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명문 UCL 새 학칙 도입
교수의 권력 남용 막기 위한 조치
하버드, 예일은 성관계도 금지

UCL 페이스북 캡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이 교수와 학생의 연애를 금지하는 학칙을 도입한다. ©UCL 페이스북

영국의 명문대학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이 교수와 학생의 연애를 금지하는 새 학칙을 발표했다. 학생을 평가하고 학위를 주는 교수가 ‘갑’의 지위에서 제자와의 사적인 관계를 악용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UCL의 새 학칙에는 △학업상 직접 관련이 있는 교직원과 학생 사이에 개인적이거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말 것 △교직원은 학생과 적절한 신체적·심리적 거리를 유지할 것 △수업, 학위로 직접 연관되지 않은 교수와 학생도 연애를 할 경우 학교에 보고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학교는 학칙 개정에 대해 “학생들을 잠재적인 권력 남용으로부터 보호하고 이해관계의 충돌과 기밀성 침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UCL은 2013년 로햄턴(Roehampton)대학, 2018년 그리니치(Greenwich)대학에 이어 영국에서 세 번째로 교수 등 교직원과 학생 간의 사적인 관계를 금지하는 학칙을 도입했다. 러셀그룹 중에는 첫 번째다.

영국 가디언지는 학생과 교수가 친밀한 관계를 맺은 사례를 통해 이른바 ‘합의된 성관계’의 허점과 위계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지적했다.

석세스 대학을 다니는 앨리슨 스미스씨는 인터뷰를 자신을 가르치는 리 솔터 교수의 지적 능력과 평소 태도에 끌리며 사적인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남성 교수의 행동은 점차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결국 솔터 교수는 스미스씨 폭행 혐의로 징역 22주에 집행유예 18개월을 선고받았다. 스미스씨는 “교수와 학생 간 연애 금지 조치는 필요하다”며 “최소한 ‘나는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학내 상담창구가 있다면 권력 불균형으로 인한 폭력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영국보다 더 강력한 학칙으로 교수와 학생간 사적인 관계를 금지하고 있다. 예일대는 2010년부터 교수와 학생간 연애와 성관계를 금지했고 하버드는 2015년 이 같은 내용의 학칙을 도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들은 학생과 교수와의 연애 문제를 개인의 자유라며 옹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수가 학생과 연애를 하면 다른 학생들이 교수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20대 초반의 어린 학생과 교수 사이에 권력 관계가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학생들이 권력적 지위를 휘두를 수 있는 교수에 의해 성적 침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수가 학생과 연애를 할 때 연애를 하지 않는 다른 학생들이 교수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교수랑 연애를 하는 대학생들은 비록 성인이지만 만 18세에서 22세에 불과한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는 권력 관계가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쪽이 상대방에 비해 높은 권력의 위치에 있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권력 남용으로 끝날 위험이 더 높다고 경고한다.

성적 위법 행위를 종식시키기 위한 정책 연구를 하는 단체 ‘1752 그룹’과 ‘전국학생연합’은 2018년이 학생 18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는 “교수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에선 교수와 학생이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에 강제로 막아서는 안된다고 주장도 나온다. 가디언지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교수와 학생의 연애가 낭만적으로 소비되는 대중 문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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