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첫 확진자 발생 후 한 달
국회·법원도 ‘마비’
개학 연기에 돌봄 공백
생필품 온라인 주문 늘고
집에서도 마스크 착용
외출 꺼려 자영업자 한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27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구남로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27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구남로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월 25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영아(35)씨는 평소처럼 출근했다가 한 시간여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회사가 본사 폐쇄 조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전날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바로 인접한 LS그룹 직원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1차 양성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불안했어도 가까운 곳에서 확진자가 없었어서 안심했는데 바로 옆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니 정말 큰 일이구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서 한 달이 지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현재 확진자는 977명, 사망자는 10명이다. 증상이 완치돼 퇴원 등 격리해제된 환자는 22명이다. 연일 백여명 이상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우리 사회 전반이 전과 크게 달라졌다. 가급적이면 만남과 외출을 자제하고 회사들은 재택근무와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온라인 소셜커머스와 마켓에는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위생용품과 신선식품, 생수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연일 매진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오후 2시, 신선식품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해주는 쿠팡 로켓프레시에는 모든 제품에 품절이 걸렸다. 마켓컬리, 쓱닷컴 등도 상황은 같았다. 쓱닷컴은 지역별 차이는 있었으나 24일 중 26일까지의 배송이 마감됐다. 대구·경북지역은 28일까지 배송이 마감됐다. 쓱닷컴의 생필품 매출은 통조림(전월 대비 288% 증가), 라면(236%), 즉석밥·가정간편식(222%), 생수(121%), 화장지·물티슈(119%) 등의 순으로 급증했다. 

13개월 난 딸을 기르는 유지현(39)씨는 18일부터 집밖을 나가지 않았다. 확진자가 유씨의 집 인근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안 후부터다. 유씨는 “이 주 전 미리 마스크와 기저귀, 분유 등을 잔뜩 사두었다”라며 “3월 초 사촌 동생이 결혼을 하는데 거기도 가지 못 할 것 같다고 미리 사과했다. 사촌 동생이 이해한다면서도 서운하다는 데 아기가 있다 보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사람들은 생계가 달린 외출이 아니라면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다. 소비가 줄면서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나빠졌다. 25일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월 자영업자의 가계수입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87로 한 달 전보다 8포인트 떨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3월(79)과 유사했다. 

아예 휴점에 들어간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태권도 학원을 운영 중인 김수철(41)씨는 2월 중 단 8일만 문을 열었다. 김씨는 “2월 첫째 주에 보호자들의 요청으로 휴원을 했었고 코로나19가 주춤하기 시작한 둘째 주에 다시 열었었다. 그러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 다시 휴원 중이다”고 밝혔다. 김씨는 “성인 대상이 아니고서는 일대 학원 중 문을 연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 이번 달 매출이 거의 없어서 임대료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휴업이 이어지며 돌봄 공백도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초·중·고등학교의 개학 연기와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서비스 강화를 제시했다.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과 유치원·초등학교의 방과후 ‘돌봄교실’, 교육부의 ‘긴급돌봄’ 등이 있으나 신청 수요가 폭증하며 거의 무용지물이 됐다. 여가부의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아이돌봄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은 25일 내내 ‘서비스 준비중’이라는 안내만 표시될 뿐 신청할 수 없는 상태다. 육아카페에는 코로나19로 집에 있어야 하는 자녀들을 어떻게 해야 하냐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 맘스홀릭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휴원했는데 시터도 못 구했고 양가 부모님도 봐줄 처지가 안 된다. 대학생 시누이가 봐주고 있지만 개강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확산 추세에 따라 26일부터 28일까지 전직원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2월 초 판교 본사 각 사무실 출입구마다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매주 방역을 실시했으나 확산 추세가 커지자 내린 결정이다. 카카오커머스에 다니고 있는 최모(30)씨는 “다수의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휴업과 단축근무 등을 지시하며 연차를 강제 소진하게 하는 회사들도 있어 문제다. 사회초년생인 A(27)씨는 회사로부터 3월부터 2주간 휴직하되 휴직 기간은 연차로 소모할 것을 지시받았다. A씨는 “대대적으로 문제 삼고 싶지만 간신히 입사한 회사라 불이익이 무서워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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