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딸맘의 느낌표를 찾아서] ② 십 년 넘게 어린이집에 다녀보니
[세딸맘의 느낌표를 찾아서] ② 십 년 넘게 어린이집에 다녀보니
  • 송은아 혜윰뜰 작은 도서관 관장·프리랜서 브랜드컨설턴트
  • 승인 2020.03.12 09:25
  • 수정 2020-03-12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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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가 있는 집에서 자라 세 딸의 엄마가 되어 틈틈이 일하고, 틈틈이 봉사하는 이야기를 매주 함께 합니다. 세 아이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딸들이 살아갈 행복한 미래를 그려봅니다.]

어린이집 가는 길. ©송은아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세 딸들. ©송은아

 

첫째 아이를 낳았던 십 년 전, 아이를 돌봐줄 베이비시터를 알아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금은 대중화된 가정집 CCTV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를 때린다거나 데리고 멀리 데리고 가 버렸다는 둥 흉흉한 이야기들이 나돌았다. 양가 부모님께서 아이를 봐주실 여건이 되지 않아 8개월에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했다. 결혼 후부터 살게 된 낯선 동네엔 알고 지내는 이가 한 명도 없어 지역 맘카페를 통해 어린이집 정보를 수집하고 남편과 함께 방문했다. 4세까지 나이 제한이 있는 작은 가정형 어린이집엔 어린아이들이 모여서 간식을 먹는 모습이 귀엽다기보다 애처로웠다. 원장선생님과 면담을 해보니 그 곳은 우리 부부가 찾던 기본에 충실한 어린이집이었다. 내게 정시퇴근은 거의 없었으므로 저녁반이 운영되고, 먹거리가 튼실하고, 현란한 이름으로 포장된 특별 활동을 하지 않는 곳을 우리는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입학한 후에도 언어로 의사 표현할 수 없는 연령의 아이를 남에게 맡긴 것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이었다. 어린이집 생활을 살짝 엿볼 요량으로 아이와 인형으로 역할 놀이를 하기도 했다. 아이가 흉내 내는 선생님 인형은 상냥하고 세심히 아이 인형을 보살펴주었다. 우리집 아이들은 가장 일찍 어린이집에 등원해서 가장 늦게 하원 했다. 그 어린이집을 만날 수 없었다면 아이 둘 낳고 계속된 워킹맘 생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원장님과 선생님들은 선배 엄마로서 일하는 워킹맘들을 힘껏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었다. 내가 아플 때, 힘들 때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친정과 같이 고마운 곳이었다. 워킹맘이 맘 놓고 일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라고 소문이 나서 대기 인원이 많은 인기 있는 어린이집이 되었지만, 건물 임대와 경영상의 문제로 첫째 아이가 졸업할 무렵 어린이집은 폐원했다. 초등학생이 된 우리 집 아이들은 아직도 그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보고 싶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야근하는 엄마를 기다리느라 아이들은 별을 보며 어린이집에서 퇴원했다. ©송은아
야근하는 엄마를 기다리느라 아이들은 별을 보며 어린이집에서 퇴원했다. ©송은아

 

다니던 가정형 어린이집의 폐원과 졸업이 맞물려 첫째는 유치원으로, 둘째는 집 근처 구립어린이집으로 옮겼다. 거주하던 지역구의 보육정책위원회에 학부모대표로,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린이집의 심의를 맡은 적 있어 원의 운영 방향이나 원장선생님 성향에 대해 알고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새로운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3월이 되어 실망했다. 구립어린이집 위탁 및 원장채용 심의에 워킹맘을 위한 시간 연장 보육에 대해 굳건히 약속했었던 어린이집은 “4시쯤에 대부분 하원 한다”거나, “4시 넘어서는 당신 아이만 있다”라는 말로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암묵적으로 단축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가 흔한 것이어서 표면적으로 어린이집 운영 시간은 일하는 부모의 퇴근 시간에 맞춰있지만, 현실적으로 워킹맘의 자녀들이 퇴근 시간까지 머물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조부모나 시터의 도움 없는 독립 육아는 맞벌이 부부가 원한다고 해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첫째가 초등 입학을 앞두고 있을 때 남편의 직장 근처로 이사 오게 되었고, 어린이집을 다니던 둘째, 셋째는 남편 회사의 직장어린이집으로 입학했다. 이 곳 분위기는 내가 그동안 보아왔던 어린이집들과 사뭇 달랐다. 부모와 아이가 현관문 앞에서 헤어져야 하는 타 어린이집과 달리 어린이집 내에 부모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원에 맡겨진 아이들의 상태, 실내청결도, 선생님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볼 수 있어 부모들은 어린이집을 신뢰할 수 있다. 금남의 집인 듯 엄마들이 전적으로 아이들의 등하원을 떠맡는 어린이집들과 달리 아빠들의 등하원 참여 비율이 높다. 출근 시간을 서둘러 나온 아빠들이 여자아이들의 머리를 묶어주거나 동화책을 읽어 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함박 미소로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빠들의 그림과 같은 모습은, 내 남편은 아닐지라도, 아침 시작을 상쾌하게 해준다. 부모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장난감 소독 봉사를 하거나 급식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퇴근 후에 부모 참여 수업이 이루어진다. 아이들도 부모와의 분리가 불안하지 않는지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왔을 때 아이들은 친구들과 더 놀고 싶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하는 직장 내 분위기와 제도가 매일 아이를 키우면서 마음 졸이며 걱정하는 워킹맘의 육아 부담을 줄여주고, 워킹파파가 적극적으로 육아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 것이다. 낯설지만 지극히 정상스러운 육아 풍경이다. 세 딸들이 워킹맘이 될 때 손자들을 돌봐줘야 할 것 같아 오래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마땅한 어린이집을 만날 수 없어 절절매는 모습이 벌써 부터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부부들에게 일상 속에서 새 생명이 더해지는 것이 자연스럽고, 대단한 결심을 하지않아도 될 날들을 딸들이 살게 되길 바래본다.

송은아 혜윰뜰 작은 도서관 관장·프리랜서 브랜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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