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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향미>

“남친과의 오랄 섹스 중에 정액을 먹었습니다. 괜찮은가요?”

“남친은 자신의 정액을 먹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내키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은 젊은이들이건 부부건 간에 오랄 섹스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오랄 섹스는 말 그대로 “입으로 상대의 성기를 애무하고 애무 받는 행위이다.”

아니 좀더 넓게 말하면 입으로 상대의 성기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애무하고 받는 행위이다.

그래서 정말 상대를 사랑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행위이기도 한 오랄 섹스는 혀나 입술을 이용해 아주 섬세하게 애무 받기 때문에 가장 자극적인 성행위라고도 할 만하다.

이 오랄 섹스는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 덕에 아주 많이 알려졌는데, 처녀막을 순결의 기준으로 삼는 우리나라 미혼들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순결에 대한 기준이 삽입인 경우 부담 없는 사랑의 표현으로 많이 사용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혼전 섹스가 자유로운 프랑스에서조차 이슬람문화권에서 자란 젊은 여성들은 오랄 섹스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오랄 섹스를 할 경우 상대의 입에다 사정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때 준비 없이 정액을 삼키게 된 여성들의 놀라움은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또 정액을 삼키길 바라는 남자친구의 요구에 곤혹스러워 하기도 한다.

아마도 ‘정액’이라는 것이 남성의 비뇨기이기도 한(소변을 보는), 성기로 나온다는 사실에서 뭔가 더러운 배설물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이에 대한 느낌은 남자나 여자나 비슷한데, 청소년 상담을 하다보면 ‘자위행위를 하다가 정액이 손에 묻었다, 성병에 걸리지 않을까?’, ‘자위행위 하다 의자에 정액이 묻었는데, 여동생이 그 위에 앉았다. 병에 걸리지 않을까?’하는 어처구니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자든 여자든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 몸에서 나오는 정상적인 분비물은 다 깨끗하다.

정액은 정소에서 나오는 정자를 포함하고 있는 체액으로 자궁으로 들어가려는 정자의 운동을 도와주는 에너지를 보급하는 역할도 한다. (질 자정작용을 하는 산성액으로부터 정자를 보호해주는 보호막 역할도 한다) 보통 하얀색이라고 하지만 회백색이며, 한번 사정시 15cc정도 나온다. 사정된 후에는 곧 겔 모양으로 몽글몽글 뭉치는데, 이는 정자를 안전하게 질 안으로 운반하려는 조물주의 세심한 배려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 액화되어 물처럼 흘러내린다.

정액에서는 독특한 냄새가 난다. 흔히 ‘밤꽃 향기’같다고 하는데, 정말 흡사하다. 이러한 특별한 냄새는 전립선에서 나오는 스펠민, 인산, 유산, 단백질에서 나는 냄새들이 섞인 것이다.

여하튼 정액은 먹어도 건강상의 문제는 없다. 정액이 여성의 성기로 들어가면, 아기가 될 수도 있는 생명의 씨이지만, 만약 입으로 들어간다면 단순히 단백질의 식품(?)이 될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정액을 삼키는 것이 몸에 해로운가의 문제라기보다는 상대여성에게 유쾌한 일이 될 것인가 하는 심리적인 문제이다.

대개의 남자들은 상대가 자신의 정액을 먹는 일이 ‘상당히 흥분되는 일’, ‘고마운 일’, ‘상대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또 대개의 여자는 ‘상대의 정액을 삼키는 일이 고역’이라고 생각한다.(대개라는 말에 주목해 주기 바란다)

보다 본능적인 생식과 교미로서의 섹스에 접근하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은 어쨌든 관계 위주의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 (이는 남자가 여자보다 더 동물에 가까운 존재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몸에 대한 거부감이 남자보다 여자가 심하다는 것도 관계가 있는지 모른다)

정신과 몸을 구분하고 몸을 죄와 연결시킨 서양의 종교나 철학 덕분에 우리는 왠지 몸은 정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몸은 바로 정신이고 마음이다. 정신과 마음의 표현이 바로 몸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오랄 섹스시 정액을 먹을 것인가의 문제는 순전히 두 사람이 결정할 대목이다. 여자가 전혀 내키지 않는다면 삼켜도 될 것이나,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삼키도록 요구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사랑의 표현은 사람마다 다 다르게 할 자유가 있고, 그 자유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충분히 존중돼야만 한다.

배정원/ 인터넷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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