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아나운서는 정규직 채용
여성만 프리랜서 채용 대전MBC
대전MBC 채용성차별 해결
위한 공동대책위 발족

여성들이 22일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해결을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적극적인 행동을 바라며 발언 중이다. ⓒ여성신문 홍수형 사진기자
여성들이 22일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해결을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적극적인 행동을 바라며 발언 중이다. ⓒ여성신문 홍수형 사진기자

“성차별이 관행이냐 고용 평등 보장하라” -대전MBC아나운서채용성차별문제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

“채용성차별 MBC 규탄한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대전MBC의 성차별적 아나운서 채용 문제를 해결하라며 여성노동단체와 언론시민단체 36곳이 모여 22일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공대위는 이날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6월 대전MBC 여성 아나운서들은 고용 형태에 있어 여성 아나운서를 성차별하는 대전MBC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프로그램 진행 등 남성들과 비슷한 강도의 노동을 했지만 동일한 임금과 처우를 받지 못해 이같이 나섰다. 또한 대전MBC 아나운서 5명 중 남성 2명은 정규직이었으나 여성 3명은 프리랜서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 공대위 참여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성을 분리해 채용하고 동등한 노동자로 대우하지 않는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성차별 행위”라며 “많은 인사상의 불이익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방송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별분리채용의 채용성차별 문제를 공론화해 싸우고 있는 대전MBC 여성 아나운서의 투쟁은 우리 사회 노동권을 성평등 정의로 다시 세우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안에 그간 연대해온 단체들은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발족해 이 문제의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 발언은 대독으로 진행됐다. 유지은 아나운서는 발언문을 통해 “작년 11월 대전MBC 앞에서 나의 ‘부당 업무 배제 철회’ 및 ‘채용성차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다”며 “시민단체와 정당에서 목소리를 모아줬던 지난 기자회견 후 대전MBC가 문제해결을 위해 진정성 있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이 자리에 다시 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인권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조용히 결과를 기다렸을 뿐 한 달도 안 돼 부당 업무배제를 시작한 것은 사측”이라며 “나는 그저 뺨을 맞아서 울었을 뿐이다. 그런데 뺨을 때린 사람이 와서는 시끄럽게 운다고 오히려 따지고 있는 이 상황이 황당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나는 대전MBC 전체 직군에 대한 채용성차별 문제를 제기한 적 없다”며 “언제까지 아나운서 직군의 채용성차별에 대한 대답을 회피할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우리는 젊고 예쁜 여성 아나운서만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여성 아나운서에게 젊고 예쁜 가치가 더 큰 것으로 우리 모두가 그렇게 그들을 소비해왔던 것 아닐까”라며 “그런 우리들의 고정관념과 시청 태도를 빌미로 지상파3사 이외의 대부분의 방송사들. 특히 재정상황이 열악한 지역 방송사들은 입사 과정에서부터 남성 아나운서는 대부분 정규직, 여성은 거의 무두가 비정규직 또는 프리랜서로 고용하는 것이 합리적 인사이며 경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예쁘고 젊은 여성 아나운서만을 만나고 싶지 않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 과정에서부터 부당한 진입장벽에 부딪쳐야 하는 상황을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송업계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으로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방송현장의 뿌리 깊은 성차별 관행과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재연 사무국장은 “방송현장의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자성을 인정받으며 현장을 바꿔가고 있다”며 “차별적인 현장에서 건강한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유지은 아나운서에 대한 보복성 계약해지를 철회하고 여성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을 사과하고 처우를 개선하라. MBC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연대발언에는 이미지 방송작가유니온(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작가지부) 지부장이 나섰다. 이 지부장은 “한국 방송계는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와 같이 수많은 프리랜서들이 직원처럼 일하지만 노동권을 박탈당한 채 일하고 있다. 상당수의 방송작가가 그렇다”며 “방송작가유니온은 앞으로도 방송작가뿐 아니라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와 같이 소모품처럼 쓰다 버려지는 위장프리랜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꼐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박윤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고용평등상담실장도 “채용단계에서부터 이미 성별에 따라 다른 출입구를 통과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정규직 남성 아나운서와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 여성 아나운서는 같은 MBC 안에서도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야했다”며 “우리는 성별고용불균형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채용성차별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고용형태에 있어서의 차별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과 대전 MBC 본사 앞에서 각각 진행됐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정규직 아나운서 성별 고용불균형은 오랜 채용성차별의 결과이다. 채용성차별 해결을 위한 MBC의 적극적 행동을 촉구한다. 대전 MBC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채용성차별 범죄를 저질러 왔습니다. 이것이 공론화된 것은 지난해 6월 대전MBC아나운서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나서부터입니다. 동일가치의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대전MBC는 여성 아나운서들만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로 채용해 왔고, 고용형태를 이유로 임금과 복리후생 등 모든 근로조건에 차별을 가했습니다. 성별을 이유로 채용에서부터 고용형태를 분리하여 뽑고 근로조건을 저하시키는 ‘성별분리채용’의 문제는 방송사들의 오랜 관행으로 여겨져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제 이러한 고용상 성차별은 근절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전MBC는 채용성차별 문제를 최초로 공론화한 여성 아나운서들을 부당업무배제 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 진정 제기 이후, 기존에 서너 개 씩 맡고 있던 프로그램들을 아무 합리적 이유 없이 폐지하거나 용역계약을 해지시켜 딱 1개의 방송만 맡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된 대전MBC 여성 아나운서들의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악용한 보복성 업무배제입니다. 이미 두 명의 여성 아나운서 중 한명은 생계 때문에 퇴사하였고, 남은 한명의 아나운서 ‘유지은’ 님도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갑자기 100만원 이하로 줄어든 임금, 회사 동료관계에서의 따돌림, 업무 공간 퇴거의 압박 등 홀로 남은 유지은 아나운서는 그야말로 고립되고 있습니다. 성별을 기준삼아 채용 등 고용상 성차별을 해온 점 및 노동자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인사상의 불이익을 준 점 등은 촛불혁명 후 언론정상화가 된 공영방송 MBC에게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모습이 절대 아닙니다. 조직 내부의 민주화와 차별 없는 노동권을 보장하는 공영방송사다운 모습으로 하루빨리 피해 노동자를 복귀시키고, 그간 성차별적으로 여성 아나운서를 대우해 온 것을 시정하기를 작년 하반기부터 대전과 서울의 많은 시청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연대하여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대전MBC는 이러한 사회적 요청에 제대로 응답하고 있지 않습니다. 회사의 성차별 관행을 질책하며 유지은 아나운서의 복귀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에게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말라며 협박성 입장문을 공표하기도 했고, 해당 여성 아나운서를 보복성으로 업무배제 한 것을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성”을 운운하며 부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 내 정규직 아나운서의 성별 불균형이 채용성차별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에 유감”이고 “양성평등 채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지금 이 시간까지도 유지은 아나운서를 차별 대우와 고립 속에 몰아넣고 어떠한 사과나 개선의 약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절대적 약자의 생사여탈을 쥔 대전MBC가 피해 노동자가 포기할 때까지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대전MBC는 정말 남녀고용평등을 위해, 평등한 제작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할 의지가 있습니까? 왜 여성정규직 아나운서는 한 명도 없는지, 나이가 들수록 여성아나운서들은 왜 방송국에 남을 수 없는지에 대해 제대로 인식도 못하고 시정조치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 부끄러워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인건비 절감을 위해 성별을 기준삼아 고용형태와 근로조건을 차별 적용하여 여성노동자를 신자유주의적 경영효율화의 도구로 이용한 것 아닙니까?

