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 1위 롯데쇼핑이 오프라인 점포 30% 감축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소비자들이 생필품, 식품 등을 구매하기 위해 오프라인 유통점을 찾지 않으면서 실적 부진에 빠진 탓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전날 내놓은 ‘2020년 운영전략’과 ‘미래 사업 청사진’에서 오프라인 점포 700여 개 가운데 성과가 나지 않는 비효율 점포 200여 개를 3년 내 정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먼저 임차 매장이 많은 마트와 슈퍼가 주된 대상이다. 농수산물마저 온라인에 시장을 내주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매장은 회생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온라인 중심으로 시장 재편과 내수 경기 침체 속에서 이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한 것은 창사(1979년) 이래 처음이다.

롯데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실적 부진이 컸다. 쿠팡, 지마켓 등 온라인 공세를 이겨내기 버거운 상황에서 경기 침체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일관계악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등 연이은 악재에 휘청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1조164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 4분기 순손실(4492억우너)보다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이다. 특히 마트와 슈퍼가 각각 230억원, 430억원 적자를 내 발목을 잡았다. 이커머스 롭스 등도 109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변경된 회계기준에 따라 적자 매장의 미래 손실(자가 매장은 10년, 임차 매장은 잔여기간)을 9000억원 넘게 반영해 전체 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롯데쇼핑은 ‘다운사이징’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2월 조직개편 전까지 사업 부문 5명의 각자 대표 체제였다.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e머커스(전자상거래)등 사업부마다 다른 유닛장이 총괄했다. 과거 법인 내 각 사업부가 독립적 의사결정을 하다보니 같은 품목을 두고 경쟁하거나 공동 구매 등 사업부간 시너지 효과가 없었고 회사의 자원을 법인 전체의 성과를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강희태 유통 BU장(부회장)은 5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통합법인 형태로 운영해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여 유통회사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은 경쟁력이 낮은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 매장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갖춘 슈퍼로 대체하고 마트의 패션 존은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전략이 있는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기획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가지고 있는 총 100만 평 매장 공간, 40년간 축적된 상품기획 노하우, 3900만 고객 데이터를 이용해 모든 고객 상품 행동 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하고 오프라인과 이커머스의 강점을 결합해 고객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중 ‘롯데온’ 서비스를 선보인다.

다만 오프라인 매장이 실제로 30%가 사라지면서 롯데쇼핑이 인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쇼핑 전체 직원은 지난해 9월 기준 2만6285명(시간제 근로자 8551명)이다. 롯데 측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현장에 인력을 늘리고 직무 전환을 통해 남는 인력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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