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겐 ‘왕배짱’, 지역에선 ‘자야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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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에서 박순자를 모르면 옛날 말로 ‘간첩’이다. 86년 스물여덟에 시정자문위원을 시작으로, 같은 해 시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등을 지낸 ‘화려한’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91년 초대 교육위원, 95년 도의회 의원을 지내면서 내건 화두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은 덕이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삶의 질을 높인다’. 박순자(45) 한나라당 안산시단원구지구당 위원장이 10년 가까이 몰두해 온 화두다. 지방의회에서 8년 일하는 동안 줄곧 천착해 온 것도 ‘지방화시대’였다. 그가 2001년 영국에서 쓴 책 ‘지방자치와 여성정책’은 여성 정치후보생들에게 경전처럼 읽혔다.

“옛날엔 제조업이 흥해 안산이 괜찮았죠. 지금은 침체와 가난이 먼저 떠오릅니다. 지역경제를 살려 활기를 되찾아야죠. 문화와 교육, 환경이 어우러지는 도시로 만들려면 아무래도 중앙으로 가야겠어요.” 박 위원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다.

‘상향식 공천’이 새 흐름이 된 마당에 혼자서 다짐한다고 될 일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그의 활동은 ‘상향식’이 공론 화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고, 지난해 9월 자연스레 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지구당을 맡자마자 대선을 치렀고, 지역구 12개동을 줄기차게 돌면서 ‘정책토론회’를 열면서 민심을 터득했다.

“정치는 생활입니다. 몇몇 명망가와 특정인물에 집중된 정치는 설 곳이 없어요. 국민의 삶 속에서 문제를 찾고, 그것을 풀어가는 행위죠. 살림하는 여성이 정치를 더 잘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열혈 지지자들 ‘자야클럽’ 만들기도

박 위원장 자신감의 원천은 지역구민이다. 구민들도 그에게 힘을 준다. 얼마 전엔 박순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야클럽’이란 팬클럽도 만들었다. 회원 300여명이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지역현안을 논의하고 친목도 가꾼다. 박 위원장은 “남성보다 돈과 조직이 열세한 여성에게 이런 모임은 큰 힘이 된다”고 귀띔했다.

팬들의 극성(?) 탓에 그는 요즘 하루 열 몇 개나 되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새벽 6시에 집을 나서 동네 배드민턴장과 등산로를 돌고, 점심때까지 지역당정협의회 등 밀린 업무를 본다. 오후엔 갖가지 지역행사에 들르고, 밤엔 상가에서 보내기가 일쑤. 기자와 만난 지난달 27일엔 퍼붓는 비를 뚫고 노래방 개업식, 상가 2곳을 들러야 했다.

이렇게 바쁜 엄마를 자식들은 원망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처음엔 왕배짱 엄마라고 불렀어요. 아이들이 고교생 땐 혼자서 옥스퍼드 유학도 다녀올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은 대학생 된 딸 아들이 저를 돕습니다.”

박 위원장은 아이들 자립심을 키우려고 어렸을 적 넘어져도 일으켜주지 않을 정도였단다. 경기도 교육위원 시절, 아이가 아프다는 담임선생의 전화를 받고도 학교에 가지 못한 그다.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게끔 한 ‘모정’이었지만, 미어지는 가슴은 그도 달래지 못했다.

“여성이 정치를 하려면 가족의 동의와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내와 엄마의 자리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죠.” 여성이 나서는 데 걸림돌이 어디 한두 가지랴. “지금 여성 후보군이 아예 없어요. 남성들이 여성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죠. 여자들, 도전정신을 가져야 해요.”

정치권이 여성할당을 당헌당규에 넣긴 했지만, 숫자를 제대로 채울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박 위원장. “지역구 의원 230명 중 30%면 70명 정도죠. 안된 얘기지만 10%를 채울 지 의문이에요. 지금이라도 당이나 단체에서 훈련을 거쳐야 합니다.”

부드러운 리더십 만들 터

그는 지금 한나라당 부대변인도 겸하고 있다. 보수색깔이 짙은 한나라당에서 일하는 게 괜찮냐고 물었다. “처음엔 엄청 보수적인 분위기라 저도 무척 놀랐어요(웃음). 지금은 젊고 개혁적인 인사가 많습니다. 경륜있는 이들은 혜안이 있어요. 세대가 어우러져야 폭넓은 대안이 나오죠.”

박 위원장 스스로는 어느 세대에 속할까. “저 미래연대 운영위원입니다. 나이도 40대고요. 젊은 여성을 대변해 개혁을 요구할 겁니다.” 참여정부에 대해서도 잘 한 건 칭찬하고, 못한 건 끝까지 지적하고 싶다는 그다.

“어려서부터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죠. 정치인으로서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영국의 대처 수상처럼요.” 불혹을 넘긴 박 위원장의 ‘흔들리지 않는’ 꿈이다.

▲58년 경북 군위 ▲84년 선애유치원장 ▲86년 안산시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91~99년 경기도의회 의원 ▲2001년 여성과지방자치연구소 이사장 ▲2002년 한나라당 부대변인 ▲2002년 한나라당 미래연대 운영위원 ▲2002년 9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지구당 위원장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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