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우리 동네는 안 돼’... 배제·혐오 논란
‘우한 폐렴 우리 동네는 안 돼’... 배제·혐오 논란
  • 최지혜 인턴기자(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 승인 2020.02.03 10:10
  • 수정 2020-02-03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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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진천, 우한 교민 수용 결정에 주민 반발
확진자 이동 동선 알려지며 비난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금지 요청까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승객들이 체온 감지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지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우한 폐렴 국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과 건강상태질문서 제출을 의무화 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승객들이 체온 감지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지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우한 폐렴 국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과 건강상태질문서 제출을 의무화 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며 일부 사람들이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1월3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앞은 경운기·트랙터 등을 끌고 나와 길을 막고 농성을 벌이는 주민들과 질서 유지를 위해 오전 8시 투입된 경찰로 어지러웠다. 전날 정부가 중국 우한에서 송환하는 교민 약 700명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2주간 격리 수용하겠다고 밝히자 반발한 인근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교민들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후 9시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방문해 우한 교민 수용 계획을 설명했으나 물병 등을 맞았다. 오세현 아산시장과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국장이 현장을 찾아 대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앞서 정부는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 이들을 수용하려다 주민 반발로 계획을 변경했다. 송달상 이장단협의회장은 “처음에는 천안으로 정했다가 그쪽에서 반발하니 아산으로 바꾼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안전 대책도 세우지 않고 결정한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들도 비난 대상이 됐다. 27일 세 번째 확진자가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한 후 동선이 공개되자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증상이 있었는데 활보하고 다녔다니 양심도 없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 확진자를 진료한 박상준 명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환자가 뉴스와 댓글을 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다”며 “수면제 처방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 번째 확진자는 같은 의료기관에 두 번 방문했는데 첫 방문 시 우한에 다녀왔냐고 묻자 “중국을 다녀왔다”고 말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우한에 다녀온 게 확인됐더라도 당시 기준으로 격리 후 조사 혹은 자가 격리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네티즌들은 “고의로 대답을 회피한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지역 자체가 혐오 대상이 된 곳도 있다. 우아한 형제들의 배달원 노조는 28일 ‘중국인 밀집지역’에 배달금지를 추진하라고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 우아한 형제들은 배달음식 플랫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한다. 노조는 사측에 ‘우한 폐렴 관련 협조의 건’이란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읍, 면, 동) 및 중국인 밀집지역(유명관광지, 거주지역, 방문지역 등) 배달금지 또는 위험수당 지급”이라는 요청사항이 있었다. 이에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이에 대해 해당 노조의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같은 날 저녁 입장을 발표했다. 연맹은 “공문 내용 중 매우 부적절한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있었다”며 “상처 입은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한편 1월3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치사율은 중국 기준 2.2%다. 아직 사스나 메르스보다 치사율이 낮지만, 확진자가 중국에서 급증하고 있어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WHO는 23일 재생산지수를 1.4~2.5로 추정했다. 감염병 재생산지수는 감염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 측정한 수치다. 중국 의학계는 25일 재생산지수를 2.3~5로 밝혔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질본이 제시한 행동 수칙은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 마스크 착용하기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할 땐 옷소매로 가리기 △감염병 의심 시 관할보건소, 1339, 지역번호+120 등에 상담하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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