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 개혁 공천 희생양은 여성 후보...30% 약속은 공염불
남성 중심 개혁 공천 희생양은 여성 후보...30% 약속은 공염불
  • 정다연 기자
  • 승인 2020.03.05 16:12
  • 수정 2020-03-06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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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 참여도 100점 만점 중 17점, 193개국 중 124위
정치 성향 관계없이 임계점 넘겨야 남성중심 관행 개선
양당 개혁공천·인적쇄신에 여성 공천 비율 30%는 뒷전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공천 30% 의무화 하는 법안 발의를 발표했다. ⓒ뉴시스·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공천 30% 의무화 하는 법안 발의를 발표했다. ⓒ뉴시스·여성신문

4·15 총선을 앞두고 21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이 20대 국회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각 당은 개혁공천을 명분으로 지역구 여성공천 비율 30% 권고는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국내외 학자들은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남성중심의 관행 개선이 가능해지는 임계점을 30%로 본다. 전체 여성 의원 확대 방안은 마련하지 않은 채 어렵게 선수를 쌓은 여성 의원을 배제해 여성의 정치 참여도를 떨어트리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외교협회(CFR)가 발표한 '여성 파워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정치적 평등성 점수는 100점 만점에 17점으로 조사대상 193개국 중 124위로 나타났다. 정치적 평등성 점수는 여성의 정부·의회 진출 수치를 조사한 것이다.

각 당이 공천 개혁을 추진하면서 실제로 여성 의원들이 공천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각 정당이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 30%’도 지키지 못하는 가운데 여성 후보자는 점점 줄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여성 장관들 지역구 절반만 여성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현역 의원의 20%를 교체하는 개혁 공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은 경선을 치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단수 공천은 원외 인사들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교체되는 의원 수가 3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남인순 의원 등은 ‘지역구 여성 공천 30%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국고 보조금을 감액한다'라는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지만 20대 국회가 끝나도록 통과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 여성공천 비율 30%도 요원하다.

더불어민주당 3선인 유승희 의원(서울 성북갑)은 김영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경선 끝에 탈락했다. 유 의원은 경선 결과에 대해 "저에 대한 당원과 주민의 신뢰와 믿음에 비해 너무 왜곡된 결과가 나왔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고 당헌·당규에 따라서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다선 여성 의원들이 장관으로 나가며 불출마하게 된 자리에도 여성 공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총 4명의 여성 의원들 자리는 절반만 여성으로 채워졌다. 

4선 의원이었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은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전략공천을 받았다. 구로을은 서울시의원을 세 차례나 지내고 서울시의회 부의장을 역임한 조규영 예비후보가 경선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이 윤건영 후보를 공천해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여성 후보자가 지역구 신청을 했지만 경선조차 거치지 못하고 남성 후보가 단수 공천을 받은 것이다.

3선 의원이었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지역구인 경기 고양정에는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전략공천을 받았다.

5선 의원이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서울 광진을은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전략공천을 받아 선거를 준비 중이다. 재선 의원이었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병은 홍정민 변호사가 공천을 받았다.

 

지난달 미래통합당 전직 의원 등 여성 당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공천 30%를 촉구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달 미래통합당 전직 의원 등 여성 당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공천 30%를 촉구했다. ⓒ뉴시스·여성신문

통합당, 인적쇄신 좋지만 여성 공천 열악

미래통합당은 지난해 11월에 일찍이 개혁 공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21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기 위해 현역 의원의 3분의 1 이상을 공천 배제하고 20%는 경선으로 탈락시키겠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초선 비례대표인 김순례 의원인 경기 성남분당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배제됐다. 김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던 경기 성남분당을에는 김민수 전 자유한국당 성남분당을 당협위원장이 단수로 공천을 받았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에 대한 컷오프 결정은 혁신을 빙자한 희생수단"이라고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공관위는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모든 분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은 검토 절차를 밟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희생과 헌신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3선인 이혜훈(서울 서초갑) 의원은 이번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뒤 험지 출마 요구에 따라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로 추가 공천을 신청했다. 통합당은 서울 서초갑에 이혜훈 의원 대신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배치했다.

재선인 이은재(서울 강남병) 의원도 공천에서 배제된 이후 공관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이은재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남병의 공천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부대표는 "여성 의원들은 네트워크나 자원 측면에서 남성 의원들보다 영향력이 없다. 그러다 보니 공천 경쟁을 두고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남성 중심의 논리에 따라 여성 의원이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며 "각 당의 지도부는 여성 대표성을 고려한 공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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