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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향미>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그런데 얼마 전에 WHO는 ‘건강수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통계까지 발표하였다. 건강수명이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장애를 가지는 평균기간을 뺀 것이니 바로 노인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지표가 개발된 셈이다. 즉 이 지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 하는 것 못지 않게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를 중요시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수명은 약 63세로 세계 191개국 중에서 81위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약 75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살아 있는 동안 약 12년을 질병과 부상 등으로 고통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건강수명이 75살로 세계 1위인 일본의 경우 평균수명(81세)과의 차이는 6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에 비해 6년쯤 짧게 살지만, 건강수명으로는 12년이나 짧게 사는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수명이 짧은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질병 발생률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공해 등으로 인한 환경이 열악하며, 심지어 정치적인 불안정까지도 건강에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적, 문화적인 특성도 건강수명을 짧게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리 문화에서 노인을 ‘잘 모신다’는 것은 아무 일도 안 하게 하고 몸을 편하게 하는 것, 즉 몸을 많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텃밭에서 나는 농산물을 팔아보고 싶어하는 노인들은 자식들로부터 “그러시면 주변에서 우리가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한다고 손가락질해요. 자식들 체면을 봐서라도 편안하게 집에서 쉬세요”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며느리와 같이 사는 시어머니 중에는 집안 일에서 벗어나 편하게 지내야 주변 사람들로부터 효자를 두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므로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용돈이 궁한 노인들도 자식 체면 때문에 일을 포기하기도 한다. 더욱이 우리 문화권에서는 얼마나 남을 의식하는지, 행복이나 만족과 같은 주관적인 감정도 남이 정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더 움직이는 노인’이라는 프로그램도 개발하여 실시한다. 여자 노인이 남자 노인보다 오래 사는 이유도 바로 이런 데 있지 않을까?

일본 아사히신문사의 여성논설위원인 오쿠마 유키코(大熊由紀子)가 지은 <노인복지혁명>이란 책은 일본과 북유럽 나라들의 노인복지를 비교하면서 일본의 노인복지 수준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고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이라면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할 노인이 북유럽에서는 휠체어에 타거나 혹은 보행기를 이용해 걷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북유럽의 복지국가에서는 거동이 불편하면 휠체어를 타고라도 자기 집에서 혼자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집에 있는 문턱을 모두 없애주는 등의 주택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무엇보다 가정도우미가 매일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시간에 집으로 와서 누워있는 노인들을 ‘일으켜주기’ 때문에 노인은 하루 종일 누워 있고 싶어도 누워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노인에 대한 복지가 잘 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아무리 병든 노인이라도 아침이면 일어나고, 수발해주는 사람과 시선을 교환하며,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외출하다 보니 자연히 표정이 풍부해지고, 욕창이 생기지 않으며, 몸치장도 하게 되며, 대소변 수발을 받지 않으니 자긍심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복지가 충분하지 못한 사회에서는 노인이 하루 종일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 보니, 천장이 세계의 전부이고, 욕창이 생기며,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다 보니 자긍심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아마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것이다. 자세한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겠다. 다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노인을 잘 모신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라면,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하루 종일 누워 있는 생활을 택하겠는가, 아니면, 내게 남은 능력을 모두 다 쓰고 죽겠다는 생각으로 휠체어를 타고라도 움직이는 생활을 택할 것인가?

노인이나 여자들이 움직이지 않을수록 팔자가 좋다는 생각은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들에게 팔자 좋아 보이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 같다. 말로만 하는 ‘경로효친’이 아니라 노인의 진정한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이제 노인에게 남아있는 기능과 능력을 모두 사용하여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세상은 이제 휠체어보다는 스스로 걷기를, 유동식보다는 딱딱한 음식을 먹도록, 그래서 하루라도 더 내 힘으로 즐거운 삶을 살도록 권하고 있다.

▶한혜경/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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