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해 공포를 앞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자산 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법인은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으로 구성하지 못한다. 2022년 7월 전까지 이사회에 여성 1명을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데 기존 여성 인재를 적극적으로 키우지 않아 인재풀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한국의 상장기업 2072개사 중 여성임원 비율은 4.0%,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3.1%에 그쳤다고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에서 여성이 내부승진으로 등기이사를 배출하려면 중장기적으로 여성이 승진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바꾸고 사내 유리천장을 깨는 일이 먼저라고 조언한다. 여성신문은 여성의 성장을 돕고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를 선정하고자 한다.

롯데그룹 남성육아휴직자 교육 대디스쿨. ⓒ뉴시스
롯데그룹 남성육아휴직자 교육 대디스쿨. ⓒ뉴시스

 

“롯데에서 여성 인재들이 유리천장의 벽을 느끼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2017년 롯데지주 출범 당시 신동빈 회장)

롯데그룹은 여성인재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다양한 사고를 가진 인재들이 존중 받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미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다는 신동빈 회장의 다양성 철학에 따라 15년간 여성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한 성과가 나타나 양성 평등의 직장문화로 바뀌고 있다. 입사자 중 절반에 육박한 여성 신입사원이 자연스럽게 CEO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전사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여성 인재 양성을 중요시하는 신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신동빈 회장 ”2022년까지 여성 임원 60명, 과장급 이상 간부 30%까지 확대“

재계 5위 롯데그룹을 이끄는 신동빈 회장은 여성 대표와 임원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롯데그룹은 2004년까지만 해도 임원 승진자 중 여성이 없었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신 회장이 16년 이상 여성인재 육성을 강조하며 시스템을 만들어 여성임원이 늘어나게 됐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롯데그룹은 지난해 4월 여성가족부와 기업 내 성별균형 성장을 위한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을 대기업에서 1호로 맺었다.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은 10개이 경제단체와 여가부가 구성한 민간협의체다. 2022년까지 여성임원을 60명으로 늘리고 과장급 여성 간부 비율을 30%까지 높이겠다고 밝혀 양적,질적으로 여성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신 회장의 일관된 소신을 읽을 수 있다.

신 회장은 여성인재 육성이 생색내기용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지난 2015년 여성 간부와 가진 간담회에서 여성 간부 비율을 높이고 여성 대표를 선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성 임원이 한 자릿 수였던 당시 파격적인 시도였다. 2018년 롯데쇼핑 롭스 대표에 선우영씨를 선임해 롯데그룹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표를 배출했다. 선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1년 만에 롯데하이마트 임원으로 물러나 아쉬움을 자아냈다.

여성인재 육성 기조는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에도 이어진다. 전체 임원 수는 줄이면서도 여성 임원 비중이 오히려 증가했다. 2020년 정기임원인사에서 진은선 롯데칠성음료 디자인센터장, 조수경 롯데슈퍼 온라인사업부문장, 유혜승 롯데홈쇼핑 OneTV부문장, 강수경 롯데첨단소재 선행디자인부문장 등을 승진시키고 양수경 대홍기획 전략솔루션부문장, 장여진 호텔롯데 마케팅부문장, 박미숙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운영팀장 등 3명을 새로 발탁했다. 현재 여성임원은 36명이다. 2022년까지 24명 여성 임원을 늘리면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여성 인재 육성이 가시적 성과로 나타난 데는 신 회장이 사내 여성을 배려한 근무요건과 여성 친화 제도들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에서 유연근무제를 도입과 여성 간부 비중 확대, 자동 여성육아휴직 기간 확대, 육아휴직 복직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가정친화정책을 시행해 여성 고용률을 유지하고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실제로 롯데는 기존 1년이던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까지 늘렸으며 국내 대기업 최초로 2012년 자동육아휴직을 도입해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했다. 자동육아휴직을 시하기 전 2012년 60%대였던 육아휴직 비율이 2018년 기준 95%를 넘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여기에 1년 이상 업무를 손에서 놨던 육아휴직 후 복귀하는 워킹맘들을 돕기 위한 웹기반 학습 시스템인 ‘톡톡맘(Talk Talk mom)’을 운영해 복직하는 두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이밖에도 직장 어린이집을 확대해 육아부담을 덜어주고 있으며 ‘자녀입학돌봄휴직’을 비롯해 직원 생애주기에 맞는 휴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않는 그룹 문화로 롯데그룹 전체 직원 중 여성 직원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 리더십 포럼 ‘롯데 와우 포럼’, 8년째 개최

