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야 하는 건데?’
익숙해진 전제를 다시보고
예상치 못한 해답 내기도

 

10대에게 당신은 연구대상입니다. 왜?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지식이나 지혜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들은 압니다. 왜 어른들이 ‘남들 놀 때 공부하라’고 하는지, ‘친구를 관리하라’고 하는지 빤히 압니다. 다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이곳을 새로운 눈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 사회의 규칙과 양식에 몸이 익어 새로 볼 힘을 거의 잃은 어른들과 달리 10대들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본질적으로 아름답거나 싱그러워서는 아닙니다. 다른 사회적 상황과 맥락에서 성장한 집단이 기존 집단과 다른 접근법과 기준을 가지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다. 지극히 비청소년중심으로 구성된 사회에 문화상대주의적 시각을 요청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인류학적 접근에 대해 청소년들은 놀랄 정도로 빠르게 이해합니다. 이들은 각 사회에 따라 당연하게 여겨지는 삶의 양식이 상이하고, 한 사회 내에서도 입장과 위치에 따라 같은 상황을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말이 안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것은 아직 여러분을 ‘연구대상’으로 보는 청소년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했을 때, 제 마음에 안 들면, ‘뭐지? 스트레스.’ 이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생각이 바뀐 게, 주위 모든게 다 연구대상으로 보여요.” 청소년을 둘러싼 문제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10대의 말입니다. 연구는 타자를 즉시 판단가능한 대상으로 보기 보다 왜 그런지 물어볼 수 있는 사람으로 보게 합니다.

아마 그럴 수 있던 이유는, 현장에서 직접 만나 낯선 시선으로 관찰하고 심층 면담하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터뷰에 대한 청소년들의 회고는 흥미롭습니다. “인터뷰는 진짜 30분에서 1시간을 들어야 하잖아요. 나는 진짜 질문하나 하고, 상대방이 몇 마디를 해도 들어줘야 하는 게 진짜 처음에는 힘들었고, 같이 말하고 싶었고 그랬는데, 근데 그게 막 익숙해지니까. 듣는 것도 약간 좀 더 차분해지는 것 같은거에요.” 연구를 하려면 상대의 말을 들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의미 있는 다음 질문을 할 수 있고, 알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타당한 연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듣지만, 결국 듣는 것은 타자를 인간으로 보게 합니다.

그리고 연구결과는 사회에 질문을 던집니다. 청소년이 우울하다고 말 못하게 하는 사회에 대해, 불안을 잠재우려 학원에 가서 또 다시 불안해 하고 있는 교육 문화에 대해 강력한 성찰을 촉구합니다. 하지만 연구했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알게 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일단 연구를 하면 할수록 더 모르는 게 더 많아지거든요. 그래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다는 아니었다는 게 느껴지고, 점점 더 멍청해져가는 느낌인데, 근데 약간 혼란스러운 거는 약간 가라앉는 것 같아요. 좀 더, 삶이 침착해지는 것 같고, 약간 어차피 나는 다 알 수 없다 약간 이런 태도가 생기는 것 같고“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다’라고 말하기 쉬운 시대, 인간의 유한함에 대한 성찰과 지적 겸손함을 10대에게서 목격하는 것은 인간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생존과 변화 적응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다양성이라고 전제할 때, 10대는 이 사회에 진화를 가져오는 사람들입니다. ‘왜 그래야 하는 건데?’라는 질문은 우리가 익숙해진 전제에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문제를 새롭게 설정하게 하며, 예상치 못한 해결방법을 가져올 수 있는 영감을 줍니다. 그리고 서로를 인간으로 보게 합니다. 10대가 청소년의 삶을 그리고 당신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함세정 하자센터 10대 연구소 판돌·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함세정 하자센터 10대 연구소 판돌·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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