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정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20년 노동운동 정리한 『우분투 세상으로』(지식과감성)
노동운동이 사회연대 위해 주체돼야
사회연대기금 ‘우분투 프로젝트’ 추진
위원장 임기 마치고 우분투사회연대연구소 출범

ⓒ여성신문 홍수형 사진기자
ⓒ여성신문 홍수형 사진기자

 

“노동운동이 기업 내에서만 이뤄지고 임금 투쟁 중심으로 하는 거라고 알고 있는 노동조합 간부들이 많거든요. 노동조합이 그런 기본적인 역할 말고도 함께 잘 살기 위한 사회연대를 위한 주체가 되면 공동체적 삶으로 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노동 운동에 뛰어든 지도 어느 덧 20년. 김현정(50)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의 이야기이다. 그는 2001년 BC카드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해 노조 사무국장과 위원장을 거쳐 사무금융연맹 위원장까지 역임했다. 오는 2월 20일을 끝으로 연맹 위원장을 마치는 그가 20년간의 노동운동을 정리한 저서 『우분투 세상으로』(지식과감성)를 펴냈다.

노조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투쟁’이다. 김 위원장도 숱하게 거리로 나섰다. MG손해보험 경영정상화 투쟁, 교보증권의 점포 통폐합 저지 투쟁, 거제수협 고(故) 이상엽 조합원 명예 회복 투쟁 등 노동자들의 저임금이나 업무 환경,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온몸으로 맞섰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노조 활동이 조합원의 임금 인상이나 근로 조건 개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일하는 일터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을 포함한 사회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사가 함께하는 사회연대기금을 떠올렸다. ‘우분투 재단’의 탄생 배경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긴 하지만 활동이 쉽지 않죠. 점점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기만 했어요. 노조가 그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되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재단을 만들어서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책의 제목으로도 사용된 ‘우분투’(UBUNTU)는 ‘나는 곧 우리’라는 뜻의 아프리카 코사족의 방언이다. 연대와 상생 공존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9개 금융회사가 출연 약정을 해 지난해까지 30억 가량의 자금을 사회연대기금으로 조성했다. 2021년까지 80억 가량이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회사에게 대출 금리를 인하해주는 우분투 크레디트 사업을 했고 한 배달노동자 노동조합에는 차량 수리비 5000만원을 3년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사무금융 소속 비정규직 본인 및 자녀 장학금도 지원했다.

전태일 재단 운영위원이기도 한 김 위원장은 “전태일이라고 하면 분신한 투사를 많이 떠올리잖아요. 재단사로 일하면서 정말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인 여공들을 위해 차비 아껴서 풀빵사주고 그랬어요. 그게 전태일 정신의 핵심이에요. 연대와 사랑이죠.”

그에게 노동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아달라고 했다. 거리에서 소리치고 투쟁하던 때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예상과 다른 답변이 나왔다. “파업을 시작으로 안 해 본 투쟁이 없어요. 그런데 제일 힘들 때는 조합원들끼리 갈등이 있을 때에요. 사무금융연맹만 하더라도 노조가 200개가 넘거든요. 아무래도 노조를 하다 보니 말을 세게 해서 상처를 받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김 위원장이 후배들에게 해주고 전해주고 싶은 조언은 조직의 리더는 유연하고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 그만큼 리더의 역할이 크다. “리더는 참을 인(忍) 수만 개를 마음에 새겨야 해요. 그리고 자기 유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유연해야 합니다. 리더는 문제를 해결해야 됩니다. 결과가 안 좋으면 내분이 일어나거든요.”

연맹 위원장을 마쳐도 김 위원장은 쉴 틈이 없다. 2월 중순 자신이 설립한 우분투사회연대연구소 출범식을 한다. 우분투가 노조 주도 속에 기금을 마련해 사회연대를 위한 행동을 했다면 우분투사회연대연구소는 노사민정이 힘을 합친다. 시민단체와 언론계와 정치계와 힘을 합쳐서 사회연대를 위한 연구나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회연대라는 건 가치를 추구하는 운동이에요. 우리보다 소외된 약자들을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게 좋은 일이잖아요. 각종 시민단체나 열악한 조직에 후원도 많이 했었는데 그때마다 저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는 제가 도와줄 자리에 있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어요. 노동조합을 하면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거예요. 사회연대가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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