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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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닭>으로 유명하지만, 최근엔 찍 찍 되는 대로 그려댄 듯한 작대기 인간 그림에 주력해온 만화가 이우일이 책을 냈다. 그런데 뭐냐?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책이다. 사랑에 관한 별별 어록을 모아놓고 어록마다 자기 특유의 그림을 그렸다. 재기발랄, 엽기 주자인 이이가 왜 이런 책을? 작가의 말에 따르면,“(얼굴이 빨개졌어요) 천하의 누가 사랑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그렇다고 삼겹살에서 빠진 기름만 꿀꺽 삼키는 듯이 느끼하거나 왕 닭살은 아니다. 인간 본성이 어디 가겠나? 거기다 그림도 환상이다. 이우일식 사랑타령이랄까? 아무리 참으려 해도 빙그레, 배시시, 히죽히죽 다양한 스타일로 히죽대는 자신과 만날 수 있다. 민망하게도. 맛을 보여드리리까? “고고학자는 어느 여자에게나 가장 좋은 남편이 될 수 있다. 아내가 나이를 먹을수록 그는 더욱 그녀에게 흥미를 가질 것이므로.”이 말을 한 사람은? 추리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다. 크크크크. 아이 고소해.

이우일 지음/ 마음산책 간/ 8,000원

사람을 살리는 먹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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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12시 땡 하면 생각한다. 오늘은 뭘 먹지? 괴롭다. 먹는 걸 좋아하는 이몸도 이 지경이다. 이왕지사 맛있고 몸에 좋은 걸 먹고 싶다. 안 그런 사람, 있나? 신토불이 자연건강법에선 외친다. 음식이 곧 생명이다. 신토불이 자연건강법의 전도사 혹은 도사인 강순남씨가 쓴 체질음식의 결정판이다. 잘 먹으면, 약이 따로 없다는 저자의 말, 백 번 맞다. 안다. 하지만 한 편으론 겁난다. 대충 먹기도 힘든데, 어떻게 그걸 다 가려먹어? 하지만 다행이다. 위염엔 무나물, 토마토가 좋다거나 변비엔 채소샐러드와 배가 특효약이라거나, 특히 여름에 과일을 먹을 땐 꼭 깨소금을 찍어먹어라 같이 실생활에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비법과 재료들이 한 가득이다. 읽기만 해도 건강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저벅저벅.

강순남 지음/ 여성신문사 간/ 9,800원

는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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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개? 처음에 논개를 잘못 읽은 줄 알았다. 하지만 맞다. 는개. 안개처럼 보이면서 이슬보다 가늘게 내리는 비가 는개다. 지금 창밖으로 내리는 비이고. 1997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이 당선한 뒤, 소설 공부에 매달려 2002년 동서커피문학상에 단편소설로 대상을 수상한 이미경 장편소설이다. 처절하게 고독했던 탓인지 글쓰는 일이야말로 유일한 탈출구였다는 그녀의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이지언, 그녀를 알기 전까지 나는 적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사람들의 몸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이미경 지음/ 새미 간/ 9,000원

그 사람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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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야 쉽다. 하지만 사실 인터뷰는 쉬운 짓이 아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 그 사람 속내를 읽어내는 게 어디 뉘 집 강아지 쓰다듬기겠나? 하지만, 가끔 그 인터뷰를 기막히게 잘 하는 사람이 있다. 정말 재주다. 부럽다. 감동하고 별로 안 친한 이몸도 가끔 뭉클한다. 권은정이 그런 치다. 인터뷰 전문기자란 호칭이 웃기지 않다. 일본군 위안부 김군자 할머니로 시작해서 판화가 이철수 같이 이름 난 이들을 지나, “청소가 재밌다, 정말”이라고 말하는 커리어 우먼 청소반장 최경자를 돌아, 한국 사람보다도 한국을 더 잘 아는 (이상한) 남자 박노자까지. 저자 말마따나 “만나고 있으면 가슴 밑바닥에서 뭔가 뜨거운 느낌이 솟구쳐 오르게 해주는 사람”, “이 사람과 이웃인 게 참으로 다행”인 사람들 이야기다. “그 어떤 사랑이나 이론으로 시대를 설명하는 것보다 그때를 사는 사람을 만나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진실한 것”이라는 저자의 믿음에 가슴이 부르르르 진공관 떨리는 소리를 낸다.

권은정 지음/ 나무와숲 간/ 9,500원

카메라 키드의 영상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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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리포트 시리즈 중 한 권이다. 5권. 제목대로다. 영상에 빠진 10대 이야기다. 요즘 10대는 당최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고 한 번이라도 늙은이답게 한탄한 적이 있다면, 이 책을 보면 된다. 무척 뜨끔뜨끔 할 것이라 보장한다. 권은정의 인터뷰와 또 다른 사람 이야기다. 교육방송 <10대의 표현> 코너에서 콘돔 부는 장면을 자르면 방송 내준단 소리에 “아니요. 이제 방송 같은 데는 내지도 않을 거예요.”당당히 말하는 그 당돌함이 이쁘다. 부록도 있다. 10대들의 해방구란 말이 오버 같지 않은, ‘하자센터’의 영상 작업장 관찰기다. 으그, 귀여운 것들.

이현정 지음/ 우리교육 간/ 7,000원

조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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