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 제작자 첫 아카데미 작품상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영화기자 출신 프로듀서
봉 감독의 15쪽 트리트먼트 보고
“세계적 영화 될 것” 예감

봉준호 감독과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9일(현지 시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M.P.A.S.
봉준호 감독과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9일(현지 시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M.P.A.S.

 

와~~~하는 탄성 속에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무대로 뛰어올랐다. 9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맨 마지막 시상 순서로, 빨간 드레스 차림의 제인 폰다가 ‘기생충’을 외친 직후였다.

자그마한 여성 한 사람이 마이크 앞에 섰다. “말이 안 나온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까 너무 기쁘다”며 “지금 이 순간에 뭔가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인 기분이 든다.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들에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한 그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에이 곽신애 대표. 아시아 여성 프로듀서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곽 대표가 처음이다.

시상식에서 그의 이름은 Sin-ae Kwak으로 표기되었지만, 그가 이메일이나 트위터에서 사용하는 이름은 cine다. 영화가 곧 그의 자아이며 이름이다. ‘해피엔드’로 데뷔해 ‘모던보이’ ‘은교’ ‘유열의 음악앨범’까지 18편의 영화를 만든 정지우 감독이 남편, ‘친구’로 이름을 떨친 뒤 ‘극비수사’ ‘암수살인’ ’장사리:잊혀진 영웅‘까지 19편을 내놓은 곽경택 감독이 오빠다. 말 그대로 영화 가족인 셈이다.

9일(현지시각) 아카데미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영화에 이름 올린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축하하고 자랑스럽다”며 “자국 영화를 그 어느 나라보다 더 사랑하는 한국 관객들 덕분에 계속 좋은 영화들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곽대표와 ‘기생충’의 첫 만남은 봉준호 감독이 보내온 15쪽짜리 트리트먼트(줄거리 및 주요 내용 요약서)에서 시작되었다. 곽대표는 가난과 소외, 양극화라는 날 선 주제를 가족 희비극으로 담아낸다는 기획에서 “이건 세계적 영화가 될 것”이라고 강한 느낌이 왔다고 한다.

곽신애 대표는 대학 졸업반이던 1990년 고향인 부산에서 서울로 왔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막연히 드라마 작가를 꿈꾸었다. 첫 직장인 출판대행사에서 만난 선배들을 따라 드라마 외주프로덕션으로 직장을 옮겼고, 영화잡지 ’키노‘ 창간 멤버로 합류했다. ’키노‘는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편집장으로 있던, 작가주의적 색채가 강했던 매체. 곽대표는 “그때 영화가 내 몸에 딱 붙어버렸다”고 말한다. 실제로 4년간의 키노 기자 경력은 그의 중심에 깊이 뿌리박힌 듯하다. 그는 트위터 프로필에 “한때 KINO 기자, 이후 Film Marketer, Planner, Producer”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남편 정지우 감독은 키노 기자일 때 만났다. 동갑내기인 정감독은 ‘곽신애는 자기 일 하고 살아야 한다. 누구의 딸, 아내, 엄마가 아니라 곽신애답게 살 거야’라고 말해왔다. 때로는 자기반성을 하게 만드는 고언도 주저하지 않는 영화 동지다. 정감독의 상업영화 첫 작품 ’해피엔드‘ 때는 곽씨가 홍보를 담당했고, ‘모던보이’는 프로듀서를 맡아 함께 일했다. 그러나 “촬영장에서부터 집까지 일이 끊어지지 않아서” 그 후로 후속 협업작은 아직 없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소식에 오빠 곽경택 감독은 “가족이 아닌 업계 동료로서도 경이롭고 존경스럽다”며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낸 건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 정말 자랑스럽다. ‘기생충’은 전설 그 자체”라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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