이번 문제는 대전MBC에서 제기되었지만 본사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MBC본사는 주주로서 지역 MBC의 인사권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아나운서 성별분리채용은 대전MBC 포함 12개 지역방송사의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공영방송의 역할이 무엇입니까? 사회의 비리와 적폐를 고발하고 청산을 보도하는 곳에서 수 십년간 자행된 내부의 차별에 스스로 침묵했다는 사실을 대전MBC는 물론 본사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늘 서울MBC 본사와 대전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대전MBC아나운서채용성차별문제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방송계에 지속되고 있는 성별분리채용 즉 ‘채용성차별’의 문제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정규직 아나운서 성별 고용불균형은 오랜 채용성차별의 결과입니다. <대전MBC아나운서채용성차별문제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는 채용성차별 해결을 위한 MBC의 적극적 행동을 촉구합니다. 남성 아나운서와 동일가치 업무를 수행함에도 ‘여성’아나운서라는 이유로 고용형태와 노동조건에 차별을 둔 것은 명백한 성차별임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대전MBC는 기만적이고 책임을 회피하는 입장문을 발표해 여론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고 피해자가 지치기를 바라는 악의적인 시간끌기를 멈추십시오. 성평등한 채용과 노동환경을 위한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딛으며 이제라도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임에 부응해야합니다.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진실되고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을 대전MBC와 MBC본사에 촉구합니다. 첫째. 대전 MBC는 피해 여성 아나운서에 대해 사과하고 보복성 계약해지를 당장 철회하십시오. 둘째. 정규직과 동일가치 업무를 수행한 프리랜서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십시오. 셋째. 성평등한 채용과 노동환경을 위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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