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19.4% 노인빈곤율 44%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리지만
대도시·농어촌 복지 격차 커
범죄에 취약하지만 대책 없어

급격한 고령화와 남녀 평균 수명의 차이, 부모 부양에 대한 가치관 변화, 도시화 등의 이유로 독거노인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47년 65세 이상 1인 가구 수는 405만1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여성신문
급격한 고령화와 남녀 평균 수명의 차이, 부모 부양에 대한 가치관 변화, 도시화 등의 이유로 독거노인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47년 65세 이상 1인 가구 수는 405만1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60여년을 함께 살았던 남편과 사별한 조경자(78)씨는 개 ‘해피’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위험한 상황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다. 조씨가 사는 곳은 대구와 경산의 경계지역으로 마을 전체의 인구 수가 30명에 불과하다. 조씨의 안전을 걱정한 사남매가 돌아가며 안부를 챙기고 마당에 큰 개도 키우고 있지만 홀로 사는 시골 여성 노인인 조씨의 밤은 쓸쓸하고 무섭기만 하다. 

가속화 되는 고령화 사회 속 빈곤에 시름하는 노인들이 안전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지만 복지 정책은 부족하기만 하다. 

고령화 사회다. 지난 12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80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15.5%다. 전체 노인인구 대비 독거노인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8.4%였으나 2018년 19.4%까지 늘었다. 통계청은 ‘장래가구특별추계:2017~2047’에서 2047년 65세 이상 1인 가구 수는 405만1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급증하는 노인 인구가 일자리 부족과 빈곤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이들을 안전 사각지대로 내모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일 OECD의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가처분소득은 전체 가구당 편균 가처분소득의 65.1% 수준으로 OECD 평균보다 22.3% 포인트나 낮아 전체의 꼴찌다. 75세 이상 가구로 범위를 좁히면 54.6%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노인빈곤율 현황과 시사점’에서도 한국 노인빈곤율은 44%에 달한다.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에 시달리는 셈이다. 

지난해 8월 김모(62)씨는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의 여인숙에 불을 질러 월세 형태로 거주하던 투숙객 김모(83)씨, 태모(76)씨, 손모(72)씨를 숨지게 했다. 사망한 노인 3명은 폐지와 고철 등을 주우며 생계를 이어오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는 경남 거제시에서 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던 70대 노인을 30여분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성범죄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0세 이상 노인 성범죄는 765건으로 2014년 493건보다 55%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노인이 상대적인 약자로 인식돼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고 이들의 거주환경 또한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생활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서울, 수도권, 지방산업도시와 경상·전라 내륙지역 간의 안전대책과 복지 차이도 독거노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다. 장인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방자치단체일수록 재정자립도가 좋지 않아 결과적으로 노인 복지에 대한 소홀로 이어진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 대다수는 인구 소멸 위기를 겪고 있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출생극복 정책 등을 시행하며 인구늘리기 정책을 시행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노인 인구가 전체의 39%에 달하는 의성군은 인구 증가를 위해 수많은 임신·출산·양육 지원 정책을 펼쳐왔지만 효과는 없었으며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인구도 막지 못했다. 

시행 중인 노인을 위한 정책들도 실효성 논란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15년부터 독거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이 사는 집에 위급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응급대처하기 위한 ‘응급안전알림이’를 설치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전국에 독거노인의 집에 8만8306대 설치됐다. 그러나 지난 8일, 광주 남구 중증장애인 부부 고독사 사건 때 해당 가정에는 ‘응급안전알림이’가 설치돼 있었지만 닷새간 사람의 움직임이 없는 점을 감지하고도 관리자가 방치해 무용지물이었다. ‘응급안전알림이’의 오작동사례가 국감에서 지적될 만큼 많았고 모니터 요원 1명이 191대의 응급안전알림이를 관리하고 있어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1월부터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전면 개편했다. △돌봄기본 △돌봄종합 △독거노인 사회관계 활성화 △초기 독거노인 자립지원 △단기가사서비스 △지역사회 자원연계로 나뉘어 있던 6개 사업을 통합했다. 기존에는 6개 사업 중 1개 사업을 선택해야만 해 다른 사업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원하는 서비스를 골라 받을 수 있게 됐다. 노인인구와 지역면적 등을 고려해 생활권역을 구분해 전국적으로 권역별 1개, 총 647개 서비스 수행기관을 선정됐다. 지원 받는 노인인구 수는 총 45만명이 될 예정이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복지 정책이 선진국형 예방적 접근이 아닌 사건 발생 후 접근하는 치료적 접근에 국한된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대도시 노인과 농어촌 노인 간의 복지 격차도 큰 상황이다. 농어촌의 경우 지자체의 공적 인력의 빈틈을 지역 주민이 채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어촌 지역의 접근성의 어려움과 인력난 등으로 마을의 이장 등이 보호가 필요한 독거노인을 살펴 관할당국에 신고하면 그때서야 지자체가 긴급구호나 요감시, 방문요양 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우리나라 노인 복지정책은 경제적 재정적 서비스 중심의 복지 정책이 아닌 정서적 서비스 중심의 말벗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상황인데 이또한 노인들의 실질적 요구와는 차이가 있는 편”이라며 “정서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꺼리고 타인에 어려운 상황을 말하지 않는 현 노인인구 세대의 특성을 감안해 더 적극적인 형태의 복지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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