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이미지로 포장된 인물
찾는 대신 정당이 인물 기르고
페미니즘 위해 묵묵히 행동한
숨겨진 여성 인재 찾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3일로 취임 1000일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에서 “출근하니 실장들과 수석들이 취임 1000일이라고 축하와 덕담을 해줬다”면서 “‘쑥과 마늘’의 1000일이었을까요? 돌아보면 그저 일, 일, 일⋯ 또 일이었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문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적폐 청산, 소득주도 성장, 남북정상회담 개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공정사회 실현, 포용적 혁신 국가 추진 등 많은 일들을 수행했다. 그러나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신이 염원하는 대통령상을 상세하게 밝혔다. 가령, “국민 모두의 대통령”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 등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특히 작년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나라는 두 동강이 났다. 애석하게도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수 없게 되었다. 경제는 추락하고, 안보는 불안하며, 남북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졌고, 청와대와 검찰 간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집권 초기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80%대로 역대 정부와 비교해 가장 높았지만 지금은 40%대에 머물러 있다.

그래도 문 대통령에게 가장 기대를 모았던 것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이었다. 문 대통령은 내각에 여성 장관을 30% 임명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더구나, 과거 정부와는 달리 여성을 교육부총리, 외교부 장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비중이 있는 부처 장관에 임명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여기에 힘입어 집권 초기인 2017년 7월 한국 갤럽 조사 결과, 여성층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95%나 됐다. 그런데 현 시점에선 여성층의 지지가 반 토막이 났다. 특히 주부층에서 지지율이 30%대로 고착화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살림을 맡고 있는 주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민주당이 영입한 20대 남성이 미투(MeToo·나도 고발했다) 논란에 휩싸인 것도 악재였다. 작년 12월 29일 민주당 2호 영입인재로 박탈된 원종건씨는 14년 전 시각장애인 어머니와의 이야기로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원씨는 옛 여자친구가 자신으로부터 성폭행, 가스라이팅(Gaslighting·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등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인재영입 자격을 반납하고 탈당했다. 그런데 가해자로 지목받은 원씨가 논란 일주일 만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연애 당시 위법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반박했다. 과연 누구 말이 진실일까?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길 바란다. 그래야만 소모적인 젠더 갈등을 막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이런 악재를 딛고 4일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인 원옥금 주한 베트남 교민회장을 영입했다. 그는 15년간 한국 이주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 권익 증진을 위해 활동해왔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4일 ‘성인지 감수성’ 대법원 판결을 최초로 이끌어 낸 전주혜 변호사를 비롯해 가족·여성·학교폭력 분야에 특히 주력해온 여성 법조인 7명을 영입했다. 여야 정당들이 우수한 여성 인재를 영입해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선의의 경쟁은 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다만, 선거철만 되면 스토리와 이미지로 포장된 외부 인물을 찾는 구태에서 벗어나 정당이 스스로 인재를 길러야 한다. 그것이 정당의 존재 이유다. 34세 여성이 핀란드 총리가 된 것은 10대부터 각고의 정치 훈련을 받았고 정당이 그를 키웠기 때문이다. 여야가 지금이라도 진짜 페미니즘을 위해 묵묵히 거침없는 행동을 한 흙속의 진주를 찾기 바란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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