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영광 뒤 씁쓸한 ‘현실’… 영화인들 “‘포스트 봉준호법’ 필요하다”
‘기생충’의 영광 뒤 씁쓸한 ‘현실’… 영화인들 “‘포스트 봉준호법’ 필요하다”
  • 장수정 기자
  • 승인 2020.02.25 14:17
  • 수정 2020-02-25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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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영화산업
불균형 해소 목소리
‘포스트 봉준호법’에
영화인 1300명 서명
봉준호 감독이 19일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수형 사진기자
영화 '기생충' 팀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수형 사진기자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소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위축된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도전’이 쉽지만은 않은 영화계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기생충’의 다음을 기약하기는 힘들다.

영화산업 구조개혁 법제화 준비모임(이하 준비모임)은 2월 25일 오전 ‘포스트 봉준호법’ 온라인 서명운동에 1300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서명운동 1차 서명자로는 임권택, 이장호, 이창동, 정지영 임순례 감독을 비롯해 배우 안성기, 문성근, 정우성, 정진영, 문소리와 제작자, 작가, 평론가 등 59명이 포함됐다. 준비모임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서명 결과를 공유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기자회견을 보도자료로 대체하기로 했다.

포스트 봉준호법은 영화산업의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영화인들의 요구를 담은 법안이다. 대기업의 영화 배급업 및 상영업 겸업 제한,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금지, 특정 영화 스크린 독과점 금지,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한 목소리가 담긴 해당 법안은 ‘포스트 봉준호법’이라는 이름으로 영화계 안팎의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 해에만 다섯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언뜻 보면 ‘기생충’의 성과까지 획득하며 질적, 양적 성장을 모두 이뤄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실을 따져보면 다르다. 우선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심각했다. 1300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상영점유율 80.9%, 좌석점유율 85%를 기록했고, 마찬가지로 1300만 관객을 넘은 ‘겨울왕국2’는 상영점유율 63%, 좌석점유율 70%를 넘겨 비난의 대상이 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결산 자료에 따르면 일별 상영점유율 평균 1위가 35.8%, 2위가 20%, 3위가 13.4%로 단 3편의 영화가 하루 상영횟수의 약 70%를 차지했다. 1년 365일 중 일별 상영점유율 1위 영화가 80%를 넘은 날이 총 3일, 70%를 넘은 날은 총 9일이었다. 60%를 넘은 날은 총 26일로 2017년 3일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관객 쏠림 현상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독립, 예술영화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난해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는 810만명으로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이는 전체 관객 수의 3.6%에 불과하며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이 일부 기업의 시장 장악이다. 현재 CJ·롯데·메가박스의 멀티플렉스 3사가 국내 극장 매출의 97%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은 극장 수익을 위해 수익이 보장된 영화들에 스크린을 밀어주고 있다. 하나의 기업이 상영은 물론, 배급까지 겸업하면서 독과점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중소 배급사가 여럿 존재해 건강한 경쟁을 이어가던 2000년대 초중반과는 사뭇 다른 현실이다. 재기발랄함이 고스란히 묻어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년 개봉)가 없었다면, 지금의 봉 감독도 없었을 것이다. 제2, 3의 봉 감독을 위해서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봉 감독은 지난 2월 19일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연 기자회견에서 “젊은 신인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 ‘기생충’ 시나리오를 가져갔을 때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을 냉정하게 해 봤을 때 쉽지 않다. (지금의 환경은) 젊은 감독들이 모험적인 걸 하기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라며 “제가 데뷔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가 좋은 의미에서의 상호 침투하고, 충돌했다. 그런 활력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한국의 산업계가 모험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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