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통역 동영상 조회 100만 넘기기도
영화 공부 경험 바탕으로 전문영역도 매끄럽게
봉준호 감독 엉뚱 유머까지 살려

통역사 샤론 최(최성재)가 8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제35회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FISA)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국제영화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소감을 통역하고 있다.ⓒ뉴시스.여성신문
샤론 최(최성재)씨가 8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제35회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FISA)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국제영화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소감을 통역하고 있다.ⓒ뉴시스.여성신문

스물다섯살 한국 여성이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하루 네 번 오를 일이 또 있을까. 9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각본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에 이어 작품상을 석권하는 무대에 샤론최(한국이름 최성재)가 봉준호 감독과 내내 함께 있었다. 최씨는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봉감독의 통역으로 일하기 시작한 뒤 각종 시상식, TV쇼에 함께 등장하며 때로는 봉감독보다 더 눈길을 끄는 ‘신 스틸러’가 됐다.

첫 오스카 트로피는 각본상 부문. 봉감독은 “각본을 쓴다는 것은 외롭고 고독한 일”이라고 입을 열었다. 최씨의 자연스런 통역으로 봉감독의 한국어 수상 소감은 이질감 없이 마무리되었다. 봉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최씨를 “거의 내 아바타”라고 말했는데, 봉감독의 한국말 유머를 영어로 옮기는 최씨의 통역에 미국 언론들도 주목할 정도다. CNN은 이날 봉감독이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소감에서 “내일 아침까지 술을 마실 준비가 돼있다” 말한 것을 전하며 “엄청 열심히 일한 통역 최씨도 한 잔 걸치기 바란다”고 했을 정도다.

최씨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최근에는 서울에 살고 있고, 단편 영화를 만든 적이 있는 영화학도 출신이라는 정도. 봉 감독은 시상식 후 진행한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최씨가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고 단편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전문통역사가 아님에도 봉 감독의 언어에 담긴 뉘앙스까지 잘 전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달 5일(현지 시각)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자로 ‘기생충’이 호명되자 최씨는 봉 감독과 함께 무대 마이크 앞에 섰다. 봉 감독이 “자막, 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최씨는 “Once you overcome the one-inch tall barrier of subtitles, you will be introduced to so many more amazing films”라고 통역했다. 이날 봉 감독의 소감이 큰 호응을 얻은 데는 최씨의 역할이 컸다는 평을 받았다. ‘기생충’ 홍보를 위해 지난해 12월 ‘투나잇쇼’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 지미 팰런이 영화 내용을 물었다. 봉감독이 “스토리를 모르고 봐야 재미있거든요”라고 한 것을 최씨는 “the film is the best when you go into it cold”라고 통역했다. 최씨가 사용한 ‘cold(콜드)’라는 어휘는 사전 준비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최씨가 구어체로 봉 감독의 의도를 생생하고 명확하게 전달해낸 것이다. 유튜브(Youtube)에서도 최씨의 통역 장면을 담은 영상이 100만 조회수를 넘기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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