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연차’쓰라는 기업들… “강제 연차는 근로기준법 위반”
코로나19에 ‘연차’쓰라는 기업들… “강제 연차는 근로기준법 위반”
  • 조혜승 기자
  • 승인 2020.02.28 16:14
  • 수정 2020-03-04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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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기업들 예방 차원서
자발적 연차 사용 권유
일부는 강제 연차 의혹도
노무사 “연차는 근로자의 권리...
회사가 사용 강요할 수 없다.
연차 시기 지정도 법 위반”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전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휴원한 27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동화유치원에서 교사가 휴원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경보단계를 ‘심각’ 상태로 격상하면서 예방을 위해 각 기업 실정에 맞게 시차출퇴근제와 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라는 권고를 내린 가운데 일부 기업이 직원의 개인 연차를 강제로 소진하게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는 전날 오후 사내 공지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근무 밀집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2월 28일부터 3월 6일까지 6일간, 매일 팀별로 50% 인력만 근무하도록 해주기 바란다. 3일은 근무하고 3일은 연차를 사용해 달라”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월 말까지 출근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려면 출근율 50% 수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연차 소진을 강제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일부 인터파크 직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연차 사용에 대한 불만을 터트렸다. 쿠팡과 11번가,이베이코리아,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연차 사용 없이 전 직원들에게 자율적 재택근무 지침을 내린 상황에서 인터파크가 연차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국가 권고 사항에 역행한다는 비판이다. ‘재택근무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는 자조마저 나왔다. 

인터파크의 한 직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지에 '자발적인 연차 소진에 많이 참여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 팀장들이 직원들에게 연차 사용을 강요하거나 통보하는 게 현실"이라며 "일부는 날짜 선택권 없이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벌써 연차 9개를 소진했다”,  ”직급자가 돌아다니며 넌 언제 연차를 쓰라고 지정해 준 층도 있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인터파크 측은 강제 연차 휴가 소진이 오해가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예방 차원에서 인원 밀집도를 줄이기 위해 사무실 근무자 수를 줄이기로 했다"면서 "직원들에게 다음주 연차 사용을 해달라고 연차를 사용하면 좋겠다고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팀원 모두가 연차를 쓰면 업무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근무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이라면서 "연차서류를 받으려고 독촉하고 연차 시기까지 강제한 적은 없다"고 했다. 재택근무 관련해서는 “인터파크는 여행업으로 분류될 정도로 여행 업무의 비중이 큰데, 여행 분야는 개인정보를 다루는 보안 이슈가 있기 때문에 직원 모두 재택근무를 실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대기업도 연차 사용을 둘러싼 잡음이 나왔다. 롯데쇼핑은 지난 26일 오는 3월부터 직원들에게 연차 사용을 권고하면서 근무시간을 한 시간 단축하는 근무 지침을 공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본사와 전 영업점, 슈퍼와 롯데마트 전 직원에게 다음달부터 연차를 일주일 쓰도록 지침을 내렸다. 연차 5일에 추가 2일을 더해 영업일 기준 총 7일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던 근무시간을 오전 9시30분 출근에 오후 5시30분 퇴근으로 변경했다.

직원들 간 감염을 피하기 위해 출근시간을 30분 늦추고 퇴근시간을 30분 당기자는 고육지책으로 시간 외 수당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사 측의 이번 조치에 한 롯데 직원은 “회사의 강제 연차 소진에 월급이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롯데쇼핑 측은 연차 사용에 대해 직원의 자율의사에 따라 사용 가능하며 강제에 따른 연차 사용이 아닌 자율의사에 따라 진행 가능한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출퇴근 시차 단축 근무도 러시아워 출퇴근에 따른 감염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단축근무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상황을 지켜본 후 변경할 예정이며, 시간 외 수당 역시 마찬가지”라며 “직원들 건강 관련해 단축근무를 시행함에 따라 그 시간만큼 시간 외 수당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는 등 현 상황에 어느 때보다 임직원들의 건강과 가족 돌봄이 중요한 시기라 판단해 해당 제도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업계에선 종근당과 JW중외제약이 영업직에 한해 강제적으로 연차 사용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종근당은 대구 지역 영업사원들에게 강제적으로 연차 사용을, JW중외제약도 병의원 영업을 금지하고 원외활동을 자제하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약업체 직원은 커뮤니티에 “본인 의도치 않게 코로나 의심증상이 생긴 경우 자가격리 후 재택근무 혹은 개인연차를 사용하라는데 재택근무가 안 되는 업종의 경우 무급 휴가가 아닌 개인 연차를 써서 가는 회사가 있나요? 우리만 이런가요?”라고 성토했다.

대구·경북 지역은 약품 처방량이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제약업계에서 중요한 지역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또 업무 특성상 하루에 수십 곳의 병의원을 드나드는 영업사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직원 건강 악화는 물론 슈퍼 전파자가 돼 영업장과 고객사에 피해를 줄 수 있어 고민이 깊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르면 사용자(회사)는 1년 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격리 대상이 아닌데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연차 휴가를 사용하게 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 연차 사용 시기 역시 근로자가 정하도록 돼 있으며 회사가 그 시기를 통보해서는 안 된다.

노무법인 로앤 문영섭 노무사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연차 사용에는 연차 사용 신청과 연차 대체 합의 제도가 있다”며 “회사가 성의로 ‘이런 상황이 있어 일주일 정도 연차 쓰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해 근로자가 승낙하고 신청 후 회사가 승낙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내용이 강제 연차 소진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연차 시기를 지정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강조했다.

근로자가 연차 신청을 하지 않았으나 회사가 근로자 권리인 연차 신청을 강제한 것으로 회사가 연차 시기 변경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 여부는 판단 여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차 사용이 적법해지려면 연차대체 합의를 받아야 하는데 선정된 근로자 대표와 회사가 합의를 해서 시기를 정해야 연차가 인정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연차사용 신청권은 온전한 근로자 권리로,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신청에 대한 시기변경 권한은 회사의 권한이지만 신청 자체가 근로자 권리인 연차 신청을 강제했다면 연차 시기 변경권을 회사가 행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임산부와 돌봄자녀가 있는 직원을 재택근무를 시키지 않아도 되느냐’는 질문에, 문 노무사는 “국가가 임산부 등 재택근무하라는 내용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으로 회사에서 확진자와 격리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법률적 기준으로 보면 단순히 우려나 염려에 해당한다”며 “휴업하면 휴업수당이 나오는 것과 별개로 코로나19로 인해 의무적 사항이 아니며 (임산부와 돌봄자녀가 있는 직원을 보호하는) 법률이 없는 메르스 당시와 같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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