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회규범 지수 발표
​​​​​​​한국은 87% 편견 있어

2018년 4월 7일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차별과 성폭력에 반대하는 구 홍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8년 4월 7일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차별과 성폭력에 반대하는 구 홍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엔이 전 세계 사람의 90% 가량은 여성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유엔은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거주하는 75개국의 정치와 교육 등 분야의 편견을 분석, 성 사회규범 지수(Gender Social Norms Index·GSNI)를 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남성 응답자의 91%와 여성 응답자의 86%가 정치, 경제, 교육 분야에서 적어도 한 가지의 편견을 갖고 있다고 나타났다. 특히 약 50%는 ‘남성이 더 우월한 정치 지도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40% 이상은 ‘남성이 더 나은 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3분의 1은 남성이 아내 등 파트너를 때리는 것이 용인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보고서는 조사 대상 75개국 가운데 성평등이 실현된 나라는 없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75개국 가운데 안도라, 호주,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6개국만이 응답자의 50% 가량이 성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결과가 나왔다. 영국과 미국도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여성에 대해 적어도 하나의 편견을 갖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한 가지 이상의 젠더 편견을 갖고 있는 비율이 87.07%로 집계됐다. 젠더 편견이 없다고 답한 경우는 12.93%였다. 정치 분야 편견이 63.68%, 경제 분야는 53.44%, 교육 분야 편견은 25.67%로 나타났다.

페드로 콘세이상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보고서 담당자는 “우리는 모두 남성 중심적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보고서를 통해 편견 뒤에 있는 수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고 연구 목적을 밝혔다. 또 “이 보고서는 반복되는 패턴의 악순환을 보여준다”면서 “기본적인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와 권한 부여는 큰 진전이 있었지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영역이 생기면 여성문제는 벽에 부딪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여성의 역할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기대가 여성들에게 편견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이 보고서에 대해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있지만 다른 많은 국가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일종의 백래시(backlash·저항)”라고 분석했다.

UNDP의 젠더팀의 라켈 라구나스(Raquel Lagunas) 이사는 “유한개발 계획은 여성의 권리에 대한 백래쉬를 매우 의식하고 있는 상태다” 며 “최근 태도 변화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보고서의 결과를 보면 앞으로의 길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걱정했다.

또 UNSP는 “우리는 정치 권력, 경제 권력 등 분야의 핵심 영역에서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와 노력을 두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보고서가 인용된 국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게하여 더 많은 양성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각국 정부들와 대화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또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까지 21억명의 소녀와 여성이 살고 있는 67개국이 우리가 연구한 어떤 주요한 양성 평등 목표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 또 양성평등이라는 진보에 속도를 올리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더 빨리 움직여야 하며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UNDP은 각국 정부들에게 여성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강화된 법률과 정책을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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