출연시켰다.

얼마나 들까?

비몽씨가 운영하는 은 주 1회 6시간 수업이다. 평일반과 주말반 중 본인 사정 따라 고르면 된다. 수강료는 취미반은 입회비 5만원에 월 10만원, 전문가반은 입회비 10만원에 월20만원이다. 기초를 수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달. 마포에 있는 인형교실 외에도 지난 7월1일부터 강남 아트센터에 취미반 수업을 열었다. 인형 하나 만드는 데 안구, 가발, 조각도, 점토 다 포함해서 50만원 정도 든다.

구체관절인형의 진면모를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행사도 다양하다. 7월25일부터 8월5일까지 분당삼성플라자 갤러리에서 인형전문잡지 dools 창간1주년 기념 신인작가 인형 발표전이 열리고, 8월15일 KBS 88체육관 2관에서는 ‘I&DOLL 6차 프리마켓’이 열린다.

다음은 가볼 만한 인터넷 사이트.

●한국구체관절인형협회

www.ladoll.com

●인형작가 bimong 홈페이지

www.bimong.com

●인형작가 정양희 홈페이지

pandora.hompy.com

●다음 카페 ‘언니네 인형공방

cafe.daum.net/yeuwoobi

●BIMONG DOLL HOUSE 인형교실

02-6381-1282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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