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부터 직업, 거주지역까지
온라인서 확진자 마녀사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5일 발생해 폐쇄된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방역당국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월 25일 발생해 폐쇄된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방역당국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확진자에 대한 신상털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막기 위해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확진자 정보 발표 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진자의 인적 사항이 미리 파헤쳐져 올라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코로나19와 관련해 허위조작정보 유포 70건, 개인정보 유포 22건 등 총 92건을 수사해 59명(46건)을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1월 30일에 확진을 받은 5번째 코로나 19확진자의 경우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담은 문건이 인터넷에 유포되 정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접촉자 관련 보고'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는 확진자의 나이, 거주지, 직업까지 노출된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으며 문건을 촬영한 사진 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첫 번째 확진자의 경우 감염경로가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일부 누리꾼들이 확진자의 SNS 계정을 찾아내 악성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러자 이 확진자는 SNS를 통해 “제가 의도해서 걸린 것이 아닌데 악풀이 많이 따갑습니다”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또 “죄송합니다. 제발 저의 신상정보 등은 퍼트리지 말아 주세요”라며 신상을 보호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또 다른 확진자의 경우, 언론보도를 통해 애인과의 동거 사실과 구체적인 거주 지역명까지 알려졌다.

경기 김포에서 생후 16개월 여아가 최연소로 코로나19 확진자 판정을 받자 또 이 부모에 대한 신상털기와 악플이 쏟아졌다. 이에 정하영 김포시장은 “부모는 코로나 격리로 인해 아기와도 생기별한 상태”라며 “지역의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족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기와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동선 파악 후 행적은 주의깊게 살펴보되 확진자의 신상을 터는 마녀사냥 방식은 중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확하지 않은 신상 털기는 불안감만 증폭시킬뿐더러 추가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겸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필요 이상으로 개인신상정보 등이 노출돼 불필요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게 하는 경우 오히려 적시에 유증상자가 신고하거나 접촉자들이 역학조사에 충분히 협조하는데 오히려 방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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