롯데 와우 포럼은 신 회장이 여성 인재 육성을 장려하며 지난 2012년 처음 시행된 이래 다양성 중심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행사는 여성 인재 등용 폭을 대폭 늘리는 데 발판으로 여성 리더들의 성장을 돕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신 회장은 이 포럼을 통해 다시금 그룹 내 여성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롯데는 지난해 포럼 슬로건을 ‘당신이 이기는 순간들(Your Winning Moments’)를 정하고 조직문화를 주도하는 리더로서 역경을 극복하고 목표를 성취하며 조직 내 ‘위닝 컬처(Winning Culture)’를 만들어가는 방안에 대하 서로 고민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는 올해 처음으로 사원과 대리급 여성 직원들도 참여해 조직 내 여성인재 육성 비전과 의지를 알려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게 했다.

여성이 위로 올라갈수록 남성과 달리 네트워킹하거나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상황을 고려해 마련한 이 행사에서 여성들이 모여 커리어 개발과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고 인맥을 넓히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회사 관계자는 ”영위하는 사업 대부분이 관광, 유통으로 주고객층이 여성이다"며 "회장님이 남성보다 여성이 여성 고객들을 이해한다고 보고 시장 소비자들이 느끼는 상품에 대한 인식과 경영진이 느끼는 갭을 여성 직원들이 아이디어나 방향성을 가져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대기업 최초 의무화 제도를 도입한 남성 육아휴직과 교육프로그램 '대디스쿨' 주목 

롯데는 2017년 전 계열사에서 대기업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초기 업무 손실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배우자의 육아부담을 줄이고 워킹맘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신 회장이 주문한 특단의 조치다. 남성 직원들은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소 1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하면서 ‘육아휴직 쓰는 남성’ 공식이 생겼다. 경제적 이유로 육아휴직을 꺼리는 타 회사와 달리,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써도 휴직 첫 달 쉬더라도 급여가 깎이지 않는다. 임신과 출산이 축하받는 일로 말할 수 있음은 물론 육아의 고충을 알게 돼 배우자들이 환영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2017년 1100명이었던 남성육아휴직 사용자가 2018년 1900명에 이를 정도로 남성 육아휴직이 정착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롯데는 남성육아휴직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롯데 대디스쿨’을 2017년부터 병행하고 있다. 대디스쿨은 남성 직원이 집에서 육아분담과 관련한 노하우, 자녀의 연령별 특징 등을 나누고 남성 육아휴직을 권장하기 위한 목적을 기획됐다.

남성육아휴직 자체가 일과 가정의 양립은 물론 육아에 대한 인식과 행동 변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가 지난해 6월 남성육아휴직을 경험한 직원의 배우자 100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전후 남편들의 행동 변화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육아휴직이 매우 도움이 됐다’, 19%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답해 90%이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배우자들은 가장 도움이 된 측면으로 가사와 육아를 함께 한다는 ‘심리적 위안’을 꼽았고 육아휴직 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자녀와 친밀한 관계 유지’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롯데그룹 상장사는 여성 직원의 수가 남성직원보다 많음에도 연봉은 남성직원들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아 성별 평군 임금 격차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아쉬움을 남겼다.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여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2016년 기준 2536만원으로 남성 5779만원의 43.7%에 그쳤다. 회사 관계자는 ”산업군 별 직무 차이가 나며 직무와 직급에 따른 급여 차이“며 ”공시에서 직무와 직급을 고려하지 않는 단순 비교로 하는 일이 같다면 실제로 연봉이 같다“고 해명했다. 여성 인재들이 아직까지 직급이 낮다보니 평균 연봉이 낮은 측면이 있으나 여성 간부 육성을 진행 중으로 비중이 늘고 있어 직급 수준이 비슷해지고 연봉 차이가 줄어들 것으로 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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