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 즐길 수 있어야 명절”
가족 모두 유기동물보호소 봉사 가고
여행지에서 추억 만들겠다 답해
여가부, 성차별적 가족 호칭 캠페인

여성가족부는 이번 설 성평등한 명절 보내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모두 함께 명절 노동을 나누고 서로 배려하자는 의미다. 또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언어 예절 캠페인을 추진한다.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는 이번 설 성평등한 명절 보내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모두 함께 명절 노동을 나누고 서로 배려하자는 의미다. 또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언어 예절 캠페인을 추진한다. ⓒ여성가족부

 

 

 

성평등한 명절은 어떤 모습일까? 장수림(27) 페미당 준비위원은 “엉덩이의 평등이 이루어진 명절”이라고 답했다. 장 준비위원은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있는 사람과 과일을 내오고 커피를 내리기 위해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사람이 있다.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함께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일어나는 명절이 성평등한 명절”이라고 말했다. 

여성신문은 2030 페미니스트 32명에게 2020년 설 계획과 명절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날”을 성평등한 명절이라고 답했다. 힘든 일의 핵심인 차례를 없앤 명절, 각자 음식을 마련해 가지고 오는 명절, 온 가족이 영화보러 가고 외식하는 명절 등 다양했다. 

여성가족부도 ‘평등하고 행복한 설 명절 캠페인을 통해 고정된 성역할 구분없는 명절문화를 제안했다. 대표적인 것이 가족간 호칭을 성평등하게 하자는 것. 지난 해부터 여성들 사이에서는 시댁 가족 들에게만 존칭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새로운 호칭을 요구해왔다. 이번 여가부 안은 ‘도련님’, ‘아가씨’ 대신 씨자를 붙여 이름을 부르자고 제안한다. 또 바깥이라 는 의미를 가진 ‘외가’를 ‘어머니 본가’로 부르고 ‘외할머니·외할아버지’도 ‘할머 니·할아버지’로 바꿔 부르자는 것이다.

ⓒ신윤지 작가<br>
ⓒ신윤지 작가

 

설을 가족이 함께 즐거운 명절로 보내 는 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동물권 활동가 조은별(34)씨는 매년 명절이면 떨어져 지내던 가족 모두가 모여 유기동물보호소로 봉사활동을 간다. 4년 전, 설 전날 부모님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을 데려온 것이 계기가 됐다. 조씨는 “고되지만 가족 모두가 뿌듯하게 추억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을 함께 한다고 생각해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한다”고 했다. “가기 전부터 다녀온 뒤까지 봉사 이야기로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의사인 조은희(35)씨는 “명절 차례 음식은 모두 산다”며 “일상생활에서 집안일을 누군가 전담하거나 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명절에도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환경연대 조화하다(31) 활동가는 결혼 후 첫 명절을 맞아 거제도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조 활동가는 명절 여행을 계기로 시가 식구들과 어떤 호칭을 사용하면 좋을지 함께 의논할 계획이다. 

현실의 불평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들도 나왔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여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 명절이라면 지금의 불평등한 명절은 기능을 상실한 상태 아닐까 싶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민영(32)씨는 명절의 참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홍승현(21)씨는 “우리집의 명절을 돌아보니 대부분의 노동은 여성의 몫이었고 여성 가족구성원끼리 빚는 갈등마저 가사노동 분담과 관련된 것이었다”며 “누군가는 명절이 쉬는 날이지만 누군가는 평소보다 2,3배 더 일해야 하는 날이다”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 활동가 누리(37)씨는 “결혼과 외모에 대한 잔소리를 매번 듣는다”며 “남동생이 결혼을 해 아이를 낳으니 조카의 이런저런 요소들도 트집거리가 됐다. 또래 사촌들도 그러는 것을 보면 세대 문제가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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