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만월산
강릉 현덕사 템플스테이
커피 내려주는 현종스님과 차담

강릉 현덕사의 풍경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강릉 현덕사의 풍경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강원도 강릉을 떠올리면 푸른 동해바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친구 따라 연인 따라 매년 강릉에 바다만 보러 갔다면 좀 더 색다른 여행지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더군다나 혼자라면 바다에 홀로 덩그러니 있는 것보다 조용히 휴식하고 나에게 오로지 집중할 수 있는 여행이 좋을 것이다. 기자도 연초부터 새해 다짐을 새롭게 하고, 생각 정리를 할 겸 템플스테이를 신청해봤다. 

ⓒ현덕사 템플스테이 공식 홈페이지
ⓒ현덕사 템플스테이 공식 홈페이지

오대산 줄기인 만월산 중턱에 자리한 사찰 ‘현덕사’에서 1박 2일을 하기로 했다. 신청 방법은 간단하다. 현덕사 템플스테이 공식 홈페이지(http://kb1.templestay.com/index.asp?t_id=hd569)에 들어가서 일정, 참가인원을 표기해 예약하면 된다. 현덕사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은 크게 ‘체험형’과 ‘휴식형’으로 나뉘어져 있다. 휴식형은 5만원, 체험형은 6만원으로 나는 본래 휴식을 위해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에 휴식형으로 신청했다. 자세한 프로그램 일정에는 예불, 아침-저녁 공양, 염주 만들기가 있었다. 특히 동절기 준비물이 따로 있었는데 개인 세면도구, 수건, 개인(보온) 물병, 방한용품 등을 가져오면 좋다. 

현덕사로 가는 버스 노선이 작년 2019년 12월 9일부로 폐지됐다.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현덕사로 가는 버스 노선이 작년 2019년 12월 9일부로 폐지됐다.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강릉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 303번 (소금강행)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그러나 버스는 예정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버스 정류소 공지를 확인해보니 버스 노선이 작년 12월 9일부로 폐지됐다고 한다. 대신 주문진 대체노선을 이용해 마실 버스로 환승할 수 있다고 안내돼 있다. 나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강릉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주문진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이어 주문진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현덕사 입구까지 이동했다.

현덕사 입구.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현덕사 입구.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현덕사 전경.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현덕사 전경.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현덕사 입구부터 현덕사까지는 도보로 넉넉히 30분은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길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지만, 길 따라 물이 흐르고 주변 경치가 좋았다. 현덕사에 도착해서는 바로 방 배정을 받았다. 또한 템플스테이 기간 동안 입을 옷도 나눠줬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방에서 휴식했다. 휴식 후에는 신청한 사람들과 한곳에 모여 사찰 안내를 받았다. 저녁 공양 시간을 기다리며 현덕사의 터줏대감들과도 인사했다.

현덕사에 살고 있는 강아지 '현덕'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현덕사에 살고 있는 강아지 '현덕'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현덕사에 살고 있는 노령견 '보리'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현덕사에 살고 있는 노령견 '보리'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절 공양이라고 하면 보통 스님들이 식사하는 것을 일컫는 ‘발우공양’(鉢盂供養)이 연상된다. 함께 무조건 쌀 한 톨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는 강박도 있을 것이다. 현덕사 템플스테이에서는 밥을 먹기 전 을 부처의 공덕이나 가르침을 담은 게송인 ‘오관게’(五觀偈)를 읽는다. 그리고 본인의 양껏 자율배식을 한 다음 식사하면 된다.  대신 식사를 할 때는 공양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이 예의이다. 공양을 할 때마다 읽었던 오관게는 다음과 같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저녁 공양 시간.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저녁 공양 시간.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저녁 공양 시간.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자율 배식으로 받은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었다.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저녁 공양 후에는 저녁 예불이 있었다. 말씀을 들을 때도 그 어떤 종교적 강요가 없었다. 스님의 말씀이 끝나고 곧바로 108배를 시작했다. 절을 할 때마다 그동안 내가 저지른 실수나 미워했던 사람들이 떠올랐고, 올해는 돌아봤을 때 지난해보다 죄책감이 덜한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빌었다. 절 수행이 끝나갈 때쯤 허벅지 뒤쪽 부분의 근육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땀도 조금씩 났다. 108배가 건강법이나 다이어트로 유명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만든 염주 팔찌.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직접 만든 염주 팔찌.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이후 염주를 만들었다. 염주를 만들 때도 욕심을 덜고 만드는 것이 예쁘다. 욕심을 부려 염주알을 많이 꿰 넣으면 헐렁해서 아름답지 않았다. 염주 팔찌 중앙에는 ‘옴’(唵) 자가 적힌 알을 넣는다. 보통 염주에는 불교의 진언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으로 여겨지는 신성한 음절인 옴을 새긴다고 한다. 염주 만들기를 끝으로 템플스테이 1일차 일정이 마무리됐다. 평소 새벽에 자는 기자는 2일차 일정을 위해 오후 10시에 잠을 청했다. 

오전 5시경 현덕사의 아침.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오전 5시경 현덕사의 아침.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2일차 첫 일정은 아침 예불이다. 오전 5시에 시작되는 일정에도 불구하고 전날 일찍 잠에 들었더니 여러 번의 목탁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튿날에도 저녁 예불과 동일하게 말씀을 듣고 108배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후 아침 공양을 했다. 아침밥을 챙겨 먹지 않는 사람이라도 사찰음식에는 과한 조미료가 없어 속이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동이 트고 있었다. 아마 사찰이 아닌 펜션이나 다른 숙박에서 묵었다면 이 광경을 절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하루를 부지런히 시작한 나 자신에 대해서도 뿌듯함을 느꼈다. 

주지 스님이 직접 내려준 사발 커피.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주지 스님이 직접 내려준 사발 커피.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공양 후 스님은 커피를 내려주셨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커피나 차를 마시며 스님과 자신이 품고 있었던 고민이나 사사로운 이야기들을 얘기했다. 평소에는 혼자 생각만 했던 고민들을 입 밖으로 뱉으니 그 행위 자체로 생각 정리가 되고, 후련한 기분마저 들었다. 남은 커피까지 마시며 템플스테이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다시 속세로 돌아가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나는 정신없는 마음 한편 쉼표를 찍을 수 있었던 여행을 했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사찰을 더 둘러보다가 불상 앞에서 올해 다짐을 다시 새긴 후 집으로 돌아갔다. 

현덕사 전경.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현덕사 주지 현종스님.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 위치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현덕사)
△ 문의 033-661-5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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