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현 성균관 의례부장
“홍동백서, 조율이시는 유교적 예법과 무관”

유권종 중앙대 철학과 교수
“냄새 맡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이면 적당”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차례상차림. ‘내가 조상이라면 받는다 vs. 엎는다’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개드립넷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차례상차림. ‘내가 조상이라면 받는다 vs. 엎는다’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개드립넷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가 조상이라면 받는다 vs. 엎는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어느 집의 차례상을 찍은 사진인데 흔히 올리는 과일과 전 대신 한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와 감자튀김, 피자가 제기 위에 올려져 있는 사진이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저 패스트푸드점이 아닌 패스트푸드점이라면 인정”, “너무 심하다”, “차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라”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과연 차례상에 피자나 햄버거, 마카롱 등의 음식을 올려도 될까?

전문가들은 차례상에 관한 홍동백서나 조율이시 등 다양한 규칙은 전통과 무관하다고 지적한다. 차례는 설, 추석, 단오 등 명절에 간소하게 제철 과일과 술, 고기전 등을 올려 조상에 인사를 하는 제례를 뜻한다. 박광현 성균관 의례부장은 “홍동백서 등은 유교적 예법에 따른 규칙이 아니다. 60년대 국가가 만든 가정의례준칙에서 나오는 규칙으로 유교와는 무관하게 만든 규칙이다”라며 “7,80년대 전통문화를 찾는 과정에서 널리 퍼져 공공연해졌다”고 말한다.

주자가례에 제례에 관한 상차림 기준이 간략히 나오지만 해당 부분에는 고가의 음식을 삼가고 정성을 다 하되 간소하고 검소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정한 음식이 올라가야 한다는 명료한 규정은 없다. 

유권종 중앙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그래도 차례를 지낼 때는 받는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음식으로 준비하는 게 옳지 않을까”라며 “아주 오래 전에 돌아가신 조상이면 피자나 마카롱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최근에 돌아가셨다면 안 될 것 없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히 원칙이 있지는 않지만 냄새를 맡음으로써 조상이 먹는다고 여기는 만큼 냄새를 맡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올리는 게 적당할 것”이라며 “마카롱이나 피자, 햄버거는 이치에 안 맞기 보다는 인정상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불편한 것뿐 안 된다고는 할 수 없다. 어차피 사람이 다 먹는 음식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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