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40년 만에 뒤바뀐 스웨덴과 한국의 아이돌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40년 만에 뒤바뀐 스웨덴과 한국의 아이돌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0.01.27 15:16
  • 수정 2020-01-2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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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은 1월 26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드 타운 로드 올스타스’ 무대에 섰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 시상식 무대에서 공연한 가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방탄소년단(트위터 @bts_bighit)
방탄소년단(BTS)은 1월 26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드 타운 로드 올스타스’ 무대에 섰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 시상식 무대에서 공연한 가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방탄소년단(트위터 @bts_bighit)

 

스웨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남녀 4인조 혼성그룹 아바(ABBA) 때문이었다. 1976년 ‘치키티타’와 ‘댄싱 퀸’을 부르는 두 여성 가수의 노래는 가슴을 뛰게 했다. 1976년 유럽 전체 1위에 올랐고 미국 빌보드 차트 핫100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화려하면서 흥겨운 노래는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달려가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고 또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미 1974년 ‘워터루’로 유러비젼송 컨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해 확실하게 각인시켜 놓았던 이 그룹의 노래는 항상 마음 속에 담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젊은이들의 최고 우상 중 하나였던 아바가 1984년 해체될 때 그 허전함과 마음의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다. 그 허전함을 가득 채워준 록그룹 가수들이 뒤를 이었다. 영화 ‘프리티 우먼’의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 리차드 기어가 오픈카를 타고 줄리아 로버츠를 만나러 가는 장면의 배경 음악으로 나온 노래는 남녀 혼성 2인조 그룹이었던 록시트(ROXETTE)의 마리 프레드릭손이 불러 공전의 히트를 쳤다. 영화의 영상보다 그 엔딩 음악이 더 강렬하게 마음에 남을 정도로 프레드릭손의 가창력은 애절하면서 마음 속을 파고 들었다. 록시트가 부른 ‘조이라이드’는 또 다른 공전의 히트를 쳤다. 프레드릭손은 뇌암 판정을 받고 다시 복귀해 활동하는가 싶더니 작년에 작고해 록시트의 음악을 즐겨 들었던 음악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1988년 예시카 폴커의 앨범 예시카에 실린 ‘굿바이’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한국에서 올해의 팝송으로 선정될 때 한국 청소년들의 스웨덴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후에도 스웨덴에서는 전설적인 록그룹들이 줄을 이어 세계인의 가슴에 각인된 노래들을 만들어 냈다. E-Type 그리고 에이스 오브 베이스(ACE OF BASE), Europe 등의 록그룹들이 차례로 유럽과 미국을 넘어 한국 젊은이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에이스 오브 베이스는 해피 네이션으로 빌보드 핫 20위까지 오르며 세계적인 록그룹 대열에 합류했다.

스웨덴 그룹 아바(ABBA)가 1974년 발표한 앨범 '워터루'(Waterloo) 앨범 표지. 앨범 타이틀 곡인 워터루가 유로비젼 송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아바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다.
스웨덴 그룹 아바(ABBA)가 1974년 발표한 앨범 '워터루'(Waterloo) 앨범 표지. 앨범 타이틀 곡인 워터루가 유로비젼 송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아바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다.

 

1990년대 스웨덴 음악산업은 전체 수출의 20% 가량을 차지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했고 통상산업부 장관이 음악계 대표를 찾아가 공로상을 시상하는 장면이 일간지에서 다뤄지는 것을 보면서 부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 달 동안 객원연구원으로 코펜하겐대학에 있을 때 시청 근처에서 울려퍼지는 에이스 오브 베이스의 노래가 일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오슬로의 가을 예시카가 부른 굿바이의 노래를 들으며 국회의사당에서 왕궁으로 연결되는 긴 거리를 걷던 추억이 아련이 스쳐지나간다. E-Type의 빠른 비트를 들으며 추운 헬싱키에서 사우나를 만끽하던 때의 젊은 시절도 있었다.

이때만 해도 시내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중국이나 일본 사람이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을 때였다. 당연히 한국은 그들 머리 속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일본인이라는 것을 기대하면서 접근하다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슬그머니 무시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럴 때마다 한국인으로서의 좌절감과 아픔을 곱씹어야 했다.

‘강남스타일’은 모든 것을 바꿔 버렸다. 이제는 스톡홀름의 중심가 감라스탄을 걷다가 만난 소년소녀들이 한국에서 왔다고 할 때 미소 띤 얼굴로 바뀌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한국에서 온 나를 부러워할 때 다시 한번 한국 케이팝(K-Pop) 인기와 폭발적 관심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제는 한국의 노래를 원어로 따라 하는 스웨덴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가 40년전 아바 노래를 스웨덴어로 따라 부르려고 했던 때가 오버랩된다. 전설적인 스웨덴 그룹들을 경험했던 나는 이제 반대로 케이팝 가수들의 이름을 외우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즐거운 시간여행을 한 것같은 착각에 빠진다.

한국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핫한 나라 중 하나로 떠올랐다. 지난 주 스웨덴에서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스웨덴 관객과 자막없이 보면서 한국의 문화력과 감성이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콧등이 시큰해졌다. 이번 주말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블랙스완’을 들으며 노벨상 시상식장인 콘서트 하우스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해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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