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일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일이다”
  • 정리=곽진아 객원기자
  • 승인 2020.01.24 07:25
  • 수정 2020-01-26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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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의 돌연변이들
청소년기후행동 제주 좌담회

지구 온도 지금보다 0.5도 더
올라가면 3500만명 식량 부족
1도 더 오르면 3억5천만명 굶어
툰베리 같은 스토리가 세상 전환
지난 1월 5일 제주 표선 북살롱 아미고에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과 제주 기후위기 대응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좌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1월 5일 제주 표선 북살롱 아미고에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과 제주 기후위기 대응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좌담회를 진행했다. ⓒ곽진아

정부는 지난달 20일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권고안을 보도자료 형태로 발표했다. 그러나 기후위기 관련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정부의 이같은 소통방식이 기후위기의 긴박성과 LEDS의 의미를 인지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지와 무관심을 드러낸다고 판단하고 사회 공론화를 촉구하 대응방법을 찾고 있다.
여성신문은 우리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위기 관련 움직임을 보도한다. 그 첫 번째로 청소년기후행동이 제주 탐방 과정에서 마련한 작은 좌담회를 소개한다. 청소년의 위치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좌담회는 ‘소소하지만 거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글 정리를 맡은 곽진아씨는 제주에서 언스쿨링 중인 세 아이와 함께 ‘멸종위기어린이’ 팀을 만들어 기후위기대응을 실천 중이다. <편집자>

 

​그레타 툰베리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지난해 3월과 5월, 9월에 청소년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회가 있었다. 광화문에서 결석시위를 기획하고 주도했던 김보림씨와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오연재, 김서경, 김도현, 김유진씨를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의 기후위기 현장을 돌아보고 제주에서는 어떤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 또 각 지역과 어떻게 네트워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문을 요청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과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교수,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가 제주 표선에서 만났다. 1월 5일 표선에 있는 이마고 북살롱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기후위기에 관심있는 청소년과 어린이들도 참석했다.

​먼저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은 제주를 둘러본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지를 다녀왔다며 하얗게 말라가는 구상나무 사진을 보여줬다. 다음 날에는 우도 해녀를 찾아가 40~50년 전과 다르게 해양 생태종이 사라져가는 바다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현장을 직접 찾아가보니 충격적이고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월동 무 작황 피해, 용머리 해안의 해수면 상승, 노지감귤 피해 농장 등을 답사하며 기후변화를 몸으로 체감했다고 한다.

김보림(27) 활동가는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기후행동에는 한계 지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학교생활도 해야하다보니 시간도 부족하고 활동과 시선의 제약이 적지 않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위험을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한계가 있지만 지치지 않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어려서 못한다고요?

어른들은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대학가서 훌륭한 사람이 된 후에 하면 더 임팩트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에 조한혜정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16세 그레타 툰베리는 이미 연구는 충분히 됐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나와 있는데 정치가들이 결단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스톡홀름 테드 톡’에서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다. 툰베리는 최근 뉴욕 유엔본부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지구생태계가 무너져 내리는데 당신들은 돈과 경제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담대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외부·내부의 리스크를 버텨내고 있는 한국 청소년들은 분명 어리지 않다. 근대가 만들어낸 미성년 개념에서 벗어나야 하고, 청소년 스스로도 어려서 나설 수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청소년들이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해결을 촉구하며 기후행동을 열었다. 집회를 끝낸 500여명(주최측추산) 청소년들이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한 뒤 청와대 측에 '기후 위기 대응' 성적표와 상장을 전달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청소년기후행동’이 지난해 9월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해결을 촉구하며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가졌다. ⓒ여성신문

 

조직규모 보다 스토리·연결

기후행동은 집회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말했다. 현재 활동하는 사람은 5명이다. 적은 인원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사람을 더 모으기로 했다. 30명 정도로 조직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들은 “학교는 학교생활대로 해야 되는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되고 언론의 주목을 받아야 하고 정치인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든 면들이 있어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고 했다.

