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딸 엄마와 교사 다툼 파장

학교와 교육청 “장애학생 귀가는 엄마 몫”

지체장애인 딸을 성폭행한 범인을 잡은 장애여성 엄마가 학교 교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장애학생의 귀가 책임을 두고, 학부모와 교사간 몸싸움으로까지 번진 이번 사건에서 학교와 교육청은 여전히 “엄마 책임”만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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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향미>

지난 11일 서울 모고등학교 특수학급의 ㄱ양은 도봉산 견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방모씨(40·무직)에게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ㄱ양은 성폭행으로 처녀막이 파괴되고 혈종이 맺힌 것은 물론 심한 멍자국이 남아 한 달간 병원 치료를 진단받았다. 지체3급 장애여성인 어머니 배모씨(42)는 정신지체2급으로 기억을 잘 못하는 딸 ㄱ양을 데리고 ㄱ양이 끌려간 주변을 헤맨 끝에 가해자 방모씨를 발견했고 근처에 있던 경찰의 도움으로 방모씨를 잡을 수 있었다.

가해자는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구속돼 성동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피해자 ㄱ양은 병원을 통원하며 신체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배복주 소장은 최근 장애여성 성폭행 피해와 달리 “피해자가 청소년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며 “장애인이어서 가중 처벌을 받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 가해자는 잡았지만 엄마 배씨가 딸 ㄱ양이 다니는 학교 교사로부터 뺨을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심각하다. 딸이 성폭행당한 것을 알고 배씨가 딸과 함께 학교를 찾아 담임교사에게 귀가 책임에 대해 항의하던 중 이를 지켜보던 교사 하모씨가 뺨을 때리고 허벅지를 찼다는 것. 배씨는 “딸아이에 비하면 이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배씨는 서울시 교육청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남기고 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오히려 교사들이 배씨에게 맞았다며 교육청에 경위서를 제출했다.

하 교사는 학부모가 마음 아픈 것은 이해하지만 욕설을 듣고 30분 넘게 맞은 것은 자신이었다고 항변했다. 하 교사는 “학교에 있어서 참고 있다”, “교사가 죄인”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한편 중간에 선 서울시 교육청은 한 발 빼는 모습이다. 담당 장학사는 “학부모로부터 정식 민원이 들어와 조만간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도 “학교에서 발생한 일은 교육청에서 관여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맞았다면 경찰에 고소해야지 교육청에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배씨와 하 교사가 마찰을 빚은 근본 원인은 장애학생 귀가에 대한 학교의 책임 문제다. 교육청 장학사는 “체험학습 후 돌려보낸 것이 잘못된 것이냐”며 “지금까지 그래왔었다”고 답했다. 하 교사 역시 “일반 학교의 특수 학급 학생들은 보통 학생들과 큰 차이가 없다”며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율적으로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말했다. “혼자서 통학을 못할 정도라면 부모가 직접 돌보거나 특수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것.

ㄱ양처럼 엄마가 생계를 위해 직접 통학시킬 수 없는 장애학생들의 경우, 성폭력 등 사회 범죄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 한, 장애학생 귀가에 따른 문제는 학부모와 학교로 전가돼 이러한 사건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배복주 소장은 “우리나라 특수 교육은 사실 엄마에게 모든 책임을 돌린다”며 “전문선생님들이 부족해 초등학교 이후부터는 귀가 지도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배 소장은 “구색 맞추기식으로 특수 학급만 만들게 아니라 통학을 위한 스쿨버스, 특수교육 전문선생님 증원 등 국가 차원의 책임 있는 제도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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