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법] 직장 내 괴롭힘의 ‘2차 피해’ 근거 규정은 어디 숨어 있나요?
[모두의 법] 직장 내 괴롭힘의 ‘2차 피해’ 근거 규정은 어디 숨어 있나요?
  •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
  • 승인 2020.02.28 10:36
  • 수정 2020-02-28 1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 공기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자문요청을 받았다. 문제된 사실관계 중 일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다른 일부는 그 괴롭힘에서 파생된 2차 피해로 볼 만한 것이어서 두 가지로 분류해서 회신했다. 그러자 이어진 질문.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의 2차 피해 유발이 금지된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나요? 못 찾겠는데요! 2차 피해가 맞는 것 같기는 한데, 대체 이걸 무슨 근거로 징계를 하죠?’ 그래서 필자도 순간 멘붕! ‘가만있자, 괴롭힘 관련으로는 2차 피해라는 용어를 직접 명시해 두지는 않았던 것 같기는 한데. 하지만 근거가 없을 리가 없을 텐데.’ (그렇다. 평소 법전 보기를 돌 같이 하다보면 반드시 이런 사달이 난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성희롱에 관해서는 법원의 판례뿐만 아니라 우리 법조문 자체도 ‘2차 피해’라는 용어를 명시하고 있고, 그 내용을 대단히 꼼꼼하게 예시해 두고 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3조 제3호가 그 예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은 ‘2차 피해’ 대신 ‘불리한 처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위 조항에 담겨있는 내용도 2차 피해의 여러 유형들에 해당한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에서 정하는 내용을 좀 더 폭넓게 확대하고 상세하게 해 둔 것이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3조 제3호다. 그리고 남녀고용평등법 제37조 제2항 제2호와 제38조에 의거하여 사업주 이외에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직접 유발한 사업주 아닌 행위자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2차 피해(추가 피해) 유발자에 대한 징계처분을 명시하고 있는 조항도 별도로 있는데, 이는 양성평등기본법 제31조 제5항이다.

이처럼 성희롱에 대하여는 명백한 근거가 있는데, 그러면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는? 대체 어디에 감춰져 있기에 우리를 이토록 당황케 하는 걸까?

우리가 흔히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고 부르는 법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및 제76조의3을 가리킨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을 보면, 그 규율내용과 방식이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와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에 대응하는 것으로, 바로 위 제76조의3 제6항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기인하는 2차 피해의 유발을 금지하는 근거 규정이라고 해석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다시금 문제 발생! ‘그런데요, 좀 이상해요. 여기에 2차 피해라는 말은 없잖아요. 그렇죠?’

맞다. 성희롱의 경우에는 법문언 상에서 ‘2차 피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근로기준법에서는 ‘2차 피해’라는 용어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입법취지와 조문구성, 규율방식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을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를 수 있는 2차 피해에 관하여 정하는 법조문으로 볼 수 있다는 데에 이견의 여지는 없다.

근로기준법의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 간행한 매뉴얼 자료를 보더라도 그러하다.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규율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선례를 적극적으로 참조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의 “불리한 처우”에 해당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에서 예시하는 바를 고려하도록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이 성희롱에 관한 2차 피해를 예시하는 조항이라는 점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비슷한 취지의 유관 조항은, 그래서 한 번에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터인데 입법과정에서 그렇게까지 세심한 고려가 이루어지지는 못한 것 같다.

궁금증은 남는다. ‘네, 그러니까 그 조항이 2차 피해에 관한 것이군요. 그런데 저 규정에서는 사용자가 하면 안 되는 것들만 정해놓고 있는 것 같은데요? 사용자 아닌 평범한 근로자가 입힌 피해가 문제될 때는 근거가 없는 거잖아요? 법에 그렇게 쓰여 있잖아요?’

충분히 나올 법한 의문이다. 한 번 더 법조문을 들여다보자.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같은 법 제76조의3 제6항, 즉 2차 피해 유발금지 조항을 위반할 경우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리고 같은 법 제115조는 사업주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행위자로서 제76조의3 제6항을 위반하면 그 직접 행위자를 처벌한다고 정한다. 이를 종합하면 ‘사용자’ 아니어도 처벌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법률가가 아닌 일반인의 눈으로는 쉽게 찾을 수 없거나 또는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워서 근로기준법이 ‘사용자’가 범하는 2차 피해만을 금지해 두고 있는 것이라 오해할 여지가 크다. 하지만 위와 같이 근로기준법의 여러 조항을 함께 해석하면 직장 내 괴롭힘의 2차 피해 유발은 단지 사용자에게만 금지되는 것이 아니며 일반적으로 금지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자, 이제 거의 다 왔다. 마지막 논점. ‘네, 이제는 알겠네요. 근데요, 징계기준 표목에서 2차 피해라는 항목은 아무리 찾아봐도 못 찾겠는데요. 그러면 징계처분을 어떻게 하나요? 근거가 없잖아요!’

그럴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과 그에 따른 2차 피해를 비위 유형으로 명시하여 그 양정기준을 내부적인 징계규정 상에 분명하게 마련해 둔 곳도 물론 있겠지만 비위 유형 중에 ‘2차 피해’라는 내용을 포함해 두지 않은 곳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려할 이유는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의 2차 피해는 위에서 본 것처럼 법이 엄격히 금하고 있는 것인데, 법률에서 금하는 내용을 위반하여 심지어 형사처벌 대상에도 해당되는 것이라면 이는 당연히 ‘품위유지의무 위반’ 항목으로 포섭된다. 사실, 성희롱이나 성폭력, 성매매의 경우에도 이를 포괄하는 비위행위의 상위 유형은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다. 그러니 무얼 걱정하리오.

관련 법제가 처음 마련되어 시행된 때로부터 어느 정도 시일이 흘렀지만 아직도 실무 일선에서는 그 해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들을 많이 본다. 직장 내 괴롭힘이야 시행된 지 이제 겨우 7개월 남짓 되었을 뿐이니 오죽하랴. 그래도 괜찮다. 너무 조급해 할 이유는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의지적으로 세상을 조금씩이라도 바꾸어 나가고자 한다는 데에 있다.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차분히 확인하고 검토하면서 노력해 나간다면 지금보다는 분명히 나아진 내일을 반드시 맞이하게 될 것임을 믿는다.

박찬성 변호사
박찬성 변호사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