조천호 박사는 규모를 키운다고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이들을 위로했다. “현재 우리 사회는 ‘1등이 되야 행복할 것이다’라는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굉장히 유니크한 새로운 이야기, 자기 삶의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후위기 행동이 진짜 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을 많이 모이게 하는 것보다도 진짜 내 이야기를 크고, 깊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조한혜정 교수는 “청소년들이 기후위기를 삶의 화두로 삼으라”고 제안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 모두가 AI(인공지능)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두고 고민해야 하듯 기후위기를 화두로 삶을 상상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가 될 거야’, ‘홍보전문가가 될 거야’ 이런 식으로 전공을 정하면 기술만 배우게 되는데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전공은 그냥 툴(tool·방법과 기술)일 뿐이다. ‘기후변화를 풀기 위해 홍보를 맡을 거야’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거기서부터는 삶의 목적도 생기고 협동할 사람도 생기고 전문성, 직업도 일사천리로 연결된다. 무엇을 해야할 지, 누구와 해야할 지 비로소 알게 된다. 미성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이 시대를 사는 존재로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지, 앞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일찍부터 고민하면서 불안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제대로 살아가는 준비를 하게 된다. 지금 이 자리에서도 여러분은 훌륭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 선동하지 말라고요?

김보림씨는 청소년은 입시교육에서 성공해 고위관료가 되야하니 막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의미있는 일이지만 어른이 되면 더 잘 할테니 그때 하라는 말도 들었단다. 그는 청소년들과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조천호 박사는 국립기상과학원 시절 경험을 들려주었다.

“현장 연구자로 일할 때보다 고위직에 있을 때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현장에서는 가치있는 일을 하나하나 만들어갈 수 있었는데 맨 꼭대기에 올라가니 시스템을 유지하는 일에 온 에너지를 투입해야 했다. 오히려 가치있는 일을 하나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경쟁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은 현실성이 없다. 진짜 꼭대기에 올라갔다는 것은 현실 시스템에 타협을 했다는 소리고 타협을 했기 때문에 시스템을 지켜야 한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일을 할 수 없다. 성공과 경쟁의 신자유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연과 사람, 연대, 돌봄의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조천호 박사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지구의 온도가 지금보다 0.5도가 더 올라가면 3500만명이 식량이 부족해지고 거리서 또 0.5도가 올라 2도 이상이 되면 10배인 3억5천만명까지 배고픈 사람이 생긴다. 굉장한 사회적 불안정성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식량난과 같이 우리가 사회가 극도로 불안정한 사회속에서 내가 이 사회를 안정화해주겠다는 민주적 시스템이 아니라 나치와 같은 독재적인 시스템, 자원을 서로 나눠야하고 강제적으로 할당하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이러한 것은 단순하게 기후위기를 대응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보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사회에 대한, 가치에 대한 문제다.”

감당하려고 하지 말라

심각할 것만 같은 기후위기에 대해 조천호 박사는 새로운 관점을 들려준다.

“기후위기 대응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경쟁과 물질 중심의 파괴적인 삶에서 지속가능한 제대로된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기회로 생각하자.”

청소년 활동가들은 감당해야하는 무게가 컸는지 눈물을 흘리는 친구들이 많았다. 조한혜정 교수는 스스로를 대표라고 생각하고 집단으로 생각하다보니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기고 그러면서 무력해진다고 충고한다. “당연히 감당하지 못한다. 툰베리는 전혀 동원할 생각이 없었고, ‘자기’였기 때문에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한 명의 스토리가 세상을 바꾸는 프랙탈(fractal)의 시대다. 작은 돌연변이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휩쓸리지 않고 버티다보면 거기서 어떤 힘이 나올 것이라고 조천호 박사도 토닥였다.

​“유럽에서는 툰베리가 일으킨 작은 행동이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을 새로운 세대의 세계 시민으로 성장시켰다. 아동이라는 개념으로 묶지 않고 주인, 주역으로 살게하는 역할을 한 거다. 한국에서도 여러분이 멋지게 해내면 그걸 보고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생각을 새롭게 할 것이다.“

​이들이 조직을 늘리고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툰베리처럼 담담히 자기의 스토리를 이어간다면 분명히 한국 사회에도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SNS시대가 오지 않았는가? 각 지역과 네트워크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장 먼저 제주를 찾은 이 청소년들이 여러 지역에서 즐겁게 목소리를 내며 지속적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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