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뉴시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였던 이명희, 조현민 모녀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손 잡으면서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 향방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높아졌다.

5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전날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하며 저희는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성탄절 소동’으로 남매간 갈등이 불거진 뒤 침묵을 지키던 이 고문과 조 전무가 특정인을 지지한다는 공식적 입장을 내 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부 세력과 연합해 ‘반 조원태 연합군’을 형성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선을 긋고 장남 조원태 편에 서서 조씨 가족의 경영권을 지키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이 걸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약 3.45, 기타 소액주주 (33.38%)로 파악된다.

이 고문과 조 전무 등 모녀가 조 회장 중심의 현 경영체제를 지지함에 따라 조 회장측 지분율은 본인 소유 6.52%와 이 고문 5.31%, 조 전무 6.47%, 임원 등 특수관계인 4.15%, 델타항공 10%, 카카오 1% 등 총 33.45%이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 지분율은 본인 6.49%, KCGI(17.29%), 반도건설(8.28%) 등 총 32.06%으로 조 회장 측이 1%안팎의 차이로 앞서고 있다. 양측 우호 지분 확보가 절실한 만큼 경영권 분쟁의 승패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 표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한진가 오너리스크, ‘땅콩회항’ 등 갑질문제를 촉발해 기업가치를 떨어뜨린 조 전 부사장과 ‘중국 세력’ KCGI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기금 장기 수익과 기업 가치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쪽에 힘을 실어준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반대해온 KCGI가 밀수혐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등을 겪은 전 부사장과 연합한 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양상이다.

33.38%를 가진 소액주주들의 표심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 회장 측은 이번주 내 배당성향 확대 등을 포함한 주주 친화적인 내용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주총 전자투표 도입 등을 염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측은 추가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소액 주주를 직접 찾아다니며 조 회장의 연임 찬성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국민의 기업인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경영 상황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며 현재 경영진에 의해 개선될 수 없다”면서 “전문 경영인 제도의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발표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