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여아의 죽음에 멕시코 여성들 총파업 “여성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
7세 여아의 죽음에 멕시코 여성들 총파업 “여성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
  • 박지은 기자
  • 승인 2020.03.11 09:15
  • 수정 2020-03-11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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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여성 3825명 폭력 당해 살해
8일 ‘여성 없는 하루’ 총파업에
멕시코 여성 3640만명 참여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 바닥에서 한 여성이 3000명이 넘는 여성 폭력 희생자의 이름을 쓰는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멕시코에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살인이 증가하면서 성폭력에 대한 항의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멕시코시티=AP/뉴시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 바닥에서 한 여성이 3000명이 넘는 여성 폭력 희생자의 이름을 쓰는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멕시코에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살인이 증가하면서 성폭력에 대한 항의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멕시코시티=AP/뉴시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 시간) 멕시코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해에 항의하는 대규모 여성 시위가 열렸다. 이날 멕시코시티 도심 소칼로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여성들은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자주색 옷을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통령궁을 향하면서 “오늘 싸우면, 내일은 죽지 않는다”는 등의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인을 멈추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피살된 소녀들의 어머니들을 앞세우고 또 소칼로 광장에는 1년간 여성혐오 살해(페미사이드·femicide) 희생자들의 이름을 바닥에 흰 대문자로 새겨놓았다. 

이런 움직임은 멕시코에 페미사이드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2월 멕시코시티에서 잉그리드 에스카밀라(Ingrid Escamilla) 라는 25살 여성이 동거하던 남성의 손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 남성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 에스카밀라의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등 심하게 훼손하기도 했다. 이렇게 잔혹하게 훼손된 피해자의 사진이 멕시코 신문 1면에 공개되면서 멕시코 전역에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겨우 며칠 뒤 7세 여아 파티마 안톤(Fátima Antón)이 엄마 친구 부부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뒤 검은 쓰레기봉투에 옷이 벗겨진 채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의 대응도 거센 시위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파티마 안톤의 죽음에 대해 “그녀가 죽은 것은 신자유주의 때문이다”라고 발언했다. 그 뒤 로페스 오브라도르 지지율은 특히 여성들에게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BBC는 “멕시코의 젊은 여성들은 좌파 대통령인 오브라도르가 이전 정부와는 완전 다를 것이라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새 내각에서는 바뀔 것으로 기대를 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아직도 ”나는 두려워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혹은 “자유롭게 걷고 싶다“ 라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페미니스트 단체 회원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에서 페미사이드는 명백한 위기일 뿐만 아니라 집, 학교, 회사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며 ”여성들은 페미사이드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여성이 살기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멕시코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폭력으로 살해당한 멕시코 여성의 수는 3825명으로 이 중 약 1000명 이상이 페미사이드의 피해자였다. 하루 평균 10명의 여성이 남성에 의해 살해된 셈이다. 이렇게 멕시코에서 여성혐오 범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미약한 편이다. 2012~2018년 페미사이드로 분류된 범죄 중 유죄를 선고받은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멕시코 여성들은 페미사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 수사국 설치 같은 같은 더 엄격한 처벌과 당국의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 여성들의 축적된 분노는 더 나아가 파업으로 이어졌다. 멕시코 여성단체는 여성의 날 다음날인 9일 ‘여성 없는 하루’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하루 동안 여성들은 학교, 직장, 상점, 거리에 나가지 않고 외식이나 쇼핑도 하지 않고 집에 머무르기로 한 것이다. 이번 파업은 ‘#여성이 없는 날’과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9일’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해시태그 운동에서 시작됐다.  파업을 통해 여성들은 만연한 여성폭력 그리고 정부의 안이한 대책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표출했다. 멕시코의 일간지 밀레니오(Milenio)는 멕시코 전역에서 3640만 명의 여성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하여 멕시코 여성의 절반 정도가 참여한 규모라고 보도했다. 멕시코 여성들이 총파업에 나서자 정부는 이번에도 여성들의 파업을 음모론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번 파업의 배후에 우파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현지 여론조사 결과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페미사이드 관련 대책에 실망했다는 응답이 8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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