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기 때문에 불결할 수밖에 없다면…”
올바른 락스 사용법 설명 글 화제
작성자는 마케팅팀 김춘재 과장
사회적 가치 추구한 경영 철학 반영

유한락스
유한락스

 

“만약 비싸서 더 강력하지만 편리하고 안전한 살균 소독 물질이 있다면 전 세계 보건 기구가 나서서 반드시 그러한 물질이나 기기의 가격을 낮춰야 합니다. 가난한 자가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불결할 수밖에 없다면 공중 위생은 아무리 부유한 자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자의반 타의반 공중 위생을 책임져야 하는 유한락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격이 저렴해야 합니다.”

유한락스로 유명한 살균세제회사 유한크로락스가 최근 홈페이지에 ‘감염병 예방을 위한 살균소독법’을 올린 글이 인터넷에서 연일 화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생활 속에서 락스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한 글이다. 상세한 사용법과 함께 공중보건 차원에서 살균세제의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고 담백하게 설명하는 이 글에 많은 누리꾼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코로나19 예방법으로 락스(차아염소산나트륨)를 희석해 만든 분무기가 효과있다고 밝혔다. 락스가 단백질로 이뤄진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액상 성분을 그대로 분무기로 뿌리면 코와 입으로 들어갈 수 있어 사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유한크로락스 마케팅팀은 대표제품인 락스와 관련해 소비자상담실로 락스 사용 관련 문의가 이어져 살균소독 작업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와 정확한 살균소독 방법을 정리한 글을 게재하게 됐다고 원론적인 설명을 내놨지만 기자는 진짜 이유가 궁금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모든 종류의 살균소독제는 살생물제의 일종으로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살균소독제는 유해균과 유익균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해균에게 강력하면 인간에게 위험하고 인간에게 안전하면 유해균에도 위협적이지 않다고 했다.유한락스라는 살균소독제도, 유한락스가 제공하는 안내도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말고 안전한 살균소독에 관해 정확히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두번째로 유한양행은 살균소독제는 프리미엄과 고급 제품이 무의미하며 비싸다고 강력하고 안전하다는 개념은 신기루와 다를 바 없으며 락스의 성능은 판매 가격이 아닌 오로지 유효 성분의 종류와 농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비싸서 강력하고 편리한 안전한 살균소독 물질이 있다면 세계 보건 기구가 나서서 그러한 물질이나 기기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자가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불결할 수밖에 없다면 공중 위생은 아무리 부유한 자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유한락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는 구절이 시선을 끈다.

세 번째로 살균소독제의 효과와 안전은 사용자의 올바른 이해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독한 세제가 아닌 염소계 액상 살균소독제인 유한락스를 비롯해 살균제를 포함한 독성은 물질 고유의 특성만이 아니라 잘못된 사용 방식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네 번째로 살균소독제는 함부로 분무하면 안 된다고 했다. 감염성 물질에 락스 등 살균소독제를 직접 분사하게 되면 감염성 물질의 에어로졸화 되어 되어 공기중에 떠다닐 수 있고 또 다른 감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살균소독제를 분무하면 적용 범위가 불확실해지며 문고리, 자주 사용하는 손잡이, 화장실 표면 등 살균 소독할 때에는 락스 희석액을 천에 묻혀 표면을 닦아내는 방법을 권장한다고 했다. 교차감염은 주로 오염된 손에 의해 발생해 손이 자주 닿는 표면과 손을 자주 닦아낸 후 손을 씻어서 살균소독 과정을 마무리하라고 했다.

끝으로 가정에서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올바른 락스 희석 방법은 0.1% 혹은 1000ppm으로 희석해 표면에 발라서 충분히 적시고 10분 이상 접촉한 후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유한락스를 50배 희석해 표면에 발라서 적셔 10분 이상 접촉하신 후 깨끗이 닦아내면 된다고 했다.

유한크로락스 홈페이지
유한크로락스 홈페이지

 

락스를 사용해 소독한 후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야 하며 소독을 시작하기 전 보건용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소독 중 얼굴과 눈을 만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유한크로락스 측은 일부 제조 업체에서 같은 성분의 락스 성분을 판매하면서 뛰어난 살균제로 소비자에게 호도하면서 가격을 2~3배 이상 비싸게 팔고 있는 현상을 보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락스로 소독하면 좋다고 하면 코로나19 사태를 강조해 소비자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어 자제하고 소비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자세히 풀어서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제품이 락스는 저렴한 대신 사용 불편하고 유독하고 잔여물이 남는 제품이라 가격이 싸다며 우리 제품을 비하하면서 비싸게 판매 중으로,  공중위생 차원에서 우리 제품과 타 제품이 효과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고 비싼 제품이라 좋은 게 아니라는 점을 들어 소비자들의 오해를 줄이기 위한 표현이었다는 것이다. 

글을 직접 올린 마케팅팀 김춘재 과장에 따르면, 소독 기준 희석량을 보면 자사 제품은 1000원이면 되는 제품을 일부 업체는 같은 성능 제품을 7000~8000원에 팔지만, 그것 자체가 코로나19를 활용해 비싸게 팔겠다는 비합리적인 상술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제품으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안전과 위생 문제가 가격과는 상관이 없으며 비싸서 좋은 제품이면 가난한 사람은 공중위생과 안전성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느냐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됐다”라며 작성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 자체가 유한양행과 미국 크로락스가 반반 지분을 출자한 회사인만큼 사회적 가치를 추구했던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경영 이념을 계승해 이 코로나19를 이용해 매출을 올리기보다는 국민 건강이 먼저라는 생각을 지지하는 사내 분위기였기에 가능했다고 비춰진다. 

한편 유한양행을 창업한 고 유일한 박사는 일찍부터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기업경영으로 쌓은 부를 사회에 환원해 사회 고위층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유 박사는 1936년 유한양행을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1939년 종업원지주제를 채택, 1969년 경영권 상속 포기하고 전문경영인에게 사장직을 물려줬다. 이후 회사는 51년 이상 평사원 출신인 전문경영인이 경영하고 있다. 1800여명의 임직원 중 유일한 박사의 친인척은 한 명도 없다. 유 박사 작고 후 CIA 비밀문서를 통해 해외서 독립운동 행적이 알려져 다시금 귀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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