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거리의 만찬’ 시즌2 MC 교체 파문
PD 교체 이후 신현준·김용민 발탁
여성혐오 발언·여성MC 하차 통보 논란 확산
​​​​​​​김용민 “전 MC 하차과정 듣고 사의”

KBS ‘거리의 만찬’을 진행해온 양희은, 박미선, 이지혜씨(왼쪽부터).
KBS ‘거리의 만찬’을 진행해온 양희은, 박미선, 이지혜씨(왼쪽부터).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거리의 만찬’이 시즌2 진행자로 발탁된 김용민씨가 하차한다. 진행자 교체에 반대하는 KBS 시청자 청원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파문이 커지자 “진행자 교체는 없다”던 제작진이 김씨의 사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6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리의 만찬’의 가치와 명성에 누가 될 수 없기에 어제 제작진께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KBS는 이날 시청자위원회를 열어 김씨의 하차를 결정했다. 김씨는 “양희은 선생께서 ‘거리의 만찬’에서 하차하신 과정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제가 이어받을 수 없는 법이다”라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김용민씨 페이스북 캡쳐. 김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거리의 만찬’의 가치와 명성에 누가 될 수 없기에 어제 제작진께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김용민씨 페이스북 캡쳐. 김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거리의 만찬’의 가치와 명성에 누가 될 수 없기에 어제 제작진께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시즌1 진행자였던 양희은씨는 자신의 SNS에 “‘거리의만찬’ 우리 여자 셋은 MC 자리에서 잘렸다. 그 후 좀 시끄럽다. 청원이 장난 아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MC를 맡았던 예능인 박미선, 가수 이지혜와 찍은 사진도 게시했다. 양씨의 발언은 일각에서 “여성 진행자들이 일방적으로 하차를 통보 받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앞서 지난 5일 KBS는 오는 16일부터 배우 신현준씨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출연했던 김용민씨가 ‘거리의 만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진행자 교체 소식이 전해지자 기존 여성 진행자들이 젠더 이슈를 비롯해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진행방식으로 호평을 받은 프로그램 본래 취지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새 진행자로 정해진 김씨의 경우, 과거 여성혐오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KBS 시청자권익센터 청원게시판에는 ‘거리의 만찬 MC를 바꾸지 말아 달라’는 청원이 1만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임윤옥 KBS 시청자위원은 자신의 SNS에 “새로움을 내세우고 싶을 때 여성을 잠깐 기용했다가 프로그램 안정되면 의자 뺏는 수법, 지겹다”며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으로서 저도 문제제기에 함께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KBS노동조합(1노조)은 6일 성명을 내고 “김씨는 여성 혐오뿐 아니라 노인 혐오 발언 등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았고 현재 진행 중인 KBS 라디오 프로그램도 친정부 성향의 편파 방송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시청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김씨의 출연을 강행하면 돌아오는 것은 KBS 신뢰와 경쟁력 하락뿐”이라며 김씨의 MC 발탁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하차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기존 여성MC에게 사과하고 다시 진행자로 복귀 시키라”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KBS1 '거리의 만찬'-'그녀들은 용감했다'편의 한 장면. ⓒKBS1 캡처
KBS1 '거리의 만찬'-'그녀들은 용감했다'편의 한 장면. ⓒKBS1 캡처

 

‘거리의 만찬’은 방송인 박미선씨와 가수 양희은씨, 이지혜씨 등 기존 여성 진행자 3명이 진행해왔다. 2018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여성 진행자로만 이뤄진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찾아보기 힘든데다 사회 이슈의 당사자인 여성들이 직접 출연해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호평을 받았다. KTX 여승무원 해고 문제를 다룬 파일럿 방송을 시작으로 낙태죄 폐지,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 이야기, ‘미투’를 외친 서지현 검사 등 공익 제보자의 목소리 등 일반 시사 프로그램에서 접하기 어려운 여성인권·성평등·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뤄왔다. 이같은 이유로 한국YWCA연합회가 뽑은 좋은 프로그램상 성평등 부문 상, 여성가족부 양성평등 미디어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 1월19일 방영된 시즌1 마지막회 제목도 ‘지금은, 여성시대’로 ‘여성’이란 키워드로 방송에 출연했던 여성들과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함께 살펴보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거리의 만찬’ 제작진은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중년 남성의 시선으로 제3자의 입으로만 떠드는 토크가 아니라 이슈의 중심에서, 그 주인공이 말하는 시사를 듣는다”며 “더 이상 시사는 아저씨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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