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의 역설과 좋은 국가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의 역설과 좋은 국가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0.02.27 13:31
  • 수정 2020-02-27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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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정책은
능력있는 정부·국민 신뢰가 전제
코로나19로 좌절한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으려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둬야

 

스웨덴 사람들은 왜 세금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인데도 조세 저항이 낮을까에 대한 이론적 근거와 설명에 대한 정치이론 세미나가 지난 주에 있었다. 세금은 높지만 조세 저항이 낮거나, 정치난민 유입이 인구 대비 세계에서 가장 높아도 아직도 정치난민 유입정책에 관대한 것을 두고 스웨덴의 역설이라는 내용으로 소개되기도 하는 내용이라 학생들의 관심은 컸다.

두 가지 주장이 뜨겁게 경쟁했다. 일부 학생들은 지불하는 세금이 가져다 주는 사회적 보상에 대한 기대가 더 크기 때문에 조세 저항이 자연스럽게 낮게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다른 주장은 세금정책이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구성된 정부가 의회를 거쳐 예산이 결정되므로 통치의 정당성에 근거한 민주국가의 시민으로 당연이 따라야 할 절차라는 논지로 반박했다. 스웨덴의 시민의식이 높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두 가지 주장 모두 이론에 근거한 주장으로 손색이 없었다. 첫 번째 주장은 효용 극대화의 원칙에 따라 비용과 보상의 관계를 규명한 합리적 선택이론에 근거하고, 두 번째 주장은 시민의 상호적 관계속에서 형성되는 민주적 의식과 관행에 충실한 사회적 제도주의론에 근거한다. 여기까지는 각각 차용한 이론의 틀속에서 설명되므로 이론적 근거와 설득적 논리에 대한 장단점 논의로 정리되었다.

학생들과의 토론에서 더 흥미를 유발한 질문은 조세개혁을 지향할 때 어느 한쪽도 손해를 보지 않고 개혁을 완성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였다. 흔히 상호 ‘윈윈’할 수 대안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좌파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는 학생들 중에서는 복지제도의 현상 유지나 일부 저소득층의 지원 확대를 위해 고소득층의 세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얼핏 보면 이 주장은 한 쪽의 일방적 손실이 다른 한 쪽의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질문이 원하는 답을 주지 못하지만, 이를 주장하는 쪽의 주장은 첫 번째 이론의 응용적 해석으로 저소득의 참여와 기여에 따른 사회적 가치가 더 창출되어 고소득층의 이익은 보전되므로 세금은 비용이 아닌 보이지 않는 기대소득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아무도 손해보지 않는 최적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우파의 주장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고소득층의 세금을 낮추고, 법인세도 낮추는 대신 부가가치세 등의 일반소비세를 높이면 세금이 낮아진 만큼 고소득층이 더 소비를 하거나 기업인들은 고용과 연구기술에 더 투자해 결국 소비진작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저소득층과 실업자들이 이익을 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경우 아무도 손해를 보지 않는 최적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도 당장은 손해와 이익을 보는 쪽이 확연이 나타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쇄되어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어느 편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을까? 이를 답하기 전에 어떤 정책을 내놓을 때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정책은 과연 있을까? 만약에 앞에서 논의한 두 가지 주장이 모두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 논의의 결론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좌파진영의 고소득자 세금인상 정책이든 우파진영의 고소득자와 기업의 세금인하와 소비세 인상이라는 정책에서 모두가 윈윈할 수 있기 위해서는 능력있는 정부와 국민의 신뢰라는 전제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떤 정책을 선택하든 국민이 낸 세금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복지가 소모성이 아닌 좋은 일자리 창출 등 시장의 선순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할 수 있다면 좌파나 우파의 어느 주장도 중장기적으로는 모두 설득력이 있다. 그런 능력이 없는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해 어떤 정책도 성공하지 못해 결국 국가의 실패를 초래할 뿐이다.

좋은 국가는 몇 가지 지표를 통해 알 수 있다. 좋은 국가일수록 사회가 안정적이다. 사회가 안정적일수록 국민 갈등이 적다. 억울하거나 감정에 복받쳐 싸울 것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어도 정의로운 사법적 판단을 해 줄 수 있는 법원이 있기 때문에 민주적 신뢰는 깨지지 않는다. 민주제도 신뢰연구를 진행한 예테보리대학 SOM 연구소 결과에 따르면 국세청과 법원의 신뢰가 단연 높게 나타난다. 또 다른 지표인 빈부격차, 지역격차, 반부패지수, 성평등지수, 장애인 가족 행복도, 국민행복지수, 낮은 노인자살율, 소수자권리 등을 비교연구한 국제조사에서 단연 북유럽국가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이들 국가들이 좋는 국가인 이유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는 가설적 비제로섬 게임(non- zero-sum game)은 신뢰할 수 있을 때 서로에게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최적의 해결책이라는 교훈을 준다. 이웃간의 신뢰, 다문화가정의 신뢰, 정당들간의 신뢰, 정치인의 신뢰, 절차적 민주제도의 신뢰, 정부의 신뢰는 북유럽국가들이 가장 좋은 국가들의 대열에 들 수 있었던 숨겨진 정답이다. 신뢰는 좋은 국가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좋은 국가는 정부의 신뢰에서부터 시작된다. 코로나19로 좌절한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정부는 전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우리는 제재받고 있는데 질병 원인국가 국민의 입국을 아직도 허용하고 있는 정부는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스웨덴의 역설 속에 숨은 그림에서 좀 더 배우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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