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파구리부터 스페인 감자칩까지 ‘기생충’ 마케팅 활발
짜파구리부터 스페인 감자칩까지 ‘기생충’ 마케팅 활발
  • 조혜승 기자
  • 승인 2020.02.19 18:41
  • 수정 2020-02-19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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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4관왕 후광 업고
식품유통 업계부터 병원까지
영화 ‘기생충’ 특수에 화색
농심이 지난 11일 올린 짜파구리 공식 레시피는 18일 기준 조회수가 4만8612회를 넘었다. ⓒ농심 유튜브
농심이 지난 11일 올린 짜파구리 공식 레시피는 18일 기준 조회수가 4만8612회를 넘었다. ⓒ농심 유튜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을 석권하자 기업들은 영역 불문하고 기생충 특수를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화 기생충이 지난 10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에 오르자 식품유통업계를 비롯해 와인, 맥주, 병원 등 업계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생충과 인연 만들기에 나섰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얼어붙었던 시장에 화색이 도는 분위기다.

가장 발 빠르게 반응한 곳은 식품업계다. 영화에 PPL을 하지 않았던 농심은 기생충에서 ‘짜파구리’로 직접 등장한 장면 덕에 해외 사업에서 호재를 누리고 있다.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신라면 일변도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매출 성장 기회를 잡았다. 짜파구리는 지난 2009년 한 네티즌이 유튜브에서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먹는 조리법이다. 영화에서 캠핑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연교(조여정)가 가정부 충숙(장혜진)에게 한우 ‘8분 뒤에 도착하니까 채끝살이 넣은 짜파구리 해 달라’고 한 장면이 상류층과 하류층이 뒤얽히게 된다는 메타포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농심은 지난 11일 자사 유튜브에 짜파구리 조리법 영상을 11개 언어로 제작해 업로드했으며 현재 영화를 상영 중인 영국에선 영화 포스터 패러디와 조리법을 넣은 홍보물을 만들어 짜파구리를 적극 알리고 있다. 농심이 지난 11일 올린 '짜파구리 공식 레시피'는 18일 기준 조회수가 4만8612회를 넘었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에서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3% 가량 늘었다. 농심 주가는 아카데미상 발표 이후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11.83% 상승했다. 외국인들이 짜파구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글로벌 매출 발생에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엔 ‘짜파구리 컵라면’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농심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40%인 8억1000만 달러(9591억원)를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올린 만큼 올해 해외 매출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 속 빈부격차를 은유적으로 보여준 주류에도 시선이 쏠린다. 영화에서 무직이었던 기택(송강호)이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맥주를 마시다가 운전 기사로 취업 후 수입맥주를 마시고 소고기를 먹었다. 민혁(박서준)이 기우(최우식)에게 가정교사 아르바이트를 제안한 장면에는 소주인 ‘참이슬’이 등장했다. 회사 측은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제작할 당시 시나리오 내용을 모른 채 소주와 맥주류를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예상치 못한 수상 결과에 방긋 웃었다. 실제로 2017년 첫 출시된 하이트진로 ‘필라이트(500ml)’는 매출이 21.4% 가량 증가했다.

반면 칠레 와인업체 '비냐 모란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사 로고와 제품이 등장한 점을 홍보로 이용해 네티즌들로부터 ’숟가락 얻기‘란 조롱을 받았다. 이 회사는 자사 와인이 기생충에 3초 정도 등장한다. 영화 속 박 사장네 아들 다송이의 생일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연교(조여정)가 기택(송강호)과 함께 장을 보러 간 후 기택이 와인이 담긴 상자를 들고 뛰따르는 장면이다. 영화 장면 캡처 이미지와 기생충 수상 이력을 설명하며 “비영어 작품 최초로 오스카를 수상한 기생충에 언급돼 자랑스럽다”며 “몇 초간 등장하게 해 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적었다가 곧 지웠다. 네티즌들이 무리한 마케팅을 조롱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비냐 모란데가 등장하지 않았으면 아무 상도 못 받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영화 ‘기생충’에 3초 등장한 칠레 와인 업체 '비냐 모란데'. ⓒ비냐 모란데 인스타그램 캡처

 

기생충 마케팅은 단순히 유통업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 속 전주 시내 PC방과 원광대병원도 주인공들의 열연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기우(최우식)와 기정(박소담) 남매가 모 대학 재학증명서를 위조하는 장면이 촬영된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한 PC방도 기생충 마케팅에 나섰다. 이 PC방은 남매가 앉았던 13번과 14번 자리를 포토존으로 꾸며 손님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박사장 저택의 가정부로 근무했던 문광(이정은)이 찾은 병원은 익산시 소재 원광대학교병원으로 기택 역의 송강호도 이곳에서 함께 촬영했다. 원광대학교병원은 기택이 앉은 자리에 ’송강호(기택) 촬영 자리‘라는 안내문을 붙였고 주변에 ’기생충 촬영지‘란 간판을 만들었다.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관왕을 수상한 10일 원광대학교병원 방문을 희망하는 전화가 밀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기생충 포스터에 ’오스카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문구와 ’다 계획이 있는 당신의 수상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려 수상을 축하했다. 이어 “영화 속 ’코너링 좋은‘ 그 차, S-Class 드림’이라는 글을 붙여 자사의 차량 홍보와 영화 속 명대사를 동시에 해냈음을 강조했다. ‘다 계획이 있는’은 영화 속 기택이 아들 기우에게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를 패러디한 것이다. 기우는 학생증을 위조해 부잣집 과외선생이 된 뒤 실제로 명문대에 진학하겠다는 말에 기택(송강호)는 대견해하는 장면이다.

업계에 따르면 영화 속 벤츠 S-클래스는 PPL광고가 아니라 제작진이 극 전개를 고려해 선택한 차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진자와 기생하는 자가 만나고 대화하는 공간임과 동시에 냄새를 계기로 빈부격차를 환기하는 주요 공간으로 등장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센스있는 축하’, ‘벤츠 마케팅, 다 계획이 있구나’ 등 유쾌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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