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미란 서울시 정무부시장
우리동네키움센터 2년 내 400곳 지정
맞벌이 가정의 자녀 육아 지원
“‘82년생 김지영’의 불행한 삶
​​​​​​​서울에서 재현되지 않도록”

1월31일 문미란 서울시정무부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있다. ⓒ여신성문 홍수형 사진기자
문미란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2020년까지 우리동네키움센터 400곳을 지정해 초등돌봄의 빈틈을 메우겠다”고 말했다. ⓒ홍수형 사진기자

 

서울시청 청사 6층. 정무부시장 집무실 한 쪽 벽을 차지한 거대한 화이트보드에는 검정 글씨가 빼곡했다. 월별 굵직한 일정과 계획이 한 눈에 들어오도록 문미란(61) 정무부시장이 정리해놓은 것이다. 문 부시장은 지난해 12월16일 임명 이후 50여일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고 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으로 업무를 정리하는 동시에 2020년 대시민 업무보고를 준비했고 시 의회와 협력 기관에 취임 인사를 다니고 여러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 시 대표로도 참석했다.

정무부시장은 서울시장을 보좌해 국회·시의회 및 언론·정당과 서울시의 업무를 협의하는 직위로, 차관급이다. 서울시와 시의회, 국회 등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업무를 맡는 정무부시장은 주로 정치인 출신이 맡았다. 여성 정무부시장은 오세훈 시장 시절 조은희 현 서초구청장 이후 두 번째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첫 여성 부시장인 그에게 자연스레 이목이 쏠렸다

문 부시장은 2018년 10월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에 임명되면서 공직에 발을 들였다. 미국 변호사로 그동안 로펌과 한국여성재단, 참여성노동복지터 이사, 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 서울장학재단 이사장 등 여성·시민단체, 공익재단에서 일해왔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지만 시민사회 경력과 여성가족정책실장으로 일하며 서울시 업무에도 정통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정책과 연결해 문 부시장에게 맡겨진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서울시가 슬로건으로 내건 ‘완전 돌봄’, ‘성평등 도시 서울’을 정책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특히 공적 돌봄 강화는 서울시가 민선 7기 핵심과제로 돌봄을 내걸고 문 부시장이 임명될 때 중요하게 언급됐다. 그는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정무부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 했다.

“최근 조사에서 1980년대생 이혼 사유 1위로 육아가 꼽힐 만큼 여전히 돌봄 인프라는 부족한 형편이에요.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많은 여성들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요. 1학년 1학기 때까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여기저기 아이를 맡겼던 여성들이 하다하다 안되서 사표를 내는 거죠. 영화로도 나온 ‘82년생 김지영’을 보며 책임감을 느꼈어요. 여성이 돌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경력을 개발하고 삶을 개척할 수 있어야죠. 서울시가 초등돌봄 강화를 결정한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을 위해 아이가 방과 후부터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입니다. 사각지대였던 방과 후 초등돌봄을 위해 시작한 제도가 우리동네키움센터입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해 현재 108곳을 센터로 지정하고 50곳이 문을 열었습니다. 2020년까지 400곳을 열 예정입니다. 학교에서 10분 거리에 센터를 마련하면 맞벌이 가정의 3/4은 돌봄 체계 안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1월31일 문미란 서울시정무부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있다.
1월31일 문미란 서울시정무부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있다.

 

서울시는 올해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 10곳을 마련하고 내년까지 자치구 별로 특색있는 체험프로그램 할 수 있도록 체험공간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키움센터 정보 뿐 아니라 지역아동센터와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등 지역 돌봄 자원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우리동네키움포털(https://iseoul.seoul.go.kr/icare)도 마련했다.

문 부시장은 “신혼부부 주거지원, 청년의 취·창업 지원과 함께 사회적 돌봄을 강화해 시민의 일·생활 균형을 지원하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워내는 것이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키움센터에서 일하는 돌봄 교사 등 종사자 처우도 문 부시장의 관심 사안이다. 문 부시장은 지난해 여성가족정책실장 재직 당시 ‘성평등임금공시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22개 시 투자출연기관의 성별임금현황조사 결과, 성별 임금격차는 46.42%에서 마이너스(-)31.57%로 나타났다. 마이너스는 여성 임금이 더 높은 경우다. 낮은 여성 비율(18%), 여성보다 긴 남성의 근속기간(7.7년)도 확인됐다. 문 부시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별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평등임금공시제는 합리적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 ‘차별’이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이 대다수인 돌봄 종사자 처우는 더 열악하다. 서울시는 돌봄의 질 향상과 안정적 돌봄 제공을 위해 키움센터 종사자부터 단일임금체계를 적용해 사회복지시설의 70% 이하였던 보수를 95% 수준까지 올렸다. 문 부시장은 “내년에는 사회복지시설 임금 수준과 같아지도록 임금체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부시장은 “여성 부시장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성이자 현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정무부시장에 임명됐다는 점 때문에 외부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다”며 “여성·가족·성평등 정책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성평등 도시 서울’이라는 목표를 위해 지속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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