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정치의 세대교체를 이루려면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정치의 세대교체를 이루려면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0.02.13 10:09
  • 수정 2020-02-13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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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작년 가을 수업에 참가한 여학생이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세미나에서 유난히 발표도 잘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었다. 세미나는 국제비교에서 스웨덴이 지방정치인들의 투명성이 높고 부패가 낮은 이유가 무엇인지, 지방정치의 투명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다루는 내용이었다. 이 학생은 지방정치의 부패가 낮은 이유로 젊은 정치인이 많이 진출해서 활동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에 참여하면서 참신한 정책으로 지방정치를 활성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 놓았다. 어떻게 그런 의견을 갖게 되었는지를 물으니 직접 지방정치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 왔다. 세미나가 끝나고 학생이 남기고 간 명함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 부위원장’. 확인해 보니 그는 24세로 우파 정당인 자유당에서 지역청년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스웨덴 통계청의 2016년 조사에 의하면 20~40대 청년의원 비율은 전체 3만7000명 중 40%를 차지한다. 그 중 구청장과 군수 및 시장 중 20~40대 비율은 44%다. 대학교가 있는 룬드시의 경우 20대 청년 정치인 비율이 23%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수도인 스톡홀름과 제2도시인 예테보리는 17%, 제3도시인 말뫼는 16%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대학이 있는 중소도시 지방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정치인 비율이 높다.

이 학생의 경우처럼 정치인은 제2의 직업을 가지고 정치활동을 한다. 의정활동이 금요일 저녁과 주말에 주로 이뤄져 직업과 정치를 병행할 수 있게 해 준다. 결국 지방정치는 취미활동이고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무보수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다. 전체 3만7000명 중 3%에 해당하는 지방정치인만 유급으로 시장·부시장·위원장급 직책을 갖고 활동한다. 청년정치인 비율은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북유럽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젊은 정치인들이 지방의회에 많이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바로 각 정당의 청년조직이다. 외레브로(Örebro) 대학 에릭 암노(Erik Amnå) 교수는 스웨덴 정당의 젊은 피 수혈은 청년조직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정치가 역동적이라고 단언한다. 그만큼 정당청년조직의 활동은 스웨덴 정당정치의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된다.

스웨덴 정당청년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모정당에 속한 하부조직이 아니라 전국적 조직을 자체적으로 갖는 독립조직체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모정당의 정강정책과 추구하는 가치와 정치적 방향성은 동일하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 시각은 매우 급진적이다. 좌파의 경우 모정당보다 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조세정책이나, 청년실업 해결대안, 학비 보조 등에 있어 급진좌파적 성향을 띠고, 우파의 경우도 더욱 선명한 자유주의 시장경제정책과 경쟁을 지지한다. 각 정당의 청년중앙조직은 전국의 지방까지 연결된 자체 조직을 중심으로 지역마다 정치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지역의 젊은 정치인 들을 길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앙당에서는 지역에서 요청할 경우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는 전임 총리, 장관, 당총재, 당비서 및 정책비서 등을 강사로 보내 전문적 정책을 중심으로 토론하면서 젊은 정치인들을 교육시키기 때문에 10대 중반에 입문을 시작한 미래정치꿈나무들이 전국적으로 넘쳐나는 비결이기도 하다.

청년정치인들은 지방에서 잔뼈가 굵어 강사로 내려온 중앙정치인들에 의해 발굴되기 때문에 중앙으로 연결하는 통로역할을 해 준다. 20대 중반이면 벌써 지방의회에서 의원활동을 통해 정치의 중요한 능력요소인 정책입안과 지방예산편성에 따른 정책토론과 타협의 기술을 배우고 중앙으로 진출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정책토론능력과 정책구상 능력을 입증된 사람들이다. 스웨덴 의회의원의 30대 이하 청년 비율은 12%, 40세까지 젊은 정치인 비율은 34%에 이른다. 지방에서 잔뼈가 굵은 청년정치인 인재풀이 넘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스토리가 있는 젊은 정치인들을 스카웃하느라 요란하다. 이들은 정치입문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대개 단발성에 그치고 만다. 10년 후 한국정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미래 청년정치인들을 지속적으로 선발해 북유럽 청년정치교육기관에 유